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 작은 도시를 살린 교차로 혁신, ‘터보 라운드어바웃’의 반전 효과

 



슬로바키아의 소도시 페지노크. 브라atislava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이 도시의 한 작은 회전교차로가 교통공학자들의 실험실이 됐다. 평소에는 조용한 동네 교차로지만, 출·퇴근 시간만 되면 차량이 몰려 정체와 긴 대기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 교차로를 그냥 두면 앞으로 10~20년 안에 완전히 막히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한 가지 대담한 해법을 꺼냈다. 기존의 단일 차로 회전교차로(single-lane roundabout)를 ‘터보 라운드어바웃(turbo roundabout)’으로 바꾸자는 제안이었다.


도심 한가운데 작은 회전교차로가 왜 문제였을까


연구가 시작된 곳은 지름 43m짜리, 다섯 개의 도로가 만나는 단일 차로 회전교차로였다. 모든 진입·진출이 한 차로에 몰려 있어, 조금만 교통량이 늘어도 금세 목이 막히는 구조였다.


연구진은 2023년 10월, 평일 하루 12시간 동안 카메라를 설치해 이 교차로를 지나가는 모든 차량을 세었다. 그 결과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무려 2만 7,466대가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승용차가 대부분이었지만, 화물차와 버스도 적지 않았다.

시간대별로 보면,

  • 아침 피크 시간(7:30~8:30)에는 2550대,
  • 오후 피크 시간(15:45~16:45)에는 2586대가 몰렸다.

겉으로 보기엔 “제법 버티고 있네” 싶지만, 용량 분석을 돌려 보니 결과는 심각했다. 기술 기준(TP 102)에 따라 각 진입로의 평균 대기 시간을 계산해 보니, 출근 시간대에는 다섯 개 진입로 중 두 곳이 사실상 ‘용량 초과’ 상태, 교통 서비스 수준으로는 최악을 뜻하는 F등급을 받았다.


차가 얼마나 길게 섰는지도 따졌다. 95%의 시간 동안 발생하는 최대 대기 행렬 길이를 계산했더니, 가장 심한 진입로는 줄이 312m까지 늘어났다. 거의 축구장 세 개를 이어 붙인 길이다.


터보 라운드어바웃이라는 낯선 해법


그렇다면 ‘터보 라운드어바웃’은 무엇일까. 이름은 거창하지만 기본 개념은 간단하다. 원형 교차로 안에 나선형으로 꼬인 둘 이상의 차로를 두고, 차로 사이를 낮은 분리대(섬)로 물리적으로 구분하는 방식이다.


운전자는 진입 전에 이미 자신의 목적지 방향 차로를 선택해야 하고, 교차로 안에서는 차로를 바꿀 수 없다. 덕분에 원 안에서 차로를 왔다 갔다 하는 ‘위빙(weaving)’이 사라지고, 충돌 가능성이 있는 지점(갈등점)도 크게 줄어든다.


이번 연구에서 제안한 설계는 이렇게 바뀐다.

  • 교통량이 많은 2번·5번 진입로는 2차로 진입 후 터보 차로로 이어지게 하고,
  •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3번 진입로는 터보 라운드어바웃 바깥의 별도 진입로로 우회시켰다.

기하구조만 바꾼 것이 아니다. 연구진은 슬로바키아 설계·용량 기준(TP 100)을 따라 새 교차로의 이론상 용량을 계산하고, 이어서 Aimsun Next라는 교통 미시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로 실제 운전 행동까지 반영한 가상 실험을 반복했다.


숫자로 보는 ‘전’과 ‘후’의 차이

먼저, 설계 기준만으로 비교했을 때의 결과다.

  • 기존 교차로의 아침 피크 시간 평균 대기 시간은
    • 2번 진입로: 63.6초,
    • 4번 진입로: 119.3초,
    • 5번 진입로: 206.8초까지 치솟았다.
  • 터보 라운드어바웃으로 바꿨을 때(같은 시간대),
    • 2번 진입로 두 차로는 6.4초, 7.1초,
    • 5번 진입로 두 차로는 9.8초, 11.2초로 줄었다.
    • 가장 안 좋은 4번 진입로조차 32.1초로 떨어져 서비스 수준 D등급을 겨우 유지했다.

즉, 최악의 진입로는 90% 이상 대기 시간이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론값만으론 부족하다”며 한 번 더 검증에 들어갔다. 이론 계산은 운전자의 세밀한 행동까지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차로를 실제 도로망 형태로 모델링해, 무작위성을 포함한 64번의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평균값을 냈다.


