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이제는 예측한다? 카타르의 트래픽 트랜스포머 이야기
교통사고, 이제는 예측한다?
자동차가 늘어나면 당연히 교통사고도 늘어난다. 하지만 얼마나 늘어날까?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날까? 이걸 정확히 알 수 있다면, 경찰과 구급차는 사고가 나기도 전에 현장에 가 있을 수 있다면 어떨까?
카타르 내무부 산하 기술국의 Mansoor G. Al-Thani 연구팀이 바로 이 질문에 답했다. 최신 논문에서 ‘트래픽 트랜스포머(TrafficTransformer)’라는 딥러닝 모델을 선보였다. 이름만 보면 영화 <트랜스포머>가 떠오르지만, 이 모델은 자동차로 변신하는 로봇이 아니라 도로 위 사고를 예측하는 AI다.
급성장한 도시, 늘어난 사고
카타르는 인구 약 270만 명에 불과하지만, 경제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 덕분에 최근 10년간 등록 차량 수는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도심과 외곽 할 것 없이 교통체증은 심해졌고, 그만큼 교통사고도 크게 증가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교통사고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135만 명이 목숨을 잃고, 5천만 명이 다친다. 카타르에서도 교통사고는 단순한 교통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안전문제’다.
사고는 왜 예측하기 어려울까?
교통사고를 예측하려면 여러 변수들이 필요하다. 시간, 날씨, 지역, 교통량, 심지어는 특정 이벤트나 날씨까지. 기존에도 CNN(합성곱 신경망), LSTM(장기단기 메모리) 같은 딥러닝 모델로 사고를 예측하려는 시도는 많았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 CNN: 공간적 패턴은 잘 잡지만, 시간에 따른 변화는 약하다.
- LSTM: 시간 흐름을 잘 따라가지만, 계산이 순차적이라 대규모 데이터 처리에 속도가 느리다.
- 둘 다 ‘공간’과 ‘시간’을 동시에 완벽하게 잡기엔 부족했다.
그래서 나온 ‘트래픽 트랜스포머’
연구팀은 기존 CNN, LSTM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Transformer 구조를 도입했다. 원래는 번역기나 챗봇 같은 자연어 처리(NLP)에 쓰이던 구조다.
핵심은 자기 주의 메커니즘(Self-Attention)이다. 입력된 데이터 안에서 어떤 요인이 서로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를 스스로 파악한다. 덕분에 긴 시간 범위의 사고 패턴도 잃지 않고 연결할 수 있다.
어떻게 작동할까?
트래픽 트랜스포머는 카타르 전역을 98개 구역으로 나눠 2017년부터 2023년까지 7년 치 교통사고 데이터를 학습했다. 데이터는 매시간 단위로 쌓였다. 여기에 시간대, 날씨, 지역 코드 같은 변수들이 포함됐다.
모델은 시퀀스를 인코더-디코더 구조로 처리한다.
- 인코더: 과거 데이터를 고정된 컨텍스트로 요약
- 디코더: 이 요약과 직전 예측값을 이용해 미래를 예측
즉, 어제까지의 사고 패턴으로 오늘 저녁 사고 확률을 뽑아내고, 그 결과로 내일을 다시 예측하는 방식이다.
성능은 어땠을까?
연구팀은 기존 LSTM 기반 모델과 비교했다.
- LSTM-S2S: 순수 LSTM 기반 시퀀스 투 시퀀스 모델
- LSTM-S2S-AM: LSTM에 주의(attention) 메커니즘을 추가한 모델
트래픽 트랜스포머는 이들보다 MAE(평균 절대 오차), MSE(평균 제곱 오차), MAPE(평균 절대 백분율 오차)에서 모두 더 낮은 에러를 기록했다. 예컨대 지역 55에서는 MAPE가 4.43%에 불과했다.
실시간 대응까지 가능하다
재미있는 점은 이 모델이 병렬 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CNN과 LSTM은 계산 순서에 의존하지만, Transformer는 입력 시퀀스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덕분에 예측 속도가 빨라 실시간 사고 위험 예측에도 쓸 수 있다.
어디에 쓸 수 있을까?
- 교통관제센터: 사고 위험이 높은 지역에 경찰차나 구급차를 미리 배치
- 스마트시티 인프라: 사고 위험 구역에 전광판으로 경고
- 내비게이션 앱: 사고 위험이 높은 도로를 피해서 경로 추천
이렇게 사고를 줄이면 경찰·구급차의 운영비용도 줄고, 시민의 안전도 높아진다.
한계도 있다
물론 한계도 있다. 이 모델은 카타르의 도로, 운전 문화, 기후에 맞춰 설계됐다. 다른 나라, 다른 도시라면 도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성능을 기대하긴 어렵다.
또한 데이터가 경찰 신고에 의존하기 때문에 경미한 사고나 보고 누락은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
결론: 교통사고, 이제는 ‘대응’이 아니라 ‘예측’이다
지금까지 교통사고는 ‘일어나면 출동한다’는 사후 대응이 기본이었다. 트래픽 트랜스포머는 사고를 사전에 예측하고 대응 자원을 배치해 피해를 줄일 수 있게 한다.
카타르는 이 기술로 스마트시티로 가는 길을 한발 앞서 달린다. 앞으로는 우리 동네 도로에서도 이런 예측 시스템이 당연해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
출처 논문
Mansoor G. Al-Thani. Traffic Accident Predictive Model for Efficient Resource Allocation in Qatar: A Novel Transformer-Based Approach. Adv. Artif. Intell. Mach. Learn. 2025, 5(2), 3975-3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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