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피부를 닮은 인공지능 전자피부의 혁신




 — 촉각 인지의 새로운 가능성

서론: 로봇이 촉감을 느끼는 시대


로봇이 물체를 감지하고 구별하는 능력은 인간과 협력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다. 특히, 인간처럼 '촉감'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은 의료용 로봇, 의수, 산업용 협업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전자피부(e-skin)' 기술이 주목받고 있으며, 이 기술의 정밀성과 반응성을 인간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논문은 인간의 촉각 시스템을 정교하게 모사한 전자피부 시스템을 개발하여, 인공지능 기반 촉각 인식 능력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린 사례다.


연구 배경: 인간 촉각 시스템의 정교함


인간의 피부에는 다양한 기계적 자극을 감지하는 네 가지 주요 종류의 촉각 수용기(기계수용체)가 있다. 그중에서도 Type II 수용기(특히 SAII와 FAII)는 깊은 진피층에 존재하며 넓은 수용영역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수용기의 기능은 피부에 가해진 자극의 위치와 강도를 인식하고 미세한 차이까지 구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생물학적 모델을 기초로 하여 전자피부 설계에 적용함으로써, 기존 전자피부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본론: 생체모사 전자피부와 스파이킹 신경망(SNN)


전자피부(e-skin) 설계

연구팀은 인간 팔뚝의 구조와 유사한 곡면형 전자피부를 설계하고, 여기에 21개의 광섬유 브래그 격자(FBG) 센서를 삽입했다. 이 센서들은 다양한 압력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 반응을 통해 자극의 위치를 추정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이 센서들의 반응 특성이 실제 SAII 및 FAII 수용기의 반응과 유사하게 나타났다.

스파이킹 신경망 기반 정보 처리

전자피부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연구팀은 생물학적 신경망을 모사한 2단계 스파이킹 신경망(SNN)을 구축했다. 첫 번째 계층은 126개의 1차 신경세포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FBG 센서의 출력을 SAII와 FAII의 반응을 모사한 형태로 변환한다. 두 번째 계층은 1,036개의 큐네이트 뉴런(CNs)과 억제성 인터뉴런(INs)으로 구성되며, 이들은 서로 얽힌 복잡한 연결망을 통해 자극의 위치 정보를 학습하고 추론한다. 특히 칼슘 기반 시냅스 가소성(CaDP)을 적용한 학습 알고리즘은 지도학습이 아닌 자율 학습(unsupervised learning)을 가능케 한다.

위치 인식 정확도와 생체 모사 수준

학습 후 이 신경망은 자극 위치를 평균 14.1mm 오차 내에서 정확히 추정할 수 있었고, 센서 밀도가 높은 중심 영역에서는 오차가 10mm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인간 팔뚝의 촉각 정확도와 비슷한 수준이며, 기존 전자피부 기술과 비교할 때 획기적인 성능 향상이라 할 수 있다.

이중 접촉 구분 능력 (Two-point discrimination)

놀라운 점은, 추가 학습 없이도 두 개의 서로 다른 접촉을 구별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 임계값은 약 42mm로, 이는 인간 팔뚝의 2점 구별 역치(30~45mm)와 유사하다. 이는 해당 신경망이 진정으로 생물학적 촉각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모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개인적 해석과 시사점


흥미롭게도, 이 연구는 단순히 센서를 더 정교하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뇌의 감각 정보 처리 방식을 정밀하게 모사하는 데 중점을 둔다. 특히 '큐네이트 핵'을 모델링하여 신경망에 통합한 접근은 기존 시도들과의 뚜렷한 차별점이다. 개인적으로 이 접근은 신경공학과 인공지능의 접점에서 중요한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예를 들어, 이 기술이 발전하면 로봇이 단지 물체를 '잡는' 수준을 넘어 '감각하고 구별하며 적응하는' 수준으로 진화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연구는 단순히 기술적인 응용뿐 아니라, 인간 신경계의 작동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데도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생물학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시뮬레이션하고, 다양한 뉴런 모델과 시냅스 학습 규칙의 효과를 실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 인간 감각을 닮은 인공지능의 미래


이 연구는 전자피부의 정밀도와 생체모사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림으로써, 촉각 정보의 위치 인식과 두 지점 구별 능력에서 인간 수준의 성능을 구현했다. 또한 자율 학습 기반의 스파이킹 신경망을 통해, 더욱 유연하고 적응력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향후 이 기술이 로봇 공학, 재활의료, 감각 보철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용화된다면, 우리는 진정한 '촉각을 느끼는 로봇'과 함께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출처
Ana Clara Pereira Resende da Costa, Mariangela Filosa, Alcimar Barbosa Soares, Calogero Maria Oddo. (2025). Type II mechanoreceptors and cuneate spiking neuronal network enable touch localization on a large-area e-skin. Nature Machine Intelligence. https://doi.org/10.1038/s42256-025-01076-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