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 향상, 인공지능과 뇌자극이 손잡았다
운전 중 깜빡 졸거나, 업무 중 한참 멍을 때리는 순간. 누구나 겪는 이런 ‘주의력 이탈’은 때로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런데 집에서 간단한 장비와 인공지능(AI)만으로 이런 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영국 서리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한 최신 연구는 이 상상이 현실로 다가왔음을 보여줍니다. AI와 뇌 자극 기술을 결합해 ‘개인 맞춤형 뇌 자극 시스템’을 개발하고, 실제로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그야말로 ‘두뇌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뇌 자극, 효과는 있는데 사람마다 다르다?
최근 몇 년 사이, 뇌를 자극해 인지 능력을 높이려는 기술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경두개 전기 자극(tES)’ 방식이 있습니다. 이는 두피에 미세한 전류를 흘려 뇌의 특정 영역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비교적 안전하면서도 집중력이나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꾸준히 보고됐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효과가 들쭉날쭉’하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전혀 변화가 없습니다. 뇌의 생김새나 기본적인 능력치가 제각각인 사람에게 동일한 자극을 주는 건 어쩌면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전략이었습니다.
이 연구팀은 이 점에 주목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같은 강도의 전류를 흘리면 안 된다. 개인마다 최적의 자극 조건이 따로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맞춤형 최적화 알고리즘’을 만들었습니다.
AI가 추천하는 나만의 뇌 자극법
연구진이 개발한 시스템은 사용자의 기본 집중력과 머리 둘레를 기반으로 최적의 전류 세기를 계산해줍니다. 단순히 "전류 세기를 더 세게!"가 아니라, 너무 약해도 안 되고, 너무 강해도 오히려 성능이 떨어지는 역U자형 반응 곡선을 기반으로 합니다.
시스템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수집하고, AI가 분석해 개인별 자극 강도를 자동으로 조정합니다. 사용자는 머리둘레를 재고, 태블릿으로 집중력 테스트를 수행하며, 뇌 자극 기기를 착용해 집에서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놀랍게도, 이런 방식으로 자극을 받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집중력이 유의미하게 향상됐습니다. 특히 원래 집중력이 낮았던 사람들에서 효과가 더 컸습니다.
실험, 그리고 데이터가 말해주는 효과
이번 연구는 총 세 단계로 나뉘어 진행됐습니다.
1단계에서는 AI가 사람마다 최적의 자극 강도를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를 실험했습니다. 이를 통해 '기본 집중력이 낮을수록 효과적인 자극 세기가 낮다'는 패턴을 파악했습니다.
2단계에서는 가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 AI가 기존 무작위 탐색 방식이나 일반 최적화 알고리즘보다 얼마나 효율적인지를 비교했습니다. 결과는? pBO(personalized Bayesian optimization) 알고리즘의 완승이었습니다.
3단계는 진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실험했습니다. 참가자들은 AI가 제안한 자극(pBO), 일반 자극(1.5mA), 그리고 가짜 자극(플라시보)을 각각 경험했습니다.
그 결과, 집중력이 원래 낮았던 참가자들은 pBO 자극을 받을 때 성능이 눈에 띄게 향상됐습니다. 반면, 원래 집중력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뚜렷한 효과가 없었습니다. 이는 뇌가 ‘최적의 자극 상태’에 도달할 때만 반응한다는 기존 이론과도 일치합니다.
또한 뇌 자극이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피로감, 두통, 어지러움 등은 모두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뇌 과학, 이제는 집에서 즐긴다?
이번 연구의 또 다른 혁신은 바로 ‘집에서 할 수 있는 뇌 자극’이라는 점입니다. 연구에 참여한 이들은 장비를 택배로 받고, AI 시스템은 클라우드를 통해 업데이트됩니다. 사용자는 자가 측정과 간단한 조작만으로 뇌 자극 실험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은 연구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 현실 세계에 적용 가능한 뇌 기술을 구현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됩니다. 교육, 업무, 일상생활 속에서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기술은 집중력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뇌 기능이 원래 떨어지는 사람에게 더 큰 효과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이는 뇌 자극이 오히려 사회적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윤리적인 우려를 줄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남은 과제는?
물론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습니다. 참가자 중 일부는 집중력이 극단적으로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여 데이터에서 제외됐습니다. 또 이 시스템이 정말 다양한 환경에서도 잘 작동하는지는 더 많은 검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 시스템이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가운데 ‘건강한 삶’(SDG3)과 ‘불평등 해소’(SDG10)에 기여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AI가 이끄는 뇌 자극 기술은 더 많은 사람에게 인지적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의료·교육 현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
Cohen Kadosh, R., Ciobotaru, D., Karstens, M. I., & Nguyen, V. (2025). Personalized home based neurostimulation via AI optimization augments sustained attention. npj Digital Medicine, 8(463). https://doi.org/10.1038/s41746-025-017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