그 결과는 더 극적이다. 아침 피크 시간 기준으로,

  • 1번 진입로: 30.79초 → 7.02초 (약 77% 감소)
  • 2번 진입로: 18.92초 → 2.55초 (약 86% 감소)
  • 4번 진입로: 273.95초 → 17.65초 (약 94% 감소)
  • 5번 진입로: 218.40초 → 2.76초 (약 99% 감소)

오후 피크 시간에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났다. 대기 시간 감소 폭은 82~95% 수준이었다. 단지 차를 조금 더 잘 나누어 세웠을 뿐인데, 체감 대기 시간이 10배 이상 줄어든 진입로도 있는 것이다.


줄어든 것은 대기 시간만이 아니었다. 시뮬레이션에서 관측한 최대 대기 행렬 길이도 모든 진입로에서 짧아졌다. 예를 들어, 아침 피크 시간에 5번 진입로의 최대 줄 서기 차량 수는 평균 75.7대에서 3.09대로 줄었다.



터보 라운드어바웃의 한계도 분명히 짚었다


연구진은 “터보 라운드어바웃이 만능 해법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결론부에서 제시한 핵심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1. 총 교통량이 3200 PCU/h(승용차 환산 교통량) 이하라면, 어떤 방향으로 차가 몰리든 표준 형태의 터보 라운드어바웃이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
  2. 3200~3600 PCU/h 구간에서는, 전체 교통량의 최소 60% 이상이 “주 방향(main direction)”에 집중된 경우에만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3. 3600 PCU/h를 넘기면, 주 방향 비중이 70%에 이르더라도 사실상 최대 용량에 가까워 추가 증가를 버티기 어렵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다. 이번 연구에서도 보행자와 자전거는 영향이 크지 않은 수준이라고 보고 시뮬레이션에서 크게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저자들은 “횡단보도와 자전거 통행이 많을 경우, 교차로 용량과 안전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후속 연구의 필요성을 남겼다.


센서와 시뮬레이션이 만든 ‘데이터 기반 교차로 리모델링’


이 논문의 또 다른 특징은 센서 데이터와 시뮬레이션을 결합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레이더 속도계와 비디오 카메라로 실제 차량 속도와 흐름을 측정하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Aimsun 모델을 정교하게 보정했다. 그렇게 해서 현실과 최대한 비슷한 ‘가상 교차로’를 만든 뒤, 터보 라운드어바웃 설계안을 집어넣어 결과를 비교했다.


재미있는 점은, 기존 이론식으로 계산한 용량 평가는 종종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용량 공식으로는 전체 교차로가 서비스 수준 E, 심지어 F로 평가돼 “실패한 설계”처럼 보이지만, 실제 운전 행동을 반영한 미시 시뮬레이션에서는 꽤 양호한 흐름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번 연구는 “이론식과 시뮬레이션을 함께 봐야 현실에 가까운 판단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특히, 센서로 수집한 현장 데이터가 충분하다면, 도시마다 다른 운전 문화와 차량 구성도 모델 안에 반영할 수 있어, 보다 지역맞춤형 교차로 설계가 가능해진다.


도시 교차로, 앞으로 어떻게 바뀔까


결국 이 논문이 보여주는 그림은 단순하다.

  • 교통량이 커진 소도시 교차로에서는,
  • 소형 회전교차로 → 터보 라운드어바웃으로의 업그레이드가
  • 정체와 사고 위험을 동시에 줄일 수 있는 유력한 옵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터보 라운드어바웃은 설계가 복잡하고, 도로 구조물을 새로 만들기 때문에 공사 비용과 공사 기간이 만만치 않다. 운전자 교육도 필요하다. 실제로 다른 연구에서는 “터보 라운드어바웃에서 운전자들이 1시간 동안 100건이 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는 보고도 있다.


앞으로는 자율주행차와 차량-도로 간 통신(V2V, V2I)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교차로의 모습은 또 한 번 달라질 수 있다. 저자들은 “미래의 스마트 도로에서 터보 라운드어바웃이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자율주행차와 함께 어떻게 최적화해야 할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 분명한 것 하나. 데이터와 시뮬레이션에 기반한 터보 라운드어바웃 설계는, 막히는 작은 교차로를 다시 숨 쉬게 만드는 꽤 강력한 도구라는 사실이다.



출처:

Čulík, K., Kalašová, A., Fabian, P., & Ondruš, J. (2025). Enhancing intersection efficiency: A comparative analysis of converting single-lane roundabout to turbo roundabout. Sensors, 25(22), 7002. https://doi.org/10.3390/s25227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