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학습자들은 어떻게 자기주도적으로 모델링을 할까?
행동 분석 연구로 본 AI 교육의 미래
서론: 자기주도 학습, 그 핵심은 모델링
디지털 시대에 자기주도 학습(self-directed learning)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위키피디아, MOOC, Reddit, Scratch와 같은 플랫폼은 이제 교실 밖에서 이루어지는 자발적 학습의 거대한 무대가 되었다. 그런데, 이런 학습 환경에서 학습자들은 과연 어떻게 문제를 설정하고, 실험을 설계하며, 데이터를 분석할까?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것이 이번에 분석할 논문이다. 본 연구는 온라인 생태계 모델링 도구인 VERA를 활용하여 수백 명의 자발적 학습자가 실제로 어떻게 모델링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행동 로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량적 분석을 시도한 보기 드문 사례이다.
기존의 대부분의 모델링 연구가 교실 기반 또는 교사 주도의 환경에서 이루어졌다면, 이 논문은 완전히 열린 온라인 환경에서 학습자가 스스로 주제를 선택하고, 모델을 만들고,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며 지식을 구성하는 과정을 다룬다. 이는 '학습의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교육학적 질문에 기술적·실증적 답을 제시하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특히 VERA라는 툴은 시각적 모델링 인터페이스, NetLogo 시뮬레이션 엔진과 함께 방대한 생물 다양성 데이터(EOL)를 활용해 학습자가 현실 세계의 생태계 현상을 직접 재현하고 실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도구는 단순한 관찰을 넘어서 '과학자처럼 사고하기'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교육적 의의가 크다.
본론 1: 자기주도 모델링의 세 가지 행동 유형 — 관찰, 구성, 탐색
연구팀은 315명의 온라인 학습자가 만든 822개의 모델을 분석해 세 가지 주요 행동 유형을 도출했다. 이들은 각각 관찰(Observation), 구성(Construction), 탐색(Exploration)으로 명명되었다.
관찰(Observation)은 기존 모델을 복사해 파라미터만 변경하거나 시뮬레이션만 반복하는 행동이다. 이 유형은 전체 모델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많은 학습자가 도구를 처음 접하거나, 기존 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기 위한 초기 전략으로 보인다.
구성(Construction)은 새로운 컴포넌트나 관계를 추가해 독창적인 모델을 구성하는 행동이다. 하지만 시뮬레이션 실행이나 결과 검토는 거의 없다. 이 유형은 실험적 접근보다는 구조적 이해에 중점을 두는 특성을 보인다.
탐색(Exploration)은 모델을 구성하고, 파라미터를 조정하며, 시뮬레이션을 반복적으로 실행해 피드백을 반영하는 전 주기적 접근이다. 이 유형은 가장 적게 나타났지만, 모델의 복잡성과 다양성 측면에서 가장 높은 성과를 보였다.
개인적으로 탐색 유형의 비중이 낮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이는 도구가 제공하는 기능이 충분하더라도, 학습자가 '탐색형 전략'을 취하기 위해서는 내재적 동기나 인지 전략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학습 환경 설계자는 도구의 기능뿐 아니라, 행동 전이를 유도하는 피드백 설계에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본론 2: 행동 유형과 모델 품질의 상관관계
연구는 각 행동 유형이 만들어낸 모델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평가했다. 복잡성은 컴포넌트와 관계의 수, 다양성은 그 유형의 다양성으로 정의된다.
- 모델 복잡성 평균: 탐색 (12.5) > 관찰 (8.52) > 구성 (6.22)
- 모델 다양성 평균: 탐색 (3.50) > 관찰 (2.90) > 구성 (2.30)
즉, 탐색형 학습자가 만든 모델이 구조적으로 더 풍부하고 다면적인 특성을 보였다. 이는 실제 과학적 탐구와도 유사하다. 단순한 반복이나 모방보다는, 모델을 수정하고 피드백을 반영하며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전략이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진다.
이 결과는 교육적으로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예를 들어, 기존 교과 중심 수업에서는 구조 이해(구성)나 반복 실험(관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진정한 개념적 전이는 '탐색'을 통한 학습에서 발생한다. 그러므로 탐색형 행동을 유도하는 시스템적 장치 — 예를 들어 자동 피드백, 동료 비교, 시뮬레이션 추천 등이 필요하다.
본론 3: 학습자의 진화 — 행동 유형은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
논문은 각 학습자의 모델 생성 순서를 분석해, 학습자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행동을 변화시키는지를 살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 초기 모델은 대부분 '구성' 중심
- 중간 단계에서는 '관찰' 행동이 증가
- 후반부로 갈수록 '탐색' 행동이 증가
이는 학습자가 시스템을 익히면서 점차 더 복잡한 전략으로 이동함을 보여준다. 마치 유아가 단어를 익히고 문장을 구성하며 점점 더 창의적으로 언어를 구사하듯, 학습자도 실험적 전략을 통해 모델링의 깊이를 더해가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행동 전이는 자기결정성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의 단계성과 유사하다. 외재적 동기(모델 따라하기)에서 내재적 동기(스스로 탐색)로의 전환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이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학습자의 주도권을 인정하고,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는 학습 디자인이 필요하다.
본론 4: 행동 분석의 도구 — 학습 분석 기법의 가능성과 한계
이 연구의 또 하나의 공헌은 학습 분석 기법의 적용이다. 연구팀은 Levenshtein 거리 기반의 시퀀스 유사도 분석과 Markov chain 기반 전이 분석을 사용해 행동 패턴을 도출했다. 특히 Markov chain을 통해 상태 간 전이 확률을 분석하고, 클러스터링 기법으로 9개의 하위 행동 유형을 정제한 점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로그 데이터 기반 분석은 '행동'만 포착할 뿐, 그 행동의 '의도'나 '맥락'은 설명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같은 '시뮬레이션 실행'이라 해도, 한 학습자는 탐색의 일환일 수 있고, 다른 학습자는 단순 반복일 수 있다. 이러한 차이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정성적 데이터, 예컨대 인터뷰나 자가 보고, 또는 학습 목표를 추론할 수 있는 고차원 지표가 보완되어야 한다.
향후에는 로그 분석에 학습자의 인지 특성, 동기, 목표 지향성을 통합한 혼합 방법론이 필요하며, 특히 인공지능 기반 개인화 시스템과의 결합 가능성이 높다.
결론: 데이터로 읽는 자기주도 학습의 미래
이 연구는 단순한 기술적 분석을 넘어서, 자기주도 학습의 본질을 드러낸다. 학습자는 단순한 정보 소비자가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모델을 생성하며 스스로 피드백을 적용하는 '설계자'라는 관점을 강조한다.
탐색 행동을 유도하는 학습 환경의 핵심은 다음 세 가지이다:
- 행동 분석 기반 실시간 피드백
- 의미 있는 선택을 제공하는 과제 설계
- 모델 공유와 협업을 통한 확장 학습
이러한 접근은 특히 AI 기반 학습 시스템 설계에 시사점을 준다. 단순한 정답 제공이 아닌, 행동 유형을 기반으로 맞춤형 도전을 제공하고, 학습자의 진화를 데이터로 이해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본 논문은 그러한 미래를 향한 설계 지도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