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보는 심장병? 눈 사진으로 알아보는 미래 건강 이야기

 


“눈을 보면 마음을 알 수 있다”는 말, 들어본 적 있지? 그런데 요즘은 눈을 보면 심장병도 알 수 있게 됐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아주 쉽게, 눈 사진 한 장으로 말이다. 영국과 아르헨티나, 그리고 전 세계 의료진들이 함께한 놀라운 연구가 바로 그 얘기다.


과학자들은 이번에 눈 속에 있는 아주 얇은 층, 바로 ‘망막’과 그 아래 ‘맥락막’을 특별한 카메라로 들여다봤다. 이 카메라 이름은 좀 어렵지만 “광간섭단층촬영”이라는 기술이다. 영어로는 OCT라고 부른다. 덕분에 눈 안의 핏줄과 조직이 얼마나 건강한지, 마치 지도처럼 정밀하게 볼 수 있게 된 거다.


자, 그럼 이 기술로 도대체 무슨 일을 한 걸까?


평범한 눈 사진이 심장병 위험을 알려준다?

연구팀은 영국 UK 바이오뱅크라는 거대한 건강 데이터 저장소를 활용했다. 여기엔 수십만 명의 건강 정보와 눈 사진, 피검사 결과까지 빼곡히 담겨 있다. 이 중에서 연구자들은 2,800명 정도의 데이터를 꺼내 살펴봤다.


그중 612명은 실제로 5년 안에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겪은 사람들이었고, 나머지 2,234명은 아무 문제 없던 건강한 사람들이었다.


연구진은 이 사람들이 미래에 심장병에 걸릴지 아닐지를 눈 사진만 보고 맞출 수 있을지 실험을 해봤다.


놀랍게도, 인공지능이 정확히 맞춘 비율은 무려 70%!
이건 기존의 QRISK3라는 병원용 계산기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였다. QRISK3는 혈압이나 체중 같은 기본 정보만 가지고 계산하지만, 이 새 기술은 눈 속의 미세한 변화까지 포착했기 때문에 더 정밀했던 것이다.


인공지능, 눈 사진을 어떻게 분석했을까?

이 연구에서 사용된 인공지능 기술은 아주 똑똑하게 설계되었다. 이름은 VAE (변분 오토인코더)라는 복잡한 이름을 갖고 있지만, 쉽게 말하면 ‘패턴을 스스로 배우는 두뇌’ 같은 존재다.

  1. 먼저, 눈 사진을 수천 장 보여주면서 어떤 모양이 보통인지를 스스로 익히게 했다.
  2. 그 다음, 심장병에 걸린 사람들의 사진을 보면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를 찾아냈다.
  3. 그리고는 그 차이를 숫자로 정리해서, "이 사진은 심장병 위험이 높다", 혹은 "괜찮다" 하고 판단하는 훈련을 시켰다.

이런 분석은 단순히 눈 표면을 보는 것이 아니라, 눈 안쪽의 ‘맥락막’이라는 깊은 층까지 살핀다. 맥락막은 혈관이 매우 풍부한 조직으로, 우리 몸 전체의 혈관 건강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맥락막이 이상하다면, 심장 쪽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신호로 여길 수 있다.



왼쪽 눈이 더 똑똑하다? 양쪽 눈을 비교해보니

신기하게도, 왼쪽 눈 사진이 오른쪽 눈보다 조금 더 정확하게 심장병 위험을 예측했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추측했다.


바로 눈 사진을 찍을 때, 대부분 오른쪽 눈 먼저, 왼쪽 눈 나중에 찍는다는 것. 사람들이 오른쪽 찍을 때는 낯설고 긴장해서 눈이 떨릴 수 있는데, 왼쪽 찍을 때는 이미 적응해서 더 선명한 사진이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이런 작은 차이도 인공지능은 놓치지 않고 감지했다. 심지어 양쪽 눈 사진을 함께 분석했을 때 예측 정확도는 가장 높았다!



눈으로 보는 미래, 병원 가기 전에 알려주는 건강 알림

이번 연구는 단순한 기술 시연이 아니다. 실제로 병원에서 쓸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만든 것이다. 눈 검사를 하다가 “심장병 위험이 높아요”라는 알림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유용할까?

게다가 이 OCT 장비는 안과나 안경점에도 흔히 있고, 검사도 고통 없고 빠르다. 즉, 언제든지 쉽게 받을 수 있는 건강 예측 서비스가 되는 것이다.

기존에는 피를 뽑고, 검사실 가고, 며칠씩 기다려야 했던 심장병 위험 확인이, 이제는 눈 한 번 찍으면 끝인 세상이 된 것이다!


다음 목표는 더 깊고 넓은 눈, 그리고 더 정확한 예측

물론 이 연구는 아직 시작일 뿐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 더 많은 나라의 사람들을 포함한 다양한 인종을 대상으로 테스트
  • 눈 속 혈류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OCT 혈관촬영 기술과 결합
  • 당뇨, 고혈압 등 다른 병들과 연결된 신호도 찾아낼 수 있는 멀티 예측 모델 개발

이미 이번 연구에서도 단순히 눈의 맥락막뿐만 아니라, 시신경층이나 망막의 미세 구조들에서도 중요한 신호들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눈이 보여주는 건강의 단서는 생각보다 훨씬 풍부한 셈이다.


눈은 마음의 창, 그리고 건강의 창

우리가 거울을 볼 때마다 보게 되는 ‘눈’. 그 작은 기관 속에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이번 연구는 그걸 인공지능으로 읽어내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앞으로는 안과에서 찍은 눈 사진 한 장이, 나의 심장과 뇌를 지키는 첫 번째 알람이 될지도 모른다.
눈으로 보는 미래 건강, 이제 현실이 되었다.




출처:
Maldonado-Garcia, C., Bonazzola, R., Ferrante, E., Julian, T.H., Sergouniotis, P.I., Ravikumar, N., & Frangi, A.F. (2025). Predicting cardiovascular disease risk using retinal optical coherence tomography imagingFrontiers in Artificial Intelligence, 8, 1624550. https://doi.org/10.3389/frai.2025.1624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