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프가 바퀴를 달았을 뿐”을 넘어: 체화적(embodied) 텔레프레즌스가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바꾸는가
키보드·모니터·밝은 방 조명으로 대표되는 ‘표준’ 원격로봇 조종 UI 대신, 의자 자체를 돌려 로봇을 회전시키고, 조이스틱으로 전진/후진, 이중 디스플레이와 어두운 조명+헤드폰으로 몰입을 높이는 저비용·모듈식 세팅을 제안했다. 42명의 실험에서 이 ‘Novel’ 세팅은 존재감·재미·몰입을 끌어올리고, 충돌·불필요 회전·이동거리를 줄이며, 학습이 진행될수록 수행·에너지 효율을 크게 개선했다. 단, 멀미(SSQ)·신체적 부담은 상승했다.
왜 또 ‘텔레프레즌스 로봇’인가: 배경과 문제의식
텔레프레즌스 로봇은 교육·업무·보안·의료·가정 등 다양한 현장에서 원격의 현존감을 약속하지만, 실제 보급은 더디다. 흔한 혹평은 “Skype on wheels(스카이프에 바퀴만 달았다)”—불편한 조작, 낮은 공간 인지, 어색한 상호작용 때문이다. 연구진은 특히 존재감 부족과 높은 인지부하의 UI를 핵심 장애 요인으로 본다.
내 해석: 이 문제는 단순히 카메라 해상도나 지연(latency)의 기술 스펙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사람이 몸을 어떻게 쓰며(체화),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는지(감각 몰입)를 ‘로봇 인터페이스’에 이식해야 한다. 다시 말해, VR이 개척해 온 원리—존재감, 시야(FoV), 몰입, 신체-지각 일치—를 원격로봇 조종 UI로 번역해야 한다는 제안이 설득력 있다.
저비용·모듈식 ‘Novel’ 세팅의 설계 철학(Design Pillars)
연구진은 여섯 축으로 설계를 고정했다: 에이전시(완전 수동 조작), 직관·정밀 제어(조이스틱), 공간 인지(이중 화면), 몰입(어두운 조명·헤드폰), 편안함(젖혀진 의자·눈높이 디스플레이), 모듈성·접근성(로봇 하드웨어 무개조).
- 회전(heading): HMD 대신 의자 물리 회전 = 로봇 회전. 머리/몸 회전과 영상 변화의 불일치를 줄여 멀미 유발 요인을 억제하려는 전략이다.
- 이동(translation): 한 손 조이스틱으로 전·후진을 맡겨 정밀 입력과 휴대성, 힘 피드백을 확보. 휠체어 조이스틱 문헌과 로봇 제어 관행이 근거다.
- 공간 인지: 전방 카메라(상단 화면) + 하방 카메라(하단 화면)로 전진 경로와 근접 장애물을 분리 표기. FoV 확대와 깊이 단서 확보를 노렸다.
- 몰입 세팅: 조명 OFF +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으로 주변 방해 단서를 차단해 현시점 주의(attention)를 VE에 묶는다.
- 자세/편안함: 등받이 젖힌 자세 + 눈높이 화면이 근골격 부담을 낮추고 인지 과제 수행에 긍정적일 수 있음.
내 해석: 이 설계는 ‘고가의 HMD+모션트래킹’으로 가지 않고, 사용자 석(席)을 로봇과 동기화하는 절묘한 타협이다. 사용자-입력-시각의 동조(chair→heading, joystick→velocity)가 ‘조작→피드백’ 고리를 짧게 만든다. 집·사무실에서 책상·의자·태블릿만으로 구현 가능하다는 점은 보급성을 높이는 결정적 미덕이다.
실험 설계: 무엇을, 어떻게 비교했나
- 피험자: N=42, 교차(counterbalanced) 설계, Standard vs. Novel 각 3회 반복(총 6트라이얼).
- Standard: 밝은 조명, 스피커 출력, 책상 위 랩톱 1화면(상하 분할), 키보드 WASD로 전·회전. 업계 상용 인터페이스를 모사.
- 과제: 가상 주택을 정해진 경로로 돌며 9개 포인트의 물체/문구를 확인(전/하방 카메라를 번갈아 사용) – 시간 단축+충돌 최소화가 목표. 행동지표 7개(시간·충돌·충돌시간·이동거리·누적회전·평균 선속·회전속)와 이를 묶은 효율지표 6개(Standard/Novel 비율, 복합 성능/에너지 효율) 측정.
