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함께 일하면 왜 더 바빠질까? 인간-AI 협업, 업무 복잡성, 불안, 그리고 몰입을 좌우하는 결정적 열쇠
AI는 일을 도와주러 왔는데, 왜 사람들은 더 지칠까?
사무실 한쪽에서 조용히 돌아가는 인공지능 시스템. 보고서를 정리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한다. 얼핏 보면 사람의 일을 덜어주는 고마운 존재다. 그런데 현실은 조금 다르다. AI가 들어온 뒤 “일이 쉬워졌다”고 말하는 사람보다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더 많다.
이 모순 같은 상황을 정면으로 파고든 연구가 있다. 2026년 Frontiers in Psychology에 발표된 한 연구는 인간-AI 협업에서 ‘업무가 얼마나 복잡하게 느껴지느냐’가 직원의 업무 몰입을 어떻게 흔드는지를 아주 집요하게 추적했다.
연구진의 질문은 단순하면서도 날카롭다.
“AI와 함께 일하는 환경에서, 왜 어떤 사람은 더 의욕적으로 몰입하고, 어떤 사람은 불안해하며 멀어질까?”
AI와 같이 일한다는 것, 생각보다 머리를 많이 쓴다
연구는 인간-AI 협업 업무 복잡성이라는 개념부터 짚는다. 쉽게 말해, AI와 함께 일할 때 느끼는 일의 어려움과 정신적 부담이다.
예전의 자동화 시스템은 버튼을 누르면 정해진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AI는 다르다.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으며, 상황에 따라 행동을 바꾼다.
이런 환경에서 사람은 단순히 ‘조작자’가 아니라 AI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결과를 해석하고, 때로는 의심해야 하는 동료가 된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이걸 내가 제대로 배우긴 할 수 있을까?”
“AI가 낸 결과를 내가 설명하라고 하면?”
이런 질문이 쌓이면 기술 학습 불안이 된다. 연구는 이를 인간-AI 협업 기술 학습 불안이라고 불렀다. 새로운 AI 기술을 배우고 적응해야 한다는 압박, 뒤처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이해하지 못한 채 써야 하는 불안이 한데 섞인 감정이다.
불안은 어떻게 ‘일할 힘’을 빼앗을까?
연구진은 497명의 직장인을 세 차례에 걸쳐 조사했다. 결과는 놀랍도록 명확했다.
- AI와 함께하는 일이 복잡하다고 느낄수록,
- AI 기술을 배우는 데 대한 불안이 커졌고,
- 그 불안은 결국 업무 몰입을 눈에 띄게 떨어뜨렸다.
여기서 업무 몰입이란 단순히 “열심히 일한다”는 뜻이 아니다.
에너지가 넘치고, 일에 의미를 느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는 상태다. 연구는 불안이 이 세 가지를 모두 갉아먹는다고 설명한다.
불안한 사람은 에너지를 일에 쓰지 못한다. 대신 걱정에 쓴다.
“실수하면 어쩌지?”
“AI를 이해 못 한다는 게 들키면?”
결국 머리는 바쁜데 마음은 멀어진다. 이게 바로 AI 협업이 몰입을 떨어뜨리는 숨은 경로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은 오히려 더 몰입한다
여기서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연구진은 중요한 반전을 발견했다.
같은 복잡한 AI 업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몰입을 떨어뜨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도 있었다.
차이를 만든 핵심은 두 가지였다.
1️⃣ “나는 AI와 일할 수 있다”는 믿음, AI 자기효능감
AI 자기효능감이 높은 사람은 이렇게 생각한다.
“지금은 어렵지만, 배우면 된다.”
“AI는 위협이 아니라 도구다.”
이 믿음은 단순한 자신감이 아니다. 불안을 다루는 방식 자체를 바꾼다.
연구 결과, AI 자기효능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업무 복잡성이 불안으로 이어지는 힘이 크게 약해졌다.
같은 일을 해도 덜 불안했고, 그만큼 몰입도 유지됐다.
2️⃣ 겸손한 리더, 조용하지만 강력한 완충재
또 하나의 변수는 겸손한 리더십이었다.
겸손한 리더는 모든 걸 아는 척하지 않는다. 대신 묻고, 듣고, 인정한다.
“나도 이건 잘 모른다.”
“함께 배워보자.”
흥미로운 점은, 겸손한 리더십이 직접적으로 불안을 없애기보다는, 직원의 AI 자기효능감을 키워주는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다.
즉, 좋은 리더는 직원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셈이다.
“AI 앞에서 모르는 건 당연하다. 중요한 건 네가 배울 수 있다는 거다.”
AI 업무는 ‘짐’이 될 수도, ‘도전’이 될 수도 있다
연구에서 가장 인상적인 결론은 이것이다.
AI 협업 업무의 복잡성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니다.
- 불안이 크고 자신감이 없으면 → 넘어야 할 벽이 된다.
- 자신감과 지지가 있으면 → 성장하는 계단이 된다.
같은 계단인데, 어떤 사람은 숨이 차고, 어떤 사람은 올라가며 즐거움을 느낀다.
연구는 이 차이가 개인의 믿음과 조직의 태도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이 연구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AI는 앞으로 더 똑똑해지고, 일은 더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해법은 분명하다.
- AI를 덜 쓰는 것? 아니다.
- 사람을 몰아붙이는 것? 더 아니다.
필요한 건 사람이 스스로 “나는 할 수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환경이다.
그리고 그 시작점에는 학습을 허용하는 문화와 겸손한 리더가 있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사람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출처
Wang, B., Liu, S., & Luo, C. (2026). How does human-AI collaboration task complexity affect employee work engagement? The roles of humble leadership and AI self-efficacy. Frontiers in Psychology, 17, 1767967. https://doi.org/10.3389/fpsyg.2026.1767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