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으로 본 칼리만탄 석탄광 복구의 성적표
인도네시아 남칼리만탄의 석탄광. 경제를 굴리는 엔진이지만, 숲과 흙은 그 대가를 치렀다. 그런데 현장을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고도 복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가늠할 수 있다면? 연구진은 유럽연합의 ‘센티널‑2’ 위성 사진을 여러 해에 걸쳐 이어 붙이고, 딥러닝을 얹어 그 해답을 찾아냈다.
이 논문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의 위성 영상을 학습시켜, ‘채굴’과 ‘복구’의 흔적을 시간 순으로 추적했다. 그리고 허가 구역(컨세션)별로 복구 준수 정도를 점수화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회사마다 편차가 컸다. 어떤 곳은 파낸 만큼 메웠고, 어떤 곳은 빚만 쌓았다. 숫자는 정직했다.
위성, 딥러닝, 그리고 땅 표면의 다섯 얼굴
연구진은 위성 사진에서 땅 표면을 다섯 가지로 나눴다. ‘표토(topsoil)’, ‘심토(subsoil)’, ‘식생(숲/풀)’, ‘석탄 노출부(coal body)’, ‘물(저수/채광 웅덩이)’. 이름이 낯설다면 이렇게 이해하면 쉽다. 표토는 씨앗이 자랄 수 있는 살찐 흙, 심토는 갓 벗겨진 속살 같은 흙, 석탄 노출부는 말 그대로 까만 광석이 드러난 자리다.
여기에 ‘유넷(U‑Net)’이라는 이미지 분할용 딥러닝 모델을 썼다. 사진의 각 픽셀을 어느 분류에 넣을지 하나하나 판단하는 기술이다. 모형의 등뼈(backbone)로는 ‘레즈넷‑34(ResNet‑34)’를 붙여 가장자리와 질감 같은 미세한 단서를 더 잘 읽게 했다. 10m~20m 해상도의 센티널‑2 밴드(가시광선+근적외선+단파적외선)와 NDVI, NDWI 같은 분광지수를 함께 학습시켜 판별력을 끌어올렸다.
학습 성적은 어떨까. 전체 정확도 0.94, 카파계수 0.91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다만 대세가 ‘식생’이라 모델이 그쪽을 더 잘 맞히는 경향이 있고, 표토와 심토는 경계가 흐려 간혹 뒤바뀌었다. 현장에서는 흙이 섞이고 상태가 수시로 바뀌는 탓이다. 그럼에도 대면 조사 없이 넓은 지역을 한 번에 훑는 데는 이만한 도구가 드물다.
해마다 바뀌는 색의 흐름을, 지표로 이해하다
그렇다면 ‘복구를 열심히 했는가’를 어떻게 숫자로 만들까. 연구진은 두 가지 잣대를 세웠다.
첫째, 복구활동지수(RAI). 간단히 말해 ‘올해 NDVI가 작년보다 얼마나 늘었나’를 계산해 식생 회복(+)과 훼손(–)을 가려낸 지표다. 0.3보다 크면 대규모 복구, –0.3보다 작으면 활발한 채굴로 읽는다. 해마다, 회사마다 들쭉날쭉한 복구의 박자를 한눈에 보여준다.
둘째, 복구준수비율(CR). 다년간의 표토·심토·식생·석탄·물 사이 전이를 읽어 ‘채굴 면적’과 ‘복구 면적’을 각각 합산하고, 복구/채굴로 나눴다. 0.70 이상이면 ‘우수’, 0.40~0.70은 ‘보통’, 0.40 미만은 ‘미흡’이다. 이름만 들어서는 어려워 보이지만, 요지는 단순하다. “판 만큼 메웠는가?”
지도 위에서 드러난 회사별 성적표
2016~2021년, 연구 지역에서는 식생이 줄고 심토가 늘어나는 시기가 분명히 있었다. 특히 2018~2019년에 채굴이 크게 확장됐다. 이후 2019~2020년에는 다수의 허가 구역에서 복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전환점이었다.
컨세션별로 보면 차이가 도드라진다. 어떤 구역(예: EL, BR)은 CR이 0.7 안팎으로 ‘우수’. 채굴이 늘면 복구도 곧장 따라붙었다. 또 다른 구역(예: B2, B1, BE, MU)은 0.5~0.6대로 ‘보통’. 복구는 있지만 채굴의 속도를 끝내 따라잡지 못했다. 반면 KB(0.32), AM(0.41)은 ‘미흡’으로 분류됐다. 같은 기간 채굴 면적이 훨씬 크고, 연도별 RAI도 대체로 음수였다. 해마다 조금씩 늦어진 복구의 빚이 누적된 셈이다.
흥미로운 건 RAI와 분류 결과가 대체로 ‘같은 얘기’를 한다는 점이다. 딥러닝이 그려준 다층 지도와, 단순 지수 하나가 가리키는 방향이 서로 맞물렸다. 복잡한 모델과 간편한 지표를 함께 쓰면, 빠른 얼개 파악과 세밀한 진단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는 메시지다.
정책·현장에 주는 신호: ‘빠르고 공정한 감시’
이 접근법의 장점은 ‘확장성’과 ‘일관성’이다. 위성은 특정 기업이나 기관에 기대지 않는다. 누구나 같은 화소, 같은 규칙으로 들여다본다. 현장 점검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어디를 먼저 가야 할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특히 보증금(복구 이행 담보) 환급, 허가 갱신 같은 행정 절차에서 ‘근거 있는 숫자’를 제시할 수 있다.
물론 한계도 있다. 10~20m 해상도는 좁은 임도(林道)나 작은 작업지의 미세 변화를 놓칠 수 있다. 표토/심토의 분광 유사성 탓에 경계가 흐려지기도 한다. 더 높은 해상도의 드론 영상, 혹은 하이퍼스펙트럴 자료를 보태면 구분이 더 또렷해질 것이다. 그래도 지금 당장, 넓은 땅을 저비용으로 추적하는 데는 충분히 실전적이다.
‘숫자’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복구를 데이터로 말하자.” 이제 복구의 선의(善意)나 약속 대신, 픽셀과 그래프가 더 빠르고 공정한 언어가 된다. 컨세션별로 언제 채굴이 늘었고, 언제 복구가 따라붙었는지, 어디가 여전히 뒤처졌는지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그 투명성이 현장의 변화를 이끈다.
남칼리만탄은 한국의 전력·철강·시멘트 산업과도 얽혀 있는 글로벌 석탄 공급망의 한 축이다. 결국 우리의 소비가 저 먼 땅의 흙과 나무를 움직인다. 위성은 그 연결고리를 숫자로 보여준다. 다음 번 성적표에서 더 많은 구역이 ‘우수’로 바뀌길 기대해본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 데이터는 이미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출처:
Prasetya, K. D., & Tsai, F. (2025). Deep learning‑based multitemporal spatial analytics for assessing reclamation compliance of coal mining permits in Kalimantan with satellite images. Remote Sensing, 17(20), 3477. https://doi.org/10.3390/rs172034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