병실이 스스로 생각한다면? ‘지능형 병실(Intellectual Rooms)’의 등장
병원에 입원해 본 사람이라면 알 거다. 몸이 불편한 환자에게 필요한 건 의사나 간호사의 손길뿐만이 아니다. 누군가가 곁에서 끊임없이 상태를 살피고, 위험 상황이 오면 즉시 알려주고, 필요한 도움을 빠르게 가져다주는 게 얼마나 큰 안심이 되는지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간호 인력은 늘 부족하고, 비싼 최신 장비를 설치하기란 병원에도, 가정에도 큰 부담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지능형 병실(Intellectual Rooms)’이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이 만나 병실이 스스로 생각하고 반응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스마트 룸? 인텔리전트 룸? 지능형 룸은 뭐가 다를까
사실 비슷한 말로 ‘스마트 룸(Smart Room)’이나 ‘인텔리전트 룸(Intelligent Room)’이라는 말도 들어봤을 거다. 둘 다 사람의 편의를 위해 자동으로 불을 켜거나 온도를 맞추는 등 기본적인 자동화는 한다.
그렇다면 지능형 룸은 뭐가 다를까? 핵심은 ‘배움’과 ‘창의성’이다. 단순히 자동으로 작동하는 수준을 넘어 환자의 상태를 배우고, 예측하고, 상황에 따라 창의적으로 반응한다. 예를 들어 환자가 침대에서 일어나는 모션을 인식해 넘어질 위험이 있으면 미리 알려주거나, 얼굴 표정과 자세를 분석해 복통이 시작됐는지 감지하는 식이다.
값비싼 장비 없이도 가능하다니?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값비싼 의료 장비나 복잡한 설치 없이도 지능형 병실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미 병원이나 가정에 흔히 있는 CCTV, 스마트폰, 웨어러블 센서 등을 활용했다. 추가로 비싼 장비를 깔 필요가 없으니 설치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수집된 데이터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처리된다. 예컨대 스마트폰은 얼굴 표정과 감정을 인식하고, CCTV는 자세와 움직임을 추적한다. 분석은 스마트폰, 병실 내부 기기, 혹은 클라우드 서버에서 상황에 맞게 나눠서 처리된다. 덕분에 처리 속도는 빨라지고, 시스템이 과부하 되면 자동으로 작업을 분산시킨다. 똑똑하다!
넘어짐부터 복통까지, 실험으로 증명했다
연구팀은 가상의 시나리오로 시스템을 실험했다. 환자가 넘어질 때, 복통이 시작될 때 등 다양한 상황을 카메라와 센서로 인식해 도움을 주는 데 걸리는 시간을 기존보다 얼마나 단축할 수 있는지 본 것이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CCTV 데이터만 썼을 때도 도움 제공 속도가 평균 25% 이상 빨라졌다. 여기에 스마트폰과 센서를 추가로 연결하면 오작동(잘못된 알람)도 눈에 띄게 줄었다. 주변 가구나 보조기구까지 인식해 상황을 더 정교하게 파악하면 오작동은 최대 23%까지 감소했다. 환자의 상태를 더 정확히 읽을 수 있다는 뜻이다.
병실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지능형 병실의 장점은 병원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만성질환자가 집에서도 비슷한 케어를 받을 수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상태를 감시하고, 위험하면 가족에게 바로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 본인은 물론 간호사, 가족 모두 안심할 수 있는 셈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실제 병원과 가정에 시스템을 설치해 더 현실적인 데이터를 쌓고, 사용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머지않아 우리 집 거실이나 병실이 스스로 생각하고 돌봐주는 시대가 올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