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디지털 대전환, 누가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한때 교실 칠판 앞에서 분필을 든 교수의 강의가 전부였던 대학 교육. 그러나 지금, 그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줌(Zoom)으로 수업을 듣고, 구글 드라이브로 과제를 제출하고, 인공지능이 학생의 학습패턴을 분석해 학습법을 추천하는 시대. 우리는 그야말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이하 DT)’의 중심에 있다.

그렇다면 대학 구성원들은 이 거대한 변화에 얼마나 적응했을까? 페루의 한 국립대학교 연구진은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학생, 교수, 졸업생 107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이해와 수용도를 측정했다. 그리고 이들이 밝혀낸 사실은 꽤 흥미롭다.


강의보다 뜨거웠던 3일간의 DT 교육

연구진은 우선 간단한 설문조사를 통해 참가자들의 사전 지식을 점검했다. 이후 ‘디지털 전환의 이해’, ‘디지털 도구와 기술’, ‘정보보안’, ‘대학의 기술 인프라’ 등 6가지 주제를 담은 3일간의 온라인 교육을 실시했다. 마지막으로 다시 설문을 진행해 교육 전후의 변화를 비교했다.

각 항목은 5점 척도로 구성됐다. 1점은 ‘전혀 모름’, 5점은 ‘잘 알고 있음’을 의미한다. 분석은 정규분포가 아님이 확인되어, 비모수 검정인 윌콕슨 검정(Wilcoxon signed-rank test)을 활용했다.




가장 몰랐던 분야, 가장 많이 배운 분야

가장 인상적인 결과는 ‘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ies)’에 대한 인식 변화였다. 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팅, 스마트 튜터링 같은 첨단 기술이 바로 여기에 속한다. 교육 전후 모든 문항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향상을 보였고, p-value는 무려 10^-17 수준. 말 그대로 ‘확실한 변화’였다.

다음으로는 ‘정보기술 보안’과 ‘기술 인프라’에 대한 이해도도 크게 향상됐다. 디지털 시대에 보안을 빼놓을 수 없는 만큼, 참가자들의 관심도 높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디지털 문화’라는 항목에서는 한 문항의 변화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특히 ‘당신은 디지털 전환 과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의향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는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것을 넘어서, 문화적 수용과 태도의 변화가 더디다는 뜻이다.



누가 더 많이 변했을까?

참가자들의 특성을 살펴보면, 남성(84.1%)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학생(71%)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어떤 집단이 변화에 가장 적극적이었을까?

분석 결과는 다소 놀랍다. 여성이 전반적으로 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특히 ‘디지털 도구’와 ‘파괴적 기술’ 항목에서 두드러졌으며, 이는 교육 후 자기효능감이나 관심도 측면에서 여성의 적극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역할별로 보면, 교수진이 가장 높은 점수를 보였고, 학생은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실무 경험과 기술 노출 정도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졸업생은 그 중간쯤에 위치했다.

그리고 가장 흥미로운 결과 중 하나는 연령대에서 나타났다.
35세~44세, 그리고 45세~54세 연령대 참가자들이 ‘파괴적 기술’ 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특히 35세에서 44세 그룹은 ‘디지털 전환의 원리와 개념’ 이해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이들은 대체로 현업에서 활동 중인 교수나 경력자일 가능성이 높아, 기술 변화에 대한 인식과 필요성에 더 민감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15세~24세 청년층은 디지털 기술에 익숙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대와 달리, 교육 전후 변화 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기술을 ‘소비자’로만 경험해왔던 한계일 수도 있다.






모두가 "만족했다", 하지만 부족한 점도 있었다

참가자들에게 교육 만족도를 물었을 때, 평균 점수는 5점 만점에 4.5점 수준이었다. 특히 “다른 사람에게 이 교육을 추천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가장 높은 응답을 보였다. DT가 낯설기만 한 단어가 아니라는 것을 직접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단호히 말한다. “모두가 디지털 전환을 안다고 착각할 뿐, 실은 모른다.” 실제로 ‘혁신(Innovation)’과 ‘실시간 데이터 접근’ 같은 핵심 개념은 교육 이후에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추상적인 개념보다 실질적인 예시와 연습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또한 디지털 전환이 기술적 변화만이 아님을 강조한다. ‘디지털 문화’라는 항목이 약한 개선을 보인 점은 이를 방증한다. 교육만으로는 조직 내 변화와 수용을 이끌어내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 자발적 참여와 문화적 수용을 위한 지속적인 유도와 인센티브가 요구된다.


대학은 지금 어디쯤 왔을까?

이번 연구는 단지 설문 결과에 그치지 않는다. 연구진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디지털 전환을 위한 구체적 전략을 제시한다.

  1. 차별화된 교육 전략
    전공, 연령, 역할에 따라 이해도 격차가 존재하는 만큼, 일률적 교육이 아닌 맞춤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교수진은 심화 학습, 학생은 기초 개념 위주의 실습 중심 교육이 적절하다.

  2. 문화 변화 유도
    기술 도입만으로는 부족하다. ‘왜 변화해야 하는가’에 대한 공감과 ‘함께 바꾸자’는 분위기 조성이 핵심이다. 자발적 참여를 이끄는 장치가 필요하다.

  3. 보안과 인프라 투자
    보안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다. 개인정보 보호와 윤리 교육이 병행되어야 하며, 기술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대학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



디지털 전환, 모두의 과제다

디지털 전환은 단지 유행이 아니다. 대학이 산업과 사회의 요구에 발맞추기 위한 생존 전략이자, 학생들의 미래를 준비시키는 필수 조건이다. 이번 연구는 그 실태를 숫자로 보여줬고, 방향도 제시했다.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이제 "어떻게 모두가 함께할 것인가?"로 바뀌어야 한다. 대학이라는 지성의 요람이 변화의 선두에 설 수 있도록 말이다.





출처
Aquino, J., Alarcón, R., Guevara, L., Bravo-Jaico, J., Germán, N., Valdivia-Salazar, C., Serquén, O., Maquen-Niño, G. L. E., & Tesén-Arroyo, A. (2025). Impact of digital transformation: assessing the knowledge and adoption of disruptive technologies in a higher education institution. Frontiers in Computer Science, 7, 1611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