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비전 프로와 AI가 바꿔놓은 3D 콘텐츠 제작의 판
“꿈을 공간 위에 그리다”
"가상 현실 속에서 손짓만으로 숲 속 오두막을 만들다" – Dream Space 시스템은 상상을 입체로 구현한다. |
“VR 안에서 말하고, 바라보고, 손짓만으로 건축을 한다면 어떨까?” 이제 더 이상 공상 과학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애플의 신형 XR 기기 ‘Vision Pro’와 생성형 AI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3D 콘텐츠 제작 시스템 ‘Dream Space’가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런던 예술대학교와 중국의 기술 기업이 공동 개발한 이번 연구는, 기존 3D 콘텐츠 제작 방식의 복잡함과 비효율성을 뒤엎고, 누구나 20분 만에 가상 공간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제안했다.
그리고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손짓과 시선, 음성만으로 복잡한 VR 공간을 단시간에 구현해냈다.
“마우스와 키보드, 이제는 안녕”
3D 콘텐츠를 만든다는 건 여전히 고된 작업이다. 모델링 툴을 익히는 데만 수개월, 하나의 캐릭터를 완성하려면 40~60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통설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는 마우스와 키보드 기반이라, 실제 공간과 단절된 화면 속에서 작업을 이어가야 했다.
하지만 이런 한계를 애플 비전 프로와 생성형 AI가 허물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Dream Space’는 사용자가 말로 아이디어를 설명하면, AI가 바로 3D 모델이나 360도 환경을 만들어 보여준다. 예를 들어, “숲속 오두막”이라고 말하면 실제처럼 둘러볼 수 있는 가상 숲 공간이 생성된다.
그뿐만 아니다. 생성된 모델은 손으로 직접 움직이고 회전하며, 시선만으로도 객체를 선택할 수 있다. 마치 진짜 사물을 조립하듯 공간 위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디자이너의 머릿속을 XR로 옮기다
이번 시스템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생각하는 흐름’을 끊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 툴을 실행하고 → 기능을 찾아가며 → 결과를 확인하는 식의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Dream Space에서는 그 아이디어가 나오는 그 순간에 바로 가상 공간 위에 구현할 수 있다.
이러한 설계는 인간의 인지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연구팀은 “사용자는 공간에서 기능을 기억하지, 메뉴 트리에선 길을 잃는다”고 지적하며, 공간 기반의 UI 배치를 채택했다.
여기에 제스처, 시선, 음성 등 ‘멀티모달 입력 방식’이 더해지면서, 사용자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콘텐츠를 조작할 수 있다. 말로 명령하고, 눈으로 고르고, 손으로 조작하는 식이다.
“5분 만에 배우고, 20분 안에 완성했다”
20명의 참여자가 두 차례에 걸쳐 시스템을 테스트했다. 이들은 모두 3D 전문가가 아닌, 음악가, 식물 연구자, 마케팅 담당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일반인들이었다.
5분 만에 조작법을 익혔고, 20~30분 안에 복잡한 공간을 완성해냈다. NASA-TLX 인지 부하 측정에서도 ‘낮은 부담’을 기록했고, UEQ-S 사용자 경험 조사에서는 ‘재미있고 흥미롭다’는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한 참가자는 “SF소설 속 장면을 이렇게 직접 만들 수 있다니! 말 그대로 상상을 입체로 바꾸는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기술과 창의성 사이의 벽을 허물다
이 연구는 단순한 인터페이스 개선에 그치지 않는다. 핵심은 ‘누구나 창작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든다는 비전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이 기술을 교육, 예술, 의료, 도시 설계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계획이다.
또한 3D 프린팅, 소셜 기능, 멀티 유저 협업 기능 등도 향후 버전에 포함될 예정이라, 단순한 콘텐츠 제작 도구를 넘어 가상 공간 속 협업 플랫폼으로 진화할 전망이다.
마치며: 창작의 문턱은 더 낮게, 상상의 스케일은 더 넓게
Dream Space는 그 자체로 하나의 전환점이다. 전통적인 툴이 가진 높은 진입 장벽을 허물고, 말 그대로 “상상력을 입체화하는 시대”를 연 셈이다.
이 연구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인간 중심의 창작 도구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그 답은, 복잡한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