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환자의 걸음 회복, 일상으로 돌아가는 기쁨을 설계하다!




전 세계적으로 뇌졸중은 성인 장애의 주요 원인이다. 많은 환자가 편마비로 인해 보행 능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균형 감각을 잃어 낙상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효과적인 보행 재활은 환자의 자립과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다. 그런데 병원에서 흔히 사용하는 트레드밀 훈련은 속도와 경사를 제어할 수 있지만, 획일적인 환경 탓에 환자의 몰입도와 동기부여가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과 중국 푸젠중의대 공동 연구진은 모터 학습 원칙에 충실하면서도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VR 기반 트레드밀 훈련 시스템을 제안했다. 기존 연구가 보행 속도나 균형 지표 개선에 그쳤다면, 이 시스템은 데이터 기반 접근법으로 보행 운동학적 요소를 통합해 개별 맞춤형 난이도 조절과 다감각 피드백을 제공한다.


연구진은 먼저 Azure Kinect 센서를 활용해 환자의 전체 신체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모션 캡처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디지털 휴먼 모델(DHM)이 가상 아바타를 움직이는데, 각각 65개의 관절 구조와 46도의 자유도를 설정해 실제 관절 각도와 유사한 가상 움직임을 구현했다. 환자는 화면 속 아바타를 통해 자신의 다리 움직임을 눈으로 확인하며 관찰 학습(observational learning)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가상환경(VE)은 마을, 거리, 슈퍼마켓, 숲길, 등산로 등 여섯 개 시나리오로 구성됐다. 첫 번째 ‘산책 게임(Strolling Game)’에서는 숲속 길을 걷거나 마을 골목을 배경으로 햄스트링 강화와 보행 협응력을 높이는 훈련을 진행했다. 마트 선반 앞에 손을 뻗어 가상 물건을 고르는 ‘쇼핑 게임’은 보행 적응력과 상지 협응까지 함께 자극하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었다!


특히 ‘균형 게임(Symmetry Game)’은 두 발의 보폭을 실시간으로 그래프 형태로 제시해 환자가 자신의 좌·우 보행 대칭성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장애물 넘기 게임(Obstacle Stepover Game)에서는 무릎 관절 각도와 발의 지면 이탈 높이를 기준으로 장애물 높이가 자동 조절되며, ‘Stability Game’은 중심질량(COM)과 안정 여유압(MOS)에 따른 울타리 간격을 변화시켜 동적 균형을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여기에 기능을 좌우하는 세 가지 컨트롤러가 있다.


옵티컬 플로우 컨트롤러: 무릎 벡터 속도 기반으로 가상 속도를 부드럽게 조절해 실제 외부 환경을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적응형 난이도 컨트롤러: 20초간의 사전 측정(pre-training) 데이터를 바탕으로 초기 난이도를 설정한 뒤, 세 번의 연속 성공 시 난이도를 높이고, 세 번의 연속 실패 시 난이도를 낮춰 환자의 도전욕을 유지했다.


피드백 컨트롤러: 지식(KP/KR) 기반의 시각·청각 피드백을 빈도와 형태를 조절해 제공함으로써 환자가 자가 교정과 내적 피드백 활용 능력을 키우도록 했다.


특히 디지털 휴먼 모델과 피드백 컨트롤러가 결합된 구조는 기존 VR 재활 시스템과 차별화된다. 디지털 휴먼 모델은 관절 각도, 보행 대칭성, COM, MOS 등 수십여 개의 생체역학적 지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환자에게 정밀한 운동 피드백을 제공한다. 치료사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별 세션 목표를 세우고, 난이도 컨트롤러는 누적된 성취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도전 과제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이 과정은 마치 개인 PT(퍼스널 트레이너)가 늘 곁에서 환자의 리듬을 관찰하며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과 같다.


평가에는 물리치료사 8명과 뇌졸중 환자 11명이 참여했다. 물리치료사들은 학습 원칙 준수, 개인화, 반복 연습, 활성 참여, 접근성 디자인 등 항목에서 모두 평균 4점 이상을 기록했다. 시스템 사용성 척도(SUS) 점수는 76~84점으로, 80점 이상을 ‘우수’로 평가할 때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였다. 환자들도 TAM(기술수용모델) 설문에서 유용성, 사용 용이성, 재사용 의향 모두 평균 4점 이상을 얻어 “낯선 VR 훈련이지만 빠르게 적응됐다”, “실제처럼 몰입도가 높다”는 반응이 많았다.


환자는 “장애물 높이가 조금씩 올라가며 성취감도 커졌다”, “집에서도 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의견을 남겼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환자가 제한된 병실 안에서 트레드밀 위를 걷고 있다. 화면 너머 펼쳐진 가상 풍경이 그들에게 단조로움이 아닌 새로운 도전을 선사한다면 어떨까? VR-트레드밀 시스템은 바로 그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단계다.


뇌졸중 환자의 보행 재활은 단순 근력 강화만으로는 부족하다. 맥락적 환경과 반응적 난이도, 그리고 의미 있는 피드백이 결합될 때 진정한 운동 학습이 일어난다. 이번 연구는 VR-트레드밀 시스템에 이 세 가지를 모두 담아냈다. 앞으로 RGB 카메라 기반 모션 캡처와 경량화된 센서를 도입하면 비용과 장비 제약을 더욱 줄여, 집에서도 환자가 자발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물론 본 연구는 초기 평가 단계로, 다양한 운동 능력을 지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시스템이 보여준 가능성은 명확하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나아가는 그 순간이 현실 회복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출처:

Jiao, Y., Dajime, P. F., Zhang, Q., Reading, S., Smith, M.-C., & Zhang, Y. (2025). A clinically oriented VR-based treadmill training system for post-stroke rehabilitation: integration of motor learning and control principles. Virtual Reality, 29, 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