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간 해독기능에서 영감을 받은 인공지능, 'ALC 분류기'의 혁신
최근 한 연구에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ML)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시도가 소개되었다. 논문 "인공 간 분류기: 전통적인 기계 학습 모델의 새로운 대안 (Artificial liver classifier: a new alternative to conventional machine learning models)"(Jumaah et al., 2025)는 생물학적 시스템, 특히 인간의 간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분류 모델인 '인공 간 분류기(Artificial Liver Classifier, ALC)'를 제안한다. 이 글에서는 해당 연구의 내용을 일반 독자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 설명하고, 그 의미와 가능성에 대해 분석하고자 한다.
간에서 배운 머신러닝? ALC의 개념
기존의 머신러닝 분류기는 대부분 수학적 모델이나 인간 뇌의 뉴런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되었다. 그러나 ALC는 독특하게도 인간 간의 해독(detoxification) 기능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되었다. 간은 우리 몸의 해독 공장으로, 독소를 걸러내고 이를 무해한 물질로 바꾸어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이 생물학적 과정을 두 단계(Phase I과 Phase II)의 수학적 연산으로 모델링함으로써, 데이터 분류 문제를 처리하는 새로운 방식의 ML 모델을 고안했다.
Phase I: 산화 단계
입력 데이터를 '독소'로 간주하고, 이를 Cytochrome P450 효소에 해당하는 보조 인자(cofactor) 행렬과 곱해 반응성 화합물로 변환한다. 이 과정은 ReLU 활성화 함수로 비선형성을 부여하여, 실제 간에서만 일부 독소가 선택적으로 처리되는 메커니즘을 모방한다.
Phase II: 접합 단계
1단계를 거친 '활성화된 독소'는 이제 수용성 분자로 결합(conjugation)된다. 이는 또 다른 행렬 연산(Vitamin matrix)을 통해 모델링되며, 최종적으로 softmax 함수로 결과를 정규화하여 분류(classification)한다.
성능은 과연 어떨까? 실험 결과 분석
연구팀은 ALC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5가지 공개 데이터셋(Iris, Wine, Breast Cancer, Voice Gender, MNIST)을 활용해 비교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ALC는 Iris, Wine, MNIST 데이터셋에서 무려 100% 정확도를 기록했고, Breast Cancer 데이터셋에서도 99.12%라는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비교 대상: 기존의 대표 모델들
- SVM
- 로지스틱 회귀(Logistic Regression)
- MLP(다층 퍼셉트론)
- XGBoost 등
ALC는 대부분의 데이터셋에서 이들과 동등하거나 더 나은 성능을 보였다. 특히 MNIST에서 99.75%의 정확도를 기록하며, 고성능 모델로 평가받는 SVM이나 MLP를 앞섰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주목할 점: 과적합 최소화
ALC는 단순히 정확도만 높은 것이 아니다. 학습 데이터와 검증 데이터 사이의 성능 차이인 '과적합(gap)'이 매우 낮아 일반화 성능이 뛰어나다. 이는 모델이 새로운 데이터에 대해서도 높은 신뢰도를 유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생물학에서 배운 설계 철학: 왜 '간'인가?
연구진은 왜 하필 간에서 영감을 얻었을까? 간은 단순히 독소를 제거하는 장기가 아니라, 적응성(adaptability), 선택성(selectivity), 반복적 처리능력이라는 특징을 지닌 복잡한 생물학적 시스템이다. 이러한 특성은 복잡하고 비선형적인 데이터 환경에서 요구되는 머신러닝의 조건과도 잘 부합한다.
개인적으로 이 연구가 흥미로운 점은 '해독'이라는 기능을 분류(classification)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입력 데이터 = 독소, 출력 레이블 = 배출 대상이라는 비유는 매우 창의적이며, 생물학과 AI의 융합이 어떻게 새로운 알고리즘 디자인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최적화는 어떻게 했을까? 개선된 FOX 알고리즘(IFOX)
ALC는 단순한 연산만으로 구성되었지만, 학습 과정에서는 최적화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기존의 FOX(Fox Optimization Algorithm)를 개선한 IFOX를 사용했다. 이 알고리즘은 붉은 여우의 사냥 행동(도플러 효과 기반의 소리 감지, 도약 거리 계산 등)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한 최적화 기법이다.
IFOX는 탐색과 활용 사이의 균형을 동적으로 조정함으로써, 기존 최적화 알고리즘보다 빠른 수렴성과 높은 안정성을 보였다. 실제로 여러 벤치마크 함수에서 IFOX는 기존 FOX, PSO, FDO 등 다른 메타휴리스틱 알고리즘보다 낮은 손실값을 기록했다.
활용 가능성과 미래 전망
ALC는 단순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능을 보여주며,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실질적인 응용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 리소스 제약 환경: 연산량이 적고 학습 시간이 짧아 IoT, 임베디드 시스템 등 리소스가 제한된 환경에 적합하다.
- 멀티클래스 문제: 다양한 클래스가 존재하는 데이터셋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보임.
- 생체 모사 알고리즘 개발의 기초: 간의 다른 기능(예: 아미노산 대사, 혈액 여과 등)을 모델링하여 다른 종류의 ML 문제 해결에도 확장 가능.
개인적으로 이 연구는 '설계의 생체모사화'라는 큰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는 프로젝트라고 생각된다. 기존의 수학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생물학 시스템의 원리를 단순화하여 적용함으로써 성능과 해석 가능성(interpretable AI)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 뇌만이 아니라, 간도 배울 점이 있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뇌 기반 인공지능(AI) 모델에 대항할 수 있는 새로운 생물학적 영감을 제시했다. 간이라는 장기의 기능을 모사한 ALC는, 머신러닝 모델 설계에 있어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향후 다양한 생체 기반 알고리즘의 출현을 기대하게 한다. 앞으로는 'AI는 뇌를 닮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AI는 다양한 장기에서 배울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이 자리 잡길 기대한다.
출처 논문
Jumaah, M. A., Ali, Y. H., & Rashid, T. A. (2025). Artificial liver classifier: a new alternative to conventional machine learning models. Frontiers in Artificial Intelligence, 8, 1639720. https://doi.org/10.3389/frai.2025.1639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