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가 도심에서 끊김 없이 달릴 수 있으려면?
도심 한복판을 달리는 자율주행차. 그 차가 교차로에서 신호를 받고, 앞차와 거리를 유지하고,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받아들이려면 꼭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차량-인프라 통신(V2I)이다. 차량이 도로 옆 송수신 장치(RSU)와 신호를 주고받아야만, 자율주행 시스템이 교통 정보를 이해하고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다.
문제는 도시라는 환경이다. 고층 빌딩, 굽은 도로, 갑작스러운 장애물은 전파 신호를 약하게 만든다. 이를 ‘경로 손실(Path Loss)’이라 부른다. 지금까지는 경험적인 공식(3GPP, Dual Slope 모델 등)으로 경로 손실을 예측했지만, 복잡한 도심 환경에선 오차가 너무 컸다.
복잡한 도시, 기계학습이 답을 찾다
튀니지 수스대학교와 말레이시아 IIUM 연구팀은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했다. 바로 머신러닝을 활용한 예측 모델이다. 연구진은 실제 도시 환경에서 5.9GHz 주파수를 사용해 8개 RSU 지점에서 신호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Extreme Gradient Boosting(XGBoost)과 다층 퍼셉트론(MLP) 모델로 학습시켰다.
그리고 결과는 놀라웠다. 전통적인 3GPP, Dual Slope 모델과 비교해 머신러닝 모델은 도심, 교외, 개방 지역 등 모든 환경에서 평균 오차(RMSE)를 최대 38%까지 줄였다. 특히 XGBoost는 복잡한 도시 골목길에서도 신호 세기를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맞췄다.
신호 예측, 이렇게 달라졌다
연구팀은 ‘환경 분류 시스템’을 추가로 도입했다. 도시를 건물 밀집도와 도로 폭, 송수신기 위치 등으로 나눠 개방형(Open), 교외형(Suburban), 밀집형(Dense)으로 나눴다. 각 환경에 맞는 변수(거리, 건물 높이, 송수신기 높이)를 뽑아 학습한 결과, 모델의 정확도가 훨씬 높아졌다.
예를 들어 개방 지역에선 송신 전력과 안테나 높이가 신호 세기에 큰 영향을 줬고, 도심 밀집 지역에서는 건물 사이 반사와 굴절 효과를 잘 잡아내는 것이 중요했다. 결국 머신러닝 덕분에 ‘복잡한 도시 신호의 길’을 훨씬 현실적으로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 똑똑한 자율주행,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 연구는 단순히 신호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더 정확한 경로 손실 예측은 곧 RSU 설치 위치와 전력 조절을 최적화해 네트워크 비용을 줄여준다. 더 나아가 5G, 6G 같은 차세대 차량 통신 시스템에서도 핵심 기술로 자리잡을 수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 머신러닝과 물리 기반 모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개발해 도심뿐 아니라 교외, 산악, 해안 등 다양한 환경에서 V2I 통신 신뢰도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자율주행차가 도시 속 끊김 없이 달릴 수 있는 날, 그렇게 가까워지고 있다.
출처 논문
Ben Ameur M, Chebil J, Habaebi MH and Tahar JBH (2025) Machine learning for improved path loss prediction in urban vehicle-to-infrastructure communication systems. Frontiers in Artificial Intelligence. https://doi.org/10.3389/frai.2025.1597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