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LiDAR 기술로 산사태의 상처를 드러낸 과학자들




숲에 가려진 재앙의 흔적, 하늘에서 찾다


“산사태가 났다.”

하지만 눈앞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산속, 겉으로는 평온한 숲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안쪽 깊은 곳에선 땅이 갈라지고 흘러내리며 무서운 흔적을 남긴다. 육안으론 볼 수 없지만, 재난은 분명 그 자리에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보이지 않는 흔적들을 찾아낼 수 있을까?

중국 곤명과학기술대학교 연구팀은 이 질문에 대해 놀라운 해답을 내놓았다. 그들은 '하늘에서 본 땅'의 데이터를 분석해, 육안으로는 절대 보이지 않는 산사태의 흔적을 밝혀냈다. 기술의 이름은 ‘항공 라이다(LiDAR)’ — 나무 사이로 뚫고 들어가 지표면의 미세한 요철까지 탐지할 수 있는 최첨단 레이저 센서다.



LiDAR가 밝혀낸 산사태의 그림자

이번 연구의 주 무대는 중국 윈난성 동촨 지역의 다바이니 유역. 이곳은 ‘자연 토석류 박물관’이라 불릴 정도로, 산사태와 붕괴가 자주 발생하는 복잡한 지형이다. 강한 우기, 급경사, 복잡한 단층구조까지… 산사태가 일어나기에 완벽한 조건을 갖춘 장소다.

이런 환경에서 기존 위성이나 항공사진은 한계를 드러낸다. 나무가 너무 울창해 산사태의 흔적은 대부분 가려져버린다. 심지어 드론 영상도 거친 지형에선 정밀한 정보를 담기 어렵다.

그래서 연구팀은 항공 LiDAR 센서를 탑재한 드론을 띄웠다. 고도 190m에서 촬영된 LiDAR 데이터는 무려 1제곱미터당 445개 이상의 포인트 데이터를 수집하며 지형을 정밀하게 스캔했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는 노이즈 제거, 지면 추출, 간섭 제거 과정을 거쳐 지형 고도 정보를 담은 DEM(Digital Elevation Model)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육안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던 산사태의 ‘흔적들’ — 땅이 벌어진 균열, 흘러내린 경계, 새로 생긴 골짜기 — 이 하나둘 선명하게 드러났다.


시각화 + 이미지 융합 = 보이지 않던 ‘흔적’이 보이다

하지만 단순히 고도만 보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DEM 데이터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가공했다. 대표적으로 ‘hillshade(음영도)’, ‘경사도’, ‘Sky View Factor(하늘 가시성)', ‘openness(지형 개방도)' 등 다양한 시각화 기법을 조합해 지형의 3D 특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그 다음에는 이 이미지들을 ‘픽셀 단위 이미지 융합 기술’로 합성했다. 마치 사진 보정 앱처럼 각기 다른 이미지를 겹쳐 강조할 부분을 강조한 것이다. 예를 들어, 경사도가 큰 부분은 붉게, 움푹 패인 곳은 어둡게 표현함으로써 전체 지형의 굴곡과 흔적이 훨씬 또렷하게 드러나게 했다.

이처럼 융합된 영상은 기존의 어떤 위성영상이나 항공사진보다도 더 생생하게 산사태 흔적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이 이미지를 두고 “마치 감춰진 산의 속살을 보는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흔적을 찾아내는 마지막 열쇠: ‘프랙탈 모델’과 ‘Mean-Shift’

흔적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중요한 건, 그 흔적을 정량적으로 찾아내고 측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게 ‘프랙탈 모델’이다. 산사태의 흔적은 우연이 아닌, 일정한 패턴과 비율을 따르며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특성이 있다. 이 패턴을 수학적으로 분석해 기준을 세우는 방식이 바로 프랙탈 분석이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영상의 픽셀 값 중 산사태의 흔적으로 판단되는 값의 임계값을 도출했고, 이를 기준으로 이미지를 이진화시켜 산사태 영역만 도려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등장했다. 노이즈였다. 주변에 있는 작은 흙더미나 자연적 요철도 ‘흔적’으로 잘못 인식될 수 있었던 것.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Mean-Shift’라는 비지도 클러스터링 알고리즘을 활용해 잡음을 제거했다. 핵심은 데이터 밀도를 기반으로 의미 있는 덩어리(클러스터)만 추출한다는 것. 그렇게, 진짜 산사태 흔적만 남긴 깔끔한 최종 이미지가 탄생했다.


육안이 놓친 것, 알고리즘은 놓치지 않았다

그럼 이 방식이 얼마나 효과적일까? 연구팀은 동일한 지역을 드론으로 촬영한 정사사진과 비교했다. 그 결과, 정사사진에서는 나무 때문에 전혀 보이지 않던 지면 균열, 미세한 낙차, 침하 지대까지 LiDAR 분석 결과에서는 선명히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OSTU(자동 임계값) 방식과 비교한 결과, 프랙탈 모델 기반 방식이 훨씬 더 정확하게, 산사태 흔적만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복잡한 지형과 식생이 많은 지역일수록 그 차이는 더욱 뚜렷했다.


앞으로 산을 지키는 새로운 눈이 될 수 있을까?

이번 연구는 단순히 ‘기술 시연’에 그치지 않는다. 산사태는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재해다. 특히 뿌리가 깊은 재해는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대응이 더 어렵다. 그런데 이번 방법처럼 하늘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컴퓨터로 분석하여 땅속 위험을 드러낼 수 있다면? 산사태 예측, 피해 범위 파악, 사전 경고 체계 등 여러 분야에 즉시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남아 있다. 연구 대상이 단일 지역에 한정됐고, 더 넓은 지역에서의 일반화에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분명 한 걸음을 내딛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재해를 ‘보이게’ 만들었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대단한 진보다.

앞으로 더 많은 산들이, 이 기술을 통해 ‘말을 걸어올’ 날이 올지도 모른다.



출처

Lv, J., Lu, C., Ye, M., Long, Y., Li, W., & Yang, M. (2025). Enhanced Landslide Visualization and Trace Identification Using LiDAR-Derived DEM. Sensors, 25(4391). https://doi.org/10.3390/s25144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