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오젠, VR 연구 환경의 판도를 바꾸다
비행기 탑승의 설렘도, 공포도 가상현실(VR) 안에서는 자유자재다. 그런데 연구나 치료, 교육용으로 다양한 비행 시나리오를 매번 새로 만드는 작업은 얼마나 번거로울까? 미국 동부미시간대 연구진이 개발한 ‘플랜오젠(Planogen)’은 이런 번거로움을 단번에 해소한다. 절차적 생성(Procedural Generation) 기법을 활용해 비행기 내부 환경과 탑승객 캐릭터를 실시간으로 뚝딱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선 비행기 객실을 구성하는 모듈(Module) 방식을 도입했다. 출입문·좌석 칸막이 같은 시작·중간·끝 모듈을 미리 준비해 두면, 원하는 길이와 특수 구획(화장실·프리미엄석 등)을 간편하게 배치할 수 있다. Unity 에디터에서 슬라이더만 조정하면 0.01초 단위로 모듈이 스냅(Snap) 방식으로 이어진다. 별도의 3D 모델링 지식이 없어도 가능한 이유다!
캐릭터 생성도 마찬가지다. 남·녀 베이스 모델과 세 가지 피부 톤, 네 가지 헤어스타일, 의상·소품 라이브러리를 준비해 두면 시스템이 무작위로 조합해 수십, 수백 명의 탑승객을 채워 넣는다. 각 파츠는 Grayscale 텍스처에 색상이 입혀지는 방식이라 용량 부담이 적고, 모델마다 크기도 ±10% 범위에서 살짝 바뀌어 자연스런 시각 효과를 더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가상 승객은 연구자나 임상가가 설정한 좌석 지점에 자동 배치된다.
사용성 검증을 위해 연구진은 파일럿 사용자 연구를 진행했다. 좁은 동체에 200석, 탑승객 밀집도 10% 설정으로 총 20명을 배치한 뒤 33명 참가자가 직접 체험에 참여했다. 체험 후 만족도는 5점 만점 중 평균 3.88점, 몰입도는 3.55점을 기록했다. 만족도 분포가 4·5점에 몰려 있어 전반적인 호응이 높았고, 몰입도 또한 3~4점에 집중돼 ‘실제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 결과는 단순한 기능 시연을 넘어, 비행 공포증(FoF) 치료나 행동 연구, 교육·훈련 분야까지 폭넓게 응용 가능함을 시사한다. 노년층이나 어린이 등 특정 대상군을 겨냥한 맞춤형 시나리오 제작, 심박·뇌파 같은 생체신호 연동 기능 추가로 공포도 조절, 학습 효과 분석도 한결 쉬워질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현재 버전은 정적 환경과 최소한의 이동·애니메이션만 지원한다. 앞으로 AI 기반 캐릭터 행동, 실시간 물리 시뮬레이션, 안전성 검증 모듈 탑재가 예정돼 있다. 또한 비개발자용 UI를 더 직관적으로 다듬어 Unity 경험이 없는 임상가·교수도 마우스 클릭만으로 시나리오를 구성할 수 있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결국 플랜오젠의 가치는 ‘코드 한 줄 없이’ 고품질 VR 시나리오를 반복 생성하고, 연구·치료·교육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절차적 생성의 힘으로 VR 콘텐츠 제작 장벽을 허물고, 사용자 경험과 연구 효율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
출처논문:
Tracy, K., Kouzelis, L. R., Dari, R., & Spantidi, O. (2025). Planogen: A Procedural Generation Framework for Dynamic VR Research Environments. Virtual Worlds, 4, 33. https://doi.org/10.3390/virtualworlds4030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