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걱정 없는 인공장기 시대…AI가 몸속 안테나를 다시 설계한
사람 몸속에 들어가는 의료기기는 조용히, 그러나 끊임없이 일한다.
심장이 멈출 듯할 때 전기 신호를 보내고, 혈당이 오를 때 경고를 울린다.
하지만 이런 기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다. 바로 배터리다.
배터리가 먼저 닳아버리면 어떻게 될까?
다시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 멀쩡한 기계를 꺼내고 새로 심는 예방 수술이다.
실제로 이런 문제로 목숨을 잃은 사례도 보고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자들이 선택한 해법은 뜻밖에도 안테나였다.
그리고 그 안테나를 설계한 존재는 사람이 아니라 AI다.
몸속 의료기기, 왜 안테나가 중요한가
최근 의료기기는 배터리를 없애거나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신 몸 밖에서 무선으로 전력을 전달받는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과 비슷하다.
문제는 인체 환경이다.
피부, 지방, 근육은 모두 전파를 다르게 흡수한다.
사람마다 살 두께도 다르고, 심는 위치도 제각각이다.
기존의 몸속 안테나는 특정 위치에만 맞춰 설계됐다.
팔에 맞으면 배에서는 성능이 떨어진다.
살이 조금만 두꺼워져도 신호가 약해진다.
연구진은 여기서 질문을 던졌다.
“사람 몸에 맞춰 안테나가 스스로 변할 수는 없을까?”
AI에게 안테나 설계를 맡기다
이 연구의 핵심은 입자 군집 최적화(PSO)라는 AI 알고리즘이다.
새 떼나 물고기 떼가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찾는 방식에서 영감을 얻었다.
AI는 수십 개의 ‘가상 안테나’를 동시에 시험한다.
급전 위치, 접지 위치 같은 설계 변수를 조금씩 바꾼다.
그리고 가장 성능이 좋은 조합으로 점점 수렴해 간다.
사람이 하나하나 손으로 조정했다면 몇 달은 걸릴 작업이다.
AI는 이 과정을 자동*으로, *빠르게 끝냈다.
그 결과, 피부·지방·근육 두께가 달라져도
안정적으로 신호를 주고받는 조절 가능한 안테나가 탄생했다.
동전만 한 크기, 하지만 역할은 막중했다
완성된 안테나는 지름 19mm.
미국 10센트 동전과 거의 같은 크기다.
얇은 원형 구조에 뱀처럼 구불구불한 선이 새겨져 있다.
이 구조 덕분에 작은 크기에서도 긴 전기 경로를 확보했다.
안테나는 인체에 안전한 실리콘으로 완전히 감싸졌다.
실제로 몸에 넣어도 문제없도록 설계됐다.
연구진은 이 안테나를
7mm부터 19mm까지 다양한 깊이에 넣어 실험했다.
마른 사람의 팔부터, 살이 많은 복부까지 모두 가정한 조건이다.
인체 대신 ‘버터와 라드’를 쓴 이유
사람 몸으로 실험할 수는 없다.
동물 실험도 부담이 크다.
그래서 연구진은 놀라운 대안을 선택했다.
버터와 라드(돼지기름)였다.
이 식재료들은 지방 조직과 전자기적 특성이 매우 비슷했다.
얇게 펴서 여러 겹 쌓으면, 사람마다 다른 지방 두께를 재현할 수 있었다.
실험 결과는 인상적이었다.
지방이 2mm 늘어날 때마다 신호는 평균 약 5dB씩 줄었다.
하지만 그 감소는 예측 가능했고, 안정적이었다.
이는 곧 어디에 심어도 계산 가능한 성능을 의미했다.
안전성도 통과했다
몸속 안테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전파가 조직을 과열시키면 안 된다.
연구진은 SAR라는 국제 기준으로 이를 검증했다.
결과는 기준치보다 낮았다.
즉, 이 안테나는
사람 몸속에서 장시간 작동해도 안전하다는 뜻이다.
이 연구가 바꾸는 미래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먼저, 배터리 교체 수술이 크게 줄어든다.
의료비와 환자 부담이 동시에 감소한다.
둘째, 하나의 안테나로 여러 부위에 대응할 수 있다.
기기 설계가 단순해지고, 적용 범위가 넓어진다.
셋째, AI가 의료기기 설계를 자동화하는 시대가 열린다.
사람은 방향을 제시하고, AI는 최적의 해답을 찾는다.
연구진은 말한다.
“이제는 안테나도 스스로 진화해야 한다.”
몸속 기술의 미래는, 생각보다 조용히 다가오고 있다.
출처
Nguyen, M. P., Linkous, L., Suche, M. J., & Green, R. B. (2026). An implantable antenna design optimized using PSO algorithm. AI, 7(2), 47. https://doi.org/10.3390/ai7020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