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과학자의 퇴근 선언? 가설부터 실험까지 스스로 끝내는 인공지능의 습격

 





인류 역사상 가장 똑똑한 존재가 실험실에 나타났다. 그는 잠도 자지 않고, 휴가도 가지 않으며, 심지어 인간이 수백 년 걸려 풀 문제를 단 며칠 만에 해결해버린다. 바로 '폐쇄형 루프(Closed-loop)' 시스템을 장착한 인공지능 과학자다. 


최근 발표된 기념비적인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이제 단순한 계산기를 넘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정답을 찾아내는 주도적인 연구자로 진화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이 거대한 지적 변화의 파도 앞에서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까?



인공지능이 스스로 과학을 한다고? 루프의 비밀


과거의 인공지능은 인간이 준 데이터를 학습해 결과를 예측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제너레이티브 폐쇄형 루프' 인공지능은 다르다. 이 시스템은 네 가지 핵심 단계를 멈추지 않고 회전한다. 


첫째, 기존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설'을 세운다. 


둘째, 이 가설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설계한다. 


셋째, 로봇 실험실을 가동해 실제로 '수행'한다. 


마지막으로 그 결과에서 '법칙'을 찾아내 다시 첫 번째 단계로 돌아간다. 인간의 개입 없이 지식이 스스로 증식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은 우리가 흔히 '직관'이라고 부르는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연구자들은 인공지능이 수조 개의 데이터를 순식간에 훑으며 인간은 평생 가도 발견하지 못할 미세한 상관관계를 찾아낸다고 설명한다. 이는 마치 거대한 퍼즐 조각들을 허공에 뿌렸을 때, 인공지능이 그 조각들이 떨어지기도 전에 어떤 그림이 완성될지 알아맞히는 것과 같다.



표 1: 기존 연구 방식과 AI 주도 폐쇄형 루프 연구 방식의 비교

구분전통적인 연구 (Human-led)AI 주도 연구 (Closed-loop)
가설 설정인간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알고리즘 기반 전수 조사 및 최적화
실험 속도수개월 ~ 수년 소요수 시간 ~ 수일 (24/7 가동)
데이터 처리샘플링을 통한 부분 분석빅데이터 전체에 대한 실시간 분석
오류 수정사후 분석을 통한 시행착오실험 도중 실시간 피드백 및 수정



외계인 지능의 등장, 이해할 것인가 믿을 것인가


여기서 아주 흥미로운 지점이 발생한다. 바로 '인간 이해의 한계'다. 


논문은 체스 황제 망누스 칼센의 사례를 통해 이를 경고한다. 칼센은 인공지능 '알파제로'가 두는 수를 보며 충격을 받았다. 인간의 체스 이론으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이른바 '외계인의 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항상 인공지능의 승리였다.


미래의 과학 연구도 이와 비슷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인공지능이 "이 화합물이 암 치료에 직효입니다"라고 결론을 내렸는데, 그 이유를 인간의 뇌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에피스테믹 특이점(Epistemic Singularity)'이라 부른다. 지식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정작 인간은 그 지식이 왜 만들어졌는지 모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우리는 과연 '이해하지 못하는 진리'를 수용할 준비가 되었을까? 아니면 인공지능이 내놓은 답을 마치 신탁처럼 받들어 모셔야 할까? 과학자들은 이것이 인류가 직면한 새로운 철학적 숙제라고 말한다.



표 2: 인공지능 자율성 등급 (Science AI Autonomy Levels)

등급명칭역할 분담
Level 0수동 도구인간이 모든 것을 결정, AI는 계산만 수행
Level 1분석 지원AI가 데이터를 정리하고 그래프를 그려줌
Level 2부분 자율AI가 실험 설계의 일부 후보를 제안함
Level 3조건부 자율특정 범위 내에서 AI가 스스로 실험하고 보고함
Level 4고도 자율인간의 가이드 하에 AI가 연구 전체를 주도함
Level 5완전 자율인간 개입 없이 AI가 스스로 새로운 학문을 창조함



실험실의 로봇 손, 그리고 대규모 언어 모델의 결합


최근 챗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등장은 이 변화에 불을 지폈다. 이제 인공지능은 수백만 편의 논문을 읽고 핵심을 요약하는 것을 넘어, 로봇 팔에게 "액체 A와 B를 3:1 비율로 섞어라"라는 명령어를 직접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즉, 머리(AI)와 팔다리(로봇)가 하나로 합쳐진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특히 신소재 개발이나 신약 후보 물질 발굴에서 빛을 발한다. 인간이 100번의 실험을 할 때 인공지능은 100만 번의 가상 실험과 1만 번의 실제 로봇 실험을 동시에 수행한다. 이 속도라면 인류가 수십 년간 해결하지 못한 기후 위기 해결책이나 난치병 정복도 단 몇 년 안에 가능할지도 모른다.


연구진은 특히 인공지능이 '인과 관계'를 파악하는 능력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단순히 "A 다음에 B가 온다"는 통계적 학습을 넘어, "A 때문에 B가 발생한다"는 원리를 깨닫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인공지능이 진정한 의미의 '과학적 사고'를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인간 과학자의 새로운 역할, 지휘자가 되어라


그렇다면 인간 과학자들은 모두 실업자가 되는 것일까? 논문의 저자들은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답한다. 대신 역할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예고한다. 이제 과학자는 직접 파이펫을 들고 실험하는 '노동자'가 아니라,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가 되어야 한다.


인공지능은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지만, '무엇이 가치 있는 연구인가?'라는 윤리적, 가치적 판단은 내리지 못한다. 인류에게 해가 될 수 있는 생화학 무기를 만드는 실험인지, 아니면 생명을 살리는 연구인지를 구분하는 최종 승인권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또한 인공지능이 찾아낸 '외계 과학'을 인간의 언어로 번역하고 사회에 적용하는 역할 역시 인간만이 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인공지능과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라, 인공지능을 어떻게 더 똑똑하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스스로 진화하는 인공지능 과학자는 우리에게 더 많은 자유 시간과 더 깊은 우주의 진리를 선사할 것이다. 다만, 그 속도에 발맞춰 우리 인간의 지혜도 함께 성장해야만 한다.



표 3: 미래 AI 과학의 3대 핵심 도전 과제

도전 과제내용해결 방향
설명 가능성AI가 왜 이런 결과를 냈는지 설명하기 어려움화이트박스 AI 및 설명 가능한 AI 기술 개발
데이터 품질잘못된 데이터 학습 시 가짜 과학 결과 도출데이터 검증 알고리즘 및 표준화된 프로토콜 구축
윤리적 통제자율적인 AI의 위험한 실험 가능성AI 안전 가드레일 및 국제적 규제 프레임워크 마련


결국 과학은 인간의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인공지능이라는 가장 강력한 돋보기를 손에 쥔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멀리, 더 깊게 진리의 바다를 항해할 준비를 마쳤다. 


인공지능 과학자가 가져올 미래는 더 이상 SF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지금, 우리 곁의 실험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원문 출처:
Zenil, H., Tegnér, J., Abrahão, F. S., Lavin, A., Kumar, V., Frey, J. G., Weller, A., Soldatova, L., Bundy, A. R., Jennings, N. R., Takahashi, K., Hunter, L., Dzeroski, S., Briggs, A., Gregory, F. D., Gomes, C. P., Rowe, J., Evans, J., Kitano, H., & King, R. (2026). The future of fundamental science led by generative closed-loop artificial intelligence. Frontiers in Artificial Intelligence, 9, 1678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