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를 떠다니는 로봇, 부상(浮上)으로 달리다
책상 위에 놓인 작은 로봇 하나. 바퀴도 없고, 선도 없다. 그런데 이 로봇은 물건을 실은 채로 책상 위를 쓱—하고 떠서 움직인다! 공상과학 영화 속 장면 같지만, 일본 연구진이 이를 현실로 만들었다.
요코하마 국립대 연구팀은 최근 ‘스퀴즈 필름(Squeeze Film)’이라는 원리를 이용해 바닥과의 마찰을 없앤 무선 부상 장치를 개발했다. 복잡한 컨베이어 벨트나 바퀴 달린 로봇 대신, 작은 전자부품이나 시약병, 심지어 나사통까지 ‘미끄러지듯’ 빠르게 옮길 수 있다. 공장에서뿐 아니라 학교 실험실, 연구소 등 좁은 공간에서 빛을 발할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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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막으로 떠서 움직인다
이 장치는 특별한 바람개비나 자기장 없이도 뜬다. 핵심은 ‘압전소자’다. 전기를 받으면 미세하게 진동하는 얇은 세라믹 판을 겹겹이 쌓아 만든 압전소자가 초고속 진동을 만들어낸다. 그러면 바닥과 로봇 사이에 얇은 공기층, 즉 스퀴즈 필름이 형성된다. 마찰은 사실상 사라지고, 로봇은 공기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기존에도 비슷한 기술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전선을 달아야 해서 케이블이 꼬이고 움직임이 제한됐다. 이번 연구는 배터리와 초소형 무선 구동 회로까지 달아 완전 무선화를 달성했다. 크기는 손바닥 정도(가로 9.5cm, 세로 7.2cm, 높이 4.5cm), 무게는 106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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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지·경사면·머리카락도 넘는다
연구진은 다양한 시연을 통해 성능을 검증했다. 먼저 사무실 책상, 유리판, 화이트보드 위에서 최대 시속 5km로 움직였다. 작은 턱(두께 50마이크로미터, 셀로판테이프 정도 두께)도 거뜬히 넘어갔다. 경사면에서는 무려 3m/s 이상의 속도로 ‘마찰 없는 미끄럼’을 보여줬다.
심지어 로봇 위에 작은 나사통이나 액체가 든 비이커를 실어도 안정적으로 운반할 수 있었다. 무게는 자기 몸무게의 40%까지 버틸 수 있어 전자부품부터 생물 샘플, 화학 시약까지 다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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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화로 더 빠르고 자유롭게
이번 연구의 진짜 강점은 ‘무선’이라는 점이다. 전선이 연결돼 있으면 아무리 공중에 떠 있어도 케이블 당김 때문에 제자리에서 맴돌기 십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무선 구동 회로를 소형화해 본체에 통째로 올렸다. 전압을 높여주는 증폭기, 배터리, 마이크로컨트롤러까지 전부 포함됐다.
덕분에 복잡한 공장 컨베이어 라인이나 자율주행 로봇이 차지하던 공간을 훨씬 작게 줄일 수 있다. 특히 자그마한 부품을 빠르고 깨끗하게 옮겨야 하는 반도체 공정, 바이오 실험실, 정밀 화학 연구소 등에서 유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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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부상 기술, 이제 시작
아직 넘어야 할 산도 있다. 평평한 표면에서만 잘 작동한다는 점, 더 무거운 물건을 싣기 위해선 구동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여러 대의 부상 모듈을 조합해 자율주행 기능까지 붙인 ‘비접촉 이동 로봇’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책상 위를 떠다니는 작은 운송 로봇. 머지않아 우리 일상에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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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논문
Sunohara, Y.; Ueno, S.; Minegishi, R.; Sekine, C.; Kitamura, Y.; Sugiyama, Y.; Ando, S.; Torii, A.; Fuchiwaki, O. Ultrafast Untethered Levitation Device Utilized Squeeze Film for Omni-Directional Transport. *Adv. Intell. Syst.*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