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의사결정, 중소기업 혁신의 무기가 되다



중소기업은 경제의 허리라 불린다. 전 세계 기업의 90% 이상이 중소기업이고, 이들이 고용 창출의 60% 이상을 책임진다. 하지만 이런 중소기업이 혁신을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 자금도, 사람도, 기술도 부족하다. 여기에 시장은 늘 예측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 복잡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최근 연구자들이 주목한 해답이 바로 ‘다기준 의사결정(MCDM)’이다. 이름은 어렵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여러 기준을 한꺼번에 고려해 가장 좋은 선택을 찾는 ‘의사결정의 공식’이다.



다기준 의사결정, 중소기업에 스며들다

멕시코와 칠레 연구팀이 발표한 이번 논문은 지난 6년간 발표된 MCDM 관련 논문을 샅샅이 분석했다. 연구진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스코퍼스, 웹오브사이언스, 구글 스칼라 등에서 무려 8,500여 건의 관련 자료를 검색했고, 그중 25편의 핵심 논문을 추려 정리했다.

분석 결과는 흥미롭다. MCDM은 단일 방법보다 여러 방법을 융합해 쓰는 추세다. 예컨대 AHP, TOPSIS, DEMATEL 같은 전통적인 기법에 퍼지(Fuzzy) 이론을 결합해 불확실성을 잡아낸다. 덕분에 중소기업은 자금 조달부터 기술 도입, 녹색 혁신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훨씬 똑똑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



혁신을 넘어, 지속가능성까지

논문은 특히 네 가지 핵심 트렌드를 강조했다. 첫째, 혁신 역량과 비즈니스 전략. 둘째,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과 그 평가 및 관리. 셋째, 기술·디지털 혁신. 넷째, 녹색 혁신과 지속가능성이다.

예를 들어 인도와 중국의 연구팀은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때 자금과 인적자원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MCDM으로 평가했다. 어떤 기업은 정부 지원 정책이 가장 큰 변수가 되었고, 또 어떤 기업은 인간 중심의 조직문화가 핵심으로 꼽혔다.

또한 최근에는 기업이 친환경 공정을 도입하거나, 탄소 배출을 줄이는 전략을 세울 때도 MCDM 기법이 필수로 쓰이고 있다. 복잡한 데이터를 한데 묶어 최적의 해답을 찾는 ‘의사결정의 지도’가 된 셈이다.



MCDM의 미래는?

물론 한계도 있다. 아직은 데이터 접근성이 낮은 나라에서는 MCDM 기법을 적용하기 어렵다. 또한, 연구는 주로 인도와 중국, 브라질 같은 일부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남미나 아프리카의 중소기업은 아직 이 방법론에서 소외되어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MCDM이 머신러닝과 결합해 더 똑똑해지고, 실시간 데이터와 연동되어 ‘살아있는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결국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정부, 학계, 기업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데이터를 나누고 활용해야만 MCDM은 빛을 발한다.

중소기업은 작지만 빠르다. 복잡한 선택의 갈림길에서 MCDM은 그들의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 머리싸움이 아닌 ‘데이터싸움’을 이기는 법, 이제 막 시작됐다.



출처 논문
Rodríguez-Carrillo ML, Pérez-Domínguez L, Romero-López R, Luviano-Cruz D and León-Castro E (2025). A systematic literature review on the use of multicriteria decision making methods for small and medium-sized enterprises innovation assessment. Frontiers in Artificial Intelligence. https://doi.org/10.3389/frai.2025.1605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