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방사선치료, AI가 그리는 ‘맞춤 타겟 지도’
뇌종양 치료의 핵심 무기 중 하나는 방사선치료다. 특히 악성 뇌종양의 대표 주자인 ‘교모세포종(GBM)’은 수술로 최대한 절제한 뒤, 방사선과 항암제를 병행하는 표준 치료가 이어진다. 문제는 방사선을 어디까지, 어떻게 쏠지다. 지금까지는 MRI에서 보이는 병변 경계에 1~2cm를 균일하게 확장해 치료 범위를 정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종양의 ‘침투성’을 무시한다. 종양 세포는 불규칙하게 뻗어 나가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도 숨어 있다. 반대로, 괜히 멀쩡한 뇌 조직을 쏘아버려 인지 기능 저하나 삶의 질 악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기존 방식의 한계
표준 치료 지침은 단순하다. 수술 후 촬영한 조영증강 T1 MRI와 T2-FLAIR 영상에서 병변을 표시하고, 거기에 일정 거리(1.5~2cm)를 더해 방사선 조사 범위를 설정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환자의 10~37%에서 종양이 그 범위를 넘어 재발한다. 반대로 조사 범위 안의 최대 60%는 멀쩡한 뇌일 수 있다. 방사선을 많이 맞을수록 기억력 저하, 언어 능력 손실 같은 부작용 위험은 커진다.
AI의 무기: 보이지 않는 종양 감지
연구팀은 두 가지 첨단 MRI 기법에 주목했다.
- DWI(확산강조영상): 세포 밀도와 물 분자의 움직임을 분석해,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침윤 부위를 포착한다.
- ¹H-MRSI(양성자 자기공명 분광영상): 콜린·크레아틴·NAA 등 대사물질 농도를 측정해 종양 대사 활성을 읽어낸다.
이 영상 데이터를 입력받은 AI는, 환자의 뇌에서 향후 종양이 다시 자랄 가능성이 높은 부위를 ‘픽셀 단위(voxel-wise)’로 예측했다. 이어 딥러닝 기반 3D U-Net 모델로 예측 부위를 하나의 연속된 방사선 치료 영역(CTV)으로 변환했다.
결과: 더 정확하고, 덜 해로운 타겟
101명의 GBM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AI가 만든 CTV는 기존 방식보다 ‘민감도’와 ‘특이도’ 모두에서 이점을 보였다.
- 민감도(재발 부위를 놓치지 않는 능력): EORTC 지침(0.74)보다 훨씬 높은 0.92.
- 특이도(정상 조직을 불필요하게 포함하지 않는 능력): RTOG 지침(0.79)보다 높은 0.89.
즉, EORTC처럼 재발 부위를 놓치는 일은 줄이고, RTOG처럼 멀쩡한 뇌를 많이 쏘는 일도 줄였다. 심지어 환자별 종양 크기에 따라 손실함수 파라미터를 조정하는 ‘맞춤 학습’으로 성능을 끌어올렸다.
의미와 한계
이 연구는 방사선 치료 계획에 ‘생물학적 정보’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시도다. 기존에는 단순히 보이는 범위만 확장했지만, 이제는 “어디서 재발할지”라는 예측이 가능해진다. 연구팀은 앞으로 이 AI를 임상시험에 적용해, 실제 생존율·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다만 ¹H-MRSI는 아직 모든 병원에서 표준적으로 촬영하지 않는다. 데이터 수집 범위나 해상도도 제한적이었다. 또 이번 연구는 후향적 분석이어서, 실제 치료 결과를 반영한 임상 검증이 필요하다.
결국, 목표는 ‘정밀 타격’
방사선은 강력한 무기지만, 오·남용 시 위험하다. AI가 설계한 맞춤형 표적 지도는 이 무기를 더 똑똑하게 쓰는 방법을 제시한다. 언젠가 환자마다 다른 ‘방사선 맞춤 지도’가 진료실에서 출력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