내 해석: 경로를 고정한 점은 ‘탐색/경로계획’ 변수를 제거해 순수 조작성(handling) 차이를 보게 만든 설계다. 다만 현실 업무는 경로가 고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후속연구는 자유 탐색·사회적 상호작용 상황으로 확장해야 한다.
핵심 결과: “더 느리게 시작했지만, 더 똑똑하게 끝냈다”
1) 존재감·몰입
- Novel이 전반적·공간적 존재감과 자기운동감(vection)을 유의하게 향상. 참가자들은 Novel에서 “더 그곳에 있다”고 응답.
내 해석: 의자 회전=로봇 회전으로 전정-시각 단서 일치가 높아지면, ‘화면 속 세계가 몸의 움직임에 반응한다’는 신뢰가 생긴다. 이는 VR 이론에서 말하는 체화적 단서의 통합과 합치한다.
2) 사용자 경험(재미·참여감 vs. 피로·멀미)
- 참여·재미·흥분은 Novel이 우세. 반면 피로·근육 이완·편안함은 Standard가 우세. 멀미(SSQ)는 Novel이 더 높고, 노출 시간이 누적될수록 차이가 벌어졌다. 그래도 SSQ 총점의 절대값은 낮은 편.
내 해석: Novel은 재미와 집중을 주지만 체력/전정 부담을 청구한다. 장시간 업무엔 보정이 필요하다(아래 ‘실무 적용 체크리스트’ 참고).
3) 사용성·작업부하
- 정밀 제어·학습 용이성·혼란 감소는 Novel이 유리했지만, 안전감·장시간 사용 의향·일상적 사용 의향은 Standard가 앞섰다. 전반 작업부하(NASA-TLX)는 Novel이 높다(특히 신체적 요구·노력·정신적 요구).
내 해석: Novel은 초기에는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 조작은 단순(의자=회전, 레버=이동)이라 인지혼잡을 줄인다. 다만 ‘의자를 계속 돌려야 하는 과업’은 하반신·코어에 부담을 준다.
4) 성능(Behavior)과 효율
- 1·2회차엔 Standard가 완료시간 면에서 빠르지만, 3회차에는 동률—즉 Novel의 학습곡선이 가파르다.
- 충돌 수·이동거리·누적회전은 Novel이 회차가 지날수록 더 적어짐(정밀·절제된 주행).
- 효율지표로 보면, 3회차에 Novel이 충돌 195% 개선, 이동거리 12% 절감, 누적회전 36% 절감. 종합해 성능 49%, 에너지 32% 더 효율적이었다.
내 해석: ‘느리지만 정확’ → ‘충돌이 적으니 결과적으로 짧은 경로+낮은 회전 낭비’ → 배터리 연장이라는 선순환. 즉 Novel은 정밀 탐색형 과업에서 강점을 보인다.
5) 요소 중요도 인식
- 존재감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조명·오디오·회전 방식, 성능에는 회전·이동 방식·디스플레이로 평가. 연구진의 설계축과 참가자 인식이 정확히 만났다.
비판적 고찰: 무엇이 아직 남았나
- 시뮬레이션 vs. 실제 로봇
본 연구는 가상주택·가상로봇을 사용했다. 시뮬레이터는 프로토타이핑과 안전 면에서 강점이나, 네트워크 지연·센서 노이즈·실공간 협소/울퉁불퉁 바닥 같은 현실 변수가 배제된다. 따라서 실기 적용 검증이 후속으로 필요하다(연구진도 시뮬레이션의 장점을 인정하며 전이 가능성을 근거 문헌과 함께 제시). - 사회적 상호작용의 질
존재감 상승이 대화의 자연스러움, 시선교환, 매너로 이어지는지는 별개 문제다. Novel은 관광·사교·컨퍼런스에 더 적합하다고 스스로 평가되었지만, 상대방의 반응과 사회적 규범 준수까지 개선되는지는 현장 연구가 필요하다. - 멀미·피로 관리
Novel 세팅은 장기 사용 의향이 낮다. 연구진도 밝기 단계 조절·대형 곡면 디스플레이·HMD 비교 등 몰입-멀미 트레이드오프를 향후 연구로 제안한다. 내 제안은 다음과 같다.
- 회전 감쇠(gain): 의자 회전을 로봇 회전에 비선형 맵핑해 소각 회전 민감도는 높이고 대각 회전은 완만화.
