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과 바다를 가르는 인공지능, ‘아이스-워터넷’이 그린 더 촘촘한 북극 지도
센티널-1 레이더로 본 북극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얼음 덩어리는 부서지고, 바람에 일렁이는 바다는 얼음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런 헷갈림 속에서 얼음과 물을 정확히 가려내야 배가 안전하게 지나가고, 기후 모델도 제대로 돌아간다. 최신 연구가 이 난제를 정면 돌파했다. 이름하여 ‘아이스-워터넷(Ice-WaterNet)’. 슈퍼픽셀, 확률모형, 주의집중(어텐션) U-넷을 한데 엮어, 여름철 녹는 시기에도 얼음·물 구분을 흔들림 없이 해냈다 .
연구팀은 2021~2023년 프람 해협(북위 75–83도, 서경 15도–동경 15도)에서 찍은 센티널-1 이중편파 SAR 이미지를 무려 2,735장 모았다. 해양 얼음이 가장 요동치는 녹는 계절과 겨울 시즌을 모두 포함했다. 덕분에 모델은 바람에 거칠어진 바다, 잘게 부서진 빙편, 녹는 웅덩이까지 다양한 상황을 배웠다 .
흥미로운 점은 ‘불확실성’을 먼저 찾아내는 전략이다. 모델은 조건부 임의장(CRF)으로 장면을 슈퍼픽셀 단위로 나눠 각 덩어리의 사후확률을 계산한다. 확률이 0.15~0.85 사이인 애매한 슈퍼픽셀은 ‘불확실’로 표시하고, 여기에 어텐션 U-넷을 반복 적용해 한 겹씩 흔들림을 걷어낸다. 결국 얇은 얼음, 리드(갈라진 수로), 변덕스러운 해면 상태에서도 경계가 또렷해졌다 .
왜 지금 이 연구가 중요할까
수십 년간 넓은 범위를 빠르게 덮는 ‘수동형 마이크로파(PMW)’ 센서는 북극의 큰 그림을 그려왔다. 하지만 해상도가 낮아, 특히 여름철에는 얼음이 덜 잡히는 문제가 있었다. 이번 연구는 SAR 기반의 고해상도 얼음농도(SIC) 지도를 만들고, 이를 노르웨이 기상청(MET Norway)의 일일 해빙 차트와 PMW 계열(AMSR-2, SSM/I)과 비교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SAR 기반 제품이 주변부(빙연)에서 생기는 오분류를 크게 줄였고, 여름철 녹는 조건에서 특히 더 정밀했다 .
정량 성능도 설득력 있다. 녹는 계절에는 교차합집합(IoU) 3.375%p, F1 3.09%p 향상, 겨울에도 IoU 1.96%p, F1 1.75%p 향상을 보였다. “여름은 원래 어렵다”는 핑계가 통하지 않았다. 모델은 계절과 상황을 가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앞섰다 .
어떻게 더 잘 보았나
핵심은 ‘먼저 크게, 그다음 촘촘히’ 보는 눈이다. CRF가 이웃 정보와 통계분포(알파-안정, 로그정규, 레일리 혼합)를 활용해 슈퍼픽셀을 대강 정리하고, 어텐션 U-넷이 HH/HV 편파 차이를 활용해 채널·공간 주의집중으로 디테일을 재구성한다. 불확실 슈퍼픽셀은 반복적으로 무게를 더 받아 다시 세분화된다. 확률이 애매하면 재검토, 확실하면 통과. 사람이 사진을 볼 때 “여긴 좀 애매한데?” 하고 다시 확대해 보는 방식과 닮았다 .
훈련도 꼼꼼했다. 512×512 패치에 수평/수직 플립, 회전, 크롭 등 증강을 적용해 1,200개 학습 샘플을 만들고, 배치 12, Adam(1e-3), StepLR, 크로스엔트로피로 최적화했다. 손실이 0.005 아래로 떨어지면 조기 종료하는 실전형 설정이었다.
현장에서 체감할 변화
비슷해 보이는 얼음과 물이 뒤섞이는 ‘빙연’은 실제 운항에서 가장 위험하다. 연구팀이 같은 날짜의 센티널-2 광학영상, MET 차트, ASI 제품과 나란히 비교했더니, ASI는 경계가 번지거나 큰 유빙을 과소추정하는 경우가 있었다. 반면 아이스-워터넷은 리드의 선형 구조와 얼음 가장자리의 잔결을 더 선명하게 잡아냈다. 얼음농도 시계열로 환산하면, PMW는 녹기 시작하는 초여름과 다시 얼기 시작하는 초가을에 얼음면적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뚜렷했다는 점도 확인됐다. 즉, 고해상도 SAR 기반 결과가 실제 변화를 더 잘 반영했다는 뜻이다 .
운영 측면도 챙겼다. RTX 3090 기준, 1만×1만 픽셀 한 장면을 처리하는 데 약 12분. 이틀 주기의 업데이트 목표에 무리가 없다. 단독 U-넷(10분)이나 CRF 단독(7.5분)보다 오래 걸리지만, 안정적인 경계와 낮은 오분류가 ‘시간값’을 한다고 연구팀은 평가했다.
이 연구가 남긴 메시지
첫째, “여름 북극은 더 세밀하게 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저해상도 관측만으로는 녹는 양상을 과소평가하기 쉽다. 고해상도 SAR 기반 SIC가 이런 간극을 메운다. 둘째, 불확실성을 드러내고 줄이는 절차가 실제 성능을 끌어올린다는 점을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다진 고해상도 지도가 PMW 학습용 라벨로도 쓰일 수 있어, 다른 위성 제품 전반의 정밀도를 함께 끌어올릴 토대가 된다. 북극 항로, 해양 안전, 기후변화 예측에 모두 반가운 소식이다 .
더 자세히 들여다본 연구의 구성과 데이터
연구 범위는 프람 해협 일대(75°N–83°N, 15°W–15°E). 센티널-1 EW 모드 이중편파 영상으로 여름 2021–2023년 2,735장, 겨울 2,100장을 수집했다. 지역은 2~3일 간격으로 덮이며, 중복 구역은 평균 후 최근 날짜를 우선해 농도를 산정했다. 검증엔 MET Norway의 일일 해빙 차트(장면당 약 1만×1만 픽셀)를 ‘사실’로 사용하고, AMSR-2/SSM/I와도 교차비교했다 .
알고리즘 파이프라인은 ①열잡음 제거·입사각 보정, ②CRF-기반 슈퍼픽셀 분할과 불확실성 판별(0.15~0.85 구간), ③어텐션 U-넷으로 불확실 슈퍼픽셀 정밀 재분할, ④NSIDC 1km 격자에서 SIC 산출, ⑤MET 차트·ASI와 평가 순으로 이어진다. 말 그대로 “거칠게 분류→애매한 부분 확대 재판→격자화→검증”의 리듬이다 .
앞으로의 전망
프람 해협을 넘어 전 북극으로 확장하면 어떨까. 빙질과 파도, 바람장이 더 다양해지겠지만, 불확실성 우선 탐지-정련 구조는 확장성이 높다. 무엇보다, 항로 안내·구조 대응·석유가스 설비 안전 같은 현업 적용에서 “경계가 선명하다”는 건 치명적으로 중요하다. 더 정교한 얼음지도가 곧 더 안전한 항해가 된다. 과장이 아니다!
출처
Zhu, T., Cui, X., & Zhang, Y. (2025). A high-resolution sea ice concentration retrieval from Ice-WaterNet using Sentinel-1 SAR imagery in Fram Strait, Arctic. Remote Sensing, 17(20), 3475. https://doi.org/10.3390/rs172034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