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혁신인가 위기인가: 인공지능이 사회를 바꾸는 두 얼굴




아침에 스마트폰을 열자마자 우리는 이미 인공지능과 마주한다. 일정 알림이 뜨고, 뉴스가 요약되고, 이동 경로가 추천된다. 이렇게 삶의 전면으로 들어온 AI가 사회 전체를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최근 발표된 한 리뷰 논문은 의료, 금융, 교육, 제조, 교통, 행정 등 다양한 분야의 사례를 모아 “AI가 혁신의 촉매이자 혼란의 씨앗”이라는 양면성을 조목조목 짚었다. 특히 일자리, 프라이버시, 편향과 같은 뜨거운 논쟁거리에 대해 “장밋빛 기대와 냉정한 리스크 관리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말한다.

 

왜 지금, 왜 AI인가

AI의 역사는 두 갈래로 요약된다. 규칙과 논리로 추론하는 기호주의(‘고전 AI’)와, 데이터에서 패턴을 학습하는 연결주의(오늘날의 머신러닝/딥러닝)다. 전자는 사람이 만든 규칙을 착실히 따르고, 후자는 경험에서 스스로 규칙을 끌어낸다. 이 차이는 곧 사회적 파장으로 이어진다. 규칙 기반 시스템은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를 설명하기 쉽지만 확장성이 약하고, 딥러닝은 성능이 뛰어나도 투명성이 떨어진다.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성능과 설명 가능성의 균형인데, 지금의 AI 붐은 후자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그만큼 정책과 윤리의 안전장치가 중요해졌다.

 

어디서 어떻게 쓰이고 있나

의료부터 보자. 영상 판독과 응급 트리아지에 AI가 투입되면서 CT·MRI에서 이상 소견을 빠르게 걸러내고, 전자의무기록 데이터를 바탕으로 질병 위험을 예측한다. 오진 가능성과 데이터 편향이라는 숙제가 남았지만, 판독 지연을 줄이고 환자 경과를 조기에 포착한다는 점은 분명한 이득이다. 한편 연결성이 높아질수록 병원망은 사이버 보안 위협에 더 취약해진다. AI가 보안을 돕기도(이상 징후 탐지) 하지만, 공격자도 AI를 쓴다. 방패와 창이 동시에 날카로워지는 셈이다.

 

금융에서는 텍스트(뉴스·공시)와 수치 데이터를 함께 분석해 종목을 고르고, 딥러닝으로 금융기관 간 상관관계에서 ‘시스템 리스크’를 예측한다. 사기탐지·규제 준수 자동화도 보편화됐다. 다만 모델이 왜 그 결론에 도달했는지 설명하기 어렵고(블랙박스), 알고리즘이 군집적으로 같은 신호에 반응하면 오히려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성능만큼 거버넌스가 중요한 이유다.

 

교통 분야의 화두는 자율주행이다. 보고서는 “실용적인 전기 자율차의 확산이 자동차 산업의 가치사슬을 뒤흔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소유 중심에서 ‘이동 서비스’ 중심으로 무게가 옮겨가고, 차량은 대부분의 시간을 정차 상태로 보내는 비효율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규제, 표준, 인프라가 따라오지 않으면 혁신은 종이 위에 머문다.

 

교육에서는 개인화 학습과 행정 자동화가 빠르게 확산한다. 동시에 ‘교사 디스킬링’ 우려, 평가 알고리즘의 편향, 접근성 격차가 제기된다. 보고서는 K-12 단계부터 AI 기초 교육을 도입해 시민으로서의 ‘AI 리터러시’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술 사용법만이 아니라, 데이터 윤리와 모델 한계를 함께 가르치자는 제안이다.

 

제조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SME) 간 격차가 크다. 값싸고 설치가 쉬운 현장형 AI가 부족해 자동화의 과실이 일부에 집중된다. 논문은 ‘AIMS(기계감시 AI)’ 같은 경량 솔루션으로 설비 상태를 실시간 감시하고 이상을 조기에 탐지하는 접근을 소개한다. 핵심은 화려한 클라우드가 아니라, 현장에서 사람이 이해하고 제어할 수 있는 도구라는 메시지다.