- 미세 예측 감쇠: 급격한 좌우 스텝 회전 시 화면 모서리의 블러/포비에이티드 마스킹을 가해 시각-전정 불일치를 완충.
- 마이크로-브레이크: 멀미 전조(눈피로·미열감) 시 5–10초 정지·정면 시선 고정을 UI로 유도.
- 체력 보조: 발판 회전 보조(게이터)나 저가 전동 턴테이블로 하반신 부하를 분산.
실무 적용 체크리스트(현장 가이드)
적합 과업
- 원격 점검/감리: 충돌·회전 낭비를 줄여 협소 공간에서 유리.
- 박물관·캠퍼스 투어: 존재감·재미가 높아 방문자 경험 강화.
- 소규모 회의·가벼운 사회적 교류: 눈앞/발밑 동시 가시화로 거리감·정중함 유지에 유리.
세팅 권장 스펙
- 의자: 360° 회전, 등받이 각도 조절, 팔걸이 튼튼.
- 디스플레이: 상단(전방 16:9), 하단(하방 4:3~16:10). 눈높이 정렬 필수.
- 오디오: 유·무선 노이즈 캔슬링.
- 조명: 주변광 최소화, 필요 시 스탠드로 간접광 10–30% 유지(충돌·안전).
- 입력: 좌손/우손 조이스틱 선택 가능, 스프링 리턴 강도 중간.
- 케이블링: 회전 꼬임 방지(천장 케이블 매니저).
운영 프로토콜
- 적응 트레이닝 3세션: 본 연구에서 Novel의 학습 이득이 3회차에 명확. 현장 도입 시 10–15분 x 3 세션 적응 교육을 표준화하자.
- 충돌-시간 복합 KPI: 시간 단축만 보지 말고 충돌·회전량을 함께 본 복합 성능지표를 운영 KPI로.
- 배터리 관리: Novel의 이동/회전 절약은 에너지 효율 32%↑로 귀결—업무 교대주기·충전 계획을 재설계할 가치가 있다.
이 연구가 여는 다음 단계: 세 가지 확장 시나리오
- 부분 자율 + 체화 UI의 혼합
완전 수동은 에이전시를 주고, 부분 자율은 피로를 줄인다. 예컨대 의자 회전=시선, 조이스틱=의도 속도, 저속 충돌감시는 로봇이 맡는 “공유 제어”가 현실적 절충안이 될 수 있다. 본 연구가 로봇 하드웨어를 건드리지 않고 사용자측만 개조해 성과를 냈다는 점은, 이 혼합 전략의 현장 적용 장벽이 낮다는 신호다. - 사회적 존재감(social presence) 지표의 통합
존재감 향상이 대화 몰입·상대의 친밀감 인식으로 이어지는지, 양방향 설문·생체신호(시선교환 비율 등)로 검증하자. - 멀미 적응형 UI
TLX·SSQ 응답이나 회전 가속도·눈 깜박임을 실시간 감지해, 시야 축소(vignette)·시각 대비 감소를 자동 가동하는 적응형 렌더링을 실험할 만하다. 연구진이 제안한 밝기·표시장치 변조 가설 검증과도 맞닿아 있다.
결론: 원격로봇의 UX 문제는 ‘몸을 인터페이스로’ 만들 때 풀린다
이 논문은 “카메라를 더 달자”가 아니라 “사람의 몸이 이미 있는 고성능 센서”임을 상기시킨다. 의자 회전=로봇 회전, 조이스틱 이동, 듀얼뷰와 몰입 환경—이 체화적·몰입적 인터페이스는 존재감과 정밀성을 동시에 높였고, 학습이 진행될수록 더 큰 성능·에너지 이득을 만들었다. 물론 멀미·피로라는 과제를 남겼지만, 이는 조명·표시·맵핑·보조장치로 공학적 완충이 가능해 보인다. 다음 단계는 현장 작업·자유 탐색·사회적 상호작용에서의 실증이다. 그때 우리는 ‘스카이프에 바퀴’가 아니라, ‘몸을 연장하는 원격 분신’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출처논문 (APA)
Aguilar, I. A., Suomalainen, M., LaValle, S. M., Ojala, T., & Riecke, B. E. (2025). From “skype on wheels” to embodied telepresence: A holistic approach to improving the user experience of telepresence robots. Virtual Reality, 29, 161. https://doi.org/10.1007/s10055-025-012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