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설비, 스스로 고장 예측한다?!"... 서로 다른 전력회사들이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고도 협력하는 똑똑한 방법
전기가 끊기면 벌어지는 대혼란, 그걸 막기 위해 필요한 건?
상상해보자. 여름 한복판, 에어컨 없이는 하루도 견디기 힘든 시기에 갑자기 정전이 된다면? 공장, 병원, 데이터 센터까지 마비되고 막대한 피해가 이어질 것이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전력회사들은 설비가 고장나기 전에 미리 감지하고 수리하는 ‘예방 정비’를 한다. 그런데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이 쓰이고 있다는 사실, 알고 있었는가?
게다가 이번에는 단순한 AI가 아니다. 전력회사들끼리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고도 협력하는 새로운 방식, 바로 연합 학습(Federated Learning)이 핵심이다.
"우리 회사 데이터는 못 줘요"… 그럼에도 함께 학습한다고?!
이번 연구는 미국의 대표 전력 설비 기업 블랙앤비치(Black and Veatch)의 엔지니어들이 발표한 것으로, 전력망의 심장이라 불리는 ‘고전압 변전소’의 주요 장비 — 예를 들면 고압 차단기, 대형 변압기, 비상 발전기 — 를 대상으로 예측 정비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여기서 문제는, 전력회사마다 설비가 다르고 사용하는 센서나 환경 조건도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보안 문제나 회사 기밀 때문에 데이터를 외부와 공유할 수 없다. 이렇게 제각각 다른 데이터를 모을 수 없다면, AI 학습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팀은 ‘연합 학습’ 기법을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연합 학습은 데이터를 서버에 모으는 대신, 각 회사가 자신의 데이터로 모델을 학습한 후, 그 결과(모델 파라미터)만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개인정보나 기업 기밀을 보호하면서도 AI 모델은 다양한 데이터를 학습해 점점 더 똑똑해진다.
연합 학습에도 급이 있다?! 4가지 알고리즘 전격 비교 실험
하지만 연합 학습도 만만치 않다. 특히 설비 환경이 너무 달라 데이터를 똑같이 다루기 힘든 문제, 즉 ‘데이터 이질성(heterogeneity)’이 큰 골칫거리다.
그래서 연구팀은 무려 4가지 연합 학습 알고리즘을 실험해봤다:
- FedAvg – 가장 기본적인 방식
- FedAvgM – 여기에 관성을 더해 안정성을 높인 버전
- FedProx – 서로 다른 데이터 간 차이를 줄이는 데 집중
- FedBN – 각 회사의 고유한 특성을 최대한 반영
그 결과, FedBN이 가장 뛰어난 성능(F1-score 0.88)을 보여줬다. 특히 다른 회사들과 설비 환경이 많이 달라도 성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이는 각 회사의 센서나 조건이 다르더라도 자신에게 맞는 ‘맞춤형 학습’을 하게 해준 덕분이다.
똑똑하긴 한데, 얼마나 효율적일까? 새로운 평가 기준도 만들었다!
성능만 좋다고 끝이 아니다. 아무리 똑똑해도 통신 비용이 많이 들거나 계산량이 너무 크면 실용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연구팀은 이번에 새로운 평가 기준도 만들었다. 이름하여 FIC(Federated Information Criterion).
이 FIC는 단순한 정확도뿐 아니라, 다음 요소들을 함께 고려한다:
- 통신 비용
- 모델 복잡도
- 각 회사 데이터 간 차이(이질성)
FedBN은 높은 정확도와 함께 비교적 낮은 FIC 점수를 기록해, 실제 적용에 적합한 방법임을 입증했다.
실제로 어떻게 적용할까? 전력회사에 남은 숙제
하지만 연합 학습이 아무리 좋아도 실전에 적용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다음과 같은 ‘현실 조언’도 덧붙였다:
- 센서 종류와 단위, 측정 주기를 표준화하자.
- 차단기나 변압기처럼 종류가 다른 장비는 따로 모델을 학습하자.
- 서로 다른 환경(예: 고지대 vs 바닷가)이나 기름 종류(변압기 냉각유)에 따라 데이터를 구분하자.
또한, 악의적인 참여자(즉, 일부러 잘못된 데이터를 보내는 회사)로부터 모델을 보호하는 보안 기술 강화도 앞으로의 과제로 지목됐다.
전기뿐 아니라, 미래 산업 전반에 적용 가능성 "무궁무진"
이 기술은 전력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실제로 연합 학습은 의료, 금융,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산업에서 쓰이고 있으며, 데이터를 직접 주고받지 않아도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특히 실질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험하고, 평가 방법까지 제안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전력회사 간 협력이 활발해진다면, 우리는 더 안전하고 똑똑한 전력망을 갖게 될 것이다. 정전?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출처: Ghosh, S., & Mittal, G. (2026). Federated learning for critical electrical infrastructure—handling data heterogeneity for predictive maintenance of substation equipment. Frontiers in Artificial Intelligence, 8, 1697175. https://doi.org/10.3389/frai.2025.1697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