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줄넘기: 아이들의 기초운동능력 평가에 혁신을 가져오다
서론: 기초운동능력, 왜 중요한가?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혀야 할 기본적인 움직임들—뛰기, 던지기, 달리기 같은 행동은 단순한 놀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기초운동능력(Fundamental Motor Skills, FMS)'은 평생의 신체 활동 습관과 건강한 삶을 위한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체육 교육은 종종 스포츠 기술 습득에 집중하는 나머지 이 핵심적인 기본기 개발을 소홀히 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논문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본 운동 기술 평가: 줄넘기 성능을 위한 FUS 테스트의 타당성과 신뢰도(Artificial intelligence-enhanced assessment of fundamental motor skills: validity and reliability of the FUS test for jumping rope performance)"는 이러한 문제에 인공지능(AI)이라는 혁신 기술로 해법을 제시한다. 특히 줄넘기라는 특정 운동 과제를 중심으로, AI 기반 평가 시스템의 타당성과 신뢰도를 입증한 이 연구는 교육 현장과 아동 발달 분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존 평가 방식의 한계와 AI의 가능성
기초운동능력을 평가하는 데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측정 가능한 결과(예: 얼마나 멀리 던졌는가)를 중심으로 하는 결과지향적 평가이고, 다른 하나는 동작의 질과 형태를 분석하는 과정지향적 평가다. 후자가 보다 정확한 능력 평가를 가능하게 하지만, 시행에는 높은 전문성과 시간, 자원이 요구된다. 실제로 많은 교사들이 이 과정을 부담스러워하며, 평가 자체를 회피하거나 단순화된 도구에 의존한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과 AI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특히, 이번 연구는 AI가 줄넘기 수행을 어떻게 자동으로 평가하고, 전문가 수준의 판단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보여준다.
연구의 핵심: FUS 테스트와 AI 시스템
연구진은 폴란드의 초등학생과 대학생 총 236명을 대상으로 줄넘기 과제를 수행하게 하고, AI가 이를 분석하도록 했다. AI 시스템은 Google의 MoveNet 딥러닝 모델을 활용하여 17개 신체 부위의 움직임을 초당 10프레임으로 추적했다. 평가 기준은 다음 다섯 가지였다:
- 연속성: 멈추지 않고 줄넘기를 지속했는가?
- 리듬감: 점프가 일정한 리듬으로 이루어졌는가?
- 팔/손목 사용: 줄을 회전시키는 팔의 위치와 손목 사용이 적절한가?
- 무릎/엉덩이 굴곡: 착지 및 점프 시 관절의 움직임이 적절한가?
- 중앙 위치 유지: 정해진 위치에서 균형 잡힌 자세로 수행했는가?
이 AI는 각각의 항목을 0 또는 1로 평가했고, 총점을 통해 수행 수준을 판단했다.
결과: 전문가 수준의 AI, 교육 현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결과는 놀라웠다. AI의 평가 결과는 숙련된 전문가의 판단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했다. 개별 항목에 대한 Cohen's kappa 계수는 0.83~0.87로, 이는 '거의 완벽한 일치' 수준이다. 전체 점수에 대한 신뢰도는 ICC 0.96으로 매우 높았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AI 자체의 '자기 일관성(intra-rater reliability)'이 완벽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반복 평가에서도 점수 변동이 전혀 없었다는 것은, 사람이라면 피할 수 없는 피로, 편견, 판단 오류 등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의미다. 전문가가 AI의 점수를 검토하고 수정했을 때도 일치도는 오히려 더 향상되었다.
비판적 시각: AI 만능주의를 경계하며
하지만 모든 것이 장밋빛은 아니다. 연구는 영상의 품질, 배경 대비, 조명 등 환경 요소에 따라 AI의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음을 명시했다. 또한 줄넘기라는 단일 과제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달리기나 던지기 같은 다양한 FMS 과제에의 일반화는 아직 미지수다.
또한, AI가 빠르게 점프를 재개한 경우를 '연속성 유지'로 오판하거나, 착지 시간이 조금 길었다고 해서 '리듬감 부족'으로 과소평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AI 알고리즘이 인간처럼 맥락을 고려하지 못하고, 정량적 기준만으로 판단한다는 한계를 드러낸다. 따라서, 향후 알고리즘의 세밀한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실생활 적용 가능성과 교육적 잠재력
이 연구가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단순한 기술 검증을 넘어, 실제 교육 현장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AI 기반 평가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장점을 제공할 수 있다:
- 시간 절약: 교사가 일일이 평가할 필요 없이 AI가 자동으로 채점
- 공정성 확보: 사람마다 다른 판단 기준을 제거
- 자기 주도 학습: 학생이 자신의 동작을 영상으로 확인하고 교정 가능
- 규모 확장성: 수십 명의 학생도 동시에 빠르게 평가 가능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AI가 단순히 교사의 일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사에게 피드백의 시간과 여유를 돌려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교사는 보다 창의적이고, 학생 맞춤형 수업을 설계할 수 있게 된다.
결론: AI는 보조자가 될 때 가장 강력하다
이번 연구는 AI가 전문가 수준의 기초운동능력 평가를 실시간으로 수행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입증했다. 특히 신뢰도, 타당도 모두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교육, 스포츠, 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기술이 완벽하다는 전제는 금물이다. AI는 어디까지나 도구이며, 그 도구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전문가의 통찰, 교사의 교육적 안목, 아동 개개인의 특성을 이해하는 인간적 요소는 여전히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우리에게 분명한 미래를 보여준다. 디지털 기술과 AI가 접목된 교육 현장은 더 이상 공상 과학이 아니라, 우리가 주도적으로 설계해야 할 현실이다.
출처 논문
Makaruk, H., Porter, J. M., Webster, E. K., Makaruk, B., Tomaszewski, P., Nogal, M., Gawłowski, D., Sobański, Ł., Molik, B., & Sadowski, J. (2025). Artificial intelligence-enhanced assessment of fundamental motor skills: validity and reliability of the FUS test for jumping rope performance. Frontiers in Artificial Intelligence, 8, 1611534. https://doi.org/10.3389/frai.2025.1611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