 

사회적 파장 — 일, 권리, 공정성

AI가 일자리를 얼마나 대체할까? 보고서는 “루틴한 업무는 자동화 충격이 크고, 창의·공감·전략 판단이 필요한 일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정리한다. 다만 ‘총량의 일자리’만 볼 게 아니라, 임금·숙련 구조의 변화, 업무 범위 축소 같은 ‘디스킬링’도 주목해야 한다. 그래서 정부와 기업의 재교육·전환지원이 필수다. 단기 생산성 향상이 장기적 불평등 확대를 낳지 않게 하려면, 안전망과 스킬 업그레이드를 동시에 설계해야 한다.

 

프라이버시는 더 복잡하다. 알고리즘이 삶의 중요한 결정을 돕는 순간, 설명과 이의제기의 권리는 곧 기본권이 된다. AI는 불투명한 입력과 가정에 의존하기 쉽고, 데이터에 스며든 인간의 편견을 ‘수학적 권위’로 재생산할 위험이 있다. 의료·채용·대출처럼 민감한 분야일수록 투명성, 감사 가능성, 책임소재를 제도화해야 한다.

 

편향과 차별은 기술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다. 데이터는 사회의 그늘까지 담아온다. 따라서 ‘공정한 AI’는 데이터 수집 설계, 라벨링 과정의 다원성 확보, 영향평가, 사후 모니터링이 함께 돌아갈 때 가능하다. 유럽연합의 포괄적 규제, 미국의 부문별 접근, 중국의 중앙집중 전략처럼 각국이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기에, 최소한의 국제적 상호운용성과 인권 보호 원칙을 맞추는 협력이 필요하다.

 

공공 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행정에서의 알고리즘 의사결정은 대규모 변수를 다루고 일관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데이터 품질이 나쁘거나 ‘설명할 권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신뢰가 무너진다. ‘효율성’이라는 명분이 민주적 대표성과 책임성을 약화시키지 않도록, 설계 단계부터 정치·법적 목표와 정합성을 점검해야 한다.

 

환경 발자국 — 친환경인가, 전력 먹는 하마인가

AI는 기후·생태 문제 해결에 쓰이는 동시에, 대규모 연산과 데이터 센터로 에너지와 자원을 소비한다. 보고서는 모델 훈련의 전력 사용, 칩 생산의 소재·공정, 데이터 이동의 탄소 비용까지 전체 수명주기를 보자고 제안한다. 효율적 모델링(적정 데이터·파라미터), 재생에너지 전환, 냉각·부하 최적화 같은 실천이 ‘녹색 AI’를 현실로 만든다.

 

보안과 감시 — 누가 누구를 지키나

사이버보안에서 AI는 이상 행위를 조기에 찾아내는 수호자이지만, 반대로 적대적 공격을 자동화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결국 방어와 공격이 동학을 이루는 ‘게임’으로 이해해야 한다. 물리 공간에선 대규모 감시의 기술적·상업적 동기가 커졌다. 공공안전과 사생활 보호의 줄다리기에서, 투명한 기준과 독립적 감시가 민주사회가 의지할 마지막 방어선이다.

 

결론 — 사람을 중심에 두는 설계

이 리뷰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AI는 “착한 기술”도 “악의 기술”도 아니다. 우리가 어떤 목표를 세우고, 어떤 규칙을 정하고, 어떤 책임을 지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따라서 정책은 세 갈래로 움직여야 한다. 첫째, 위험 기반 규제로 고위험 영역의 안전장치를 강화한다. 둘째, 재교육과 전직 지원으로 전환의 비용을 사회가 함께 나눈다. 셋째, 투명성·감사·설명 가능성 같은 원칙을 표준화해 신뢰를 축적한다. 기술은 단숨에 사회를 바꾸지 않는다. 그러나 올바른 방향타가 있을 때, 기술은 사회가 원하는 변화를 더 빨리, 더 넓게 가져온다. 그 방향타는 결국 사람이다.

 

 


출처:

Brandao, P. R. (2025). The impact of artificial intelligence on modern society. *AI, 6*(8), 190. [https://doi.org/10.3390/ai6080190](https://doi.org/10.3390/ai6080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