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준비도 세계 순위의 숨은 변수? 개인주의·장기지향 문화가 인공지능 경쟁력을 끌어올린다

 





왜 어떤 나라는 AI를 빨리 도입하고, 어떤 나라는 망설일까?

요즘 뉴스에는 “AI 국가 전략”, “정부 AI 준비도”, “디지털 전환” 같은 말이 쏟아진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왜 어떤 국가는 인공지능(AI)을 빠르게 공공 서비스에 도입하는 반면, 어떤 국가는 속도가 더딜까?


경제력 때문일까?
기술 인프라 때문일까?
아니면… 문화 때문일까?


2026년 Frontiers in Artificial Intelligence에 발표된 한 연구(일본 게이오 대학)는 이 질문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연구 제목은 “국가 문화와 AI 준비도의 연관성: 국가 간 비교 연구”.


연구진은 국가의 문화적 특성과 AI 준비도 사이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관계가 있는지 분석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몇몇 문화적 특성이 AI 준비도와 분명한 연관성을 보였다.



AI 준비도란 무엇인가?

이 연구는 옥스퍼드 인사이트(Oxford Insights)의 Government AI Readiness Index 2024를 사용했다.


이 지수는 각국 정부가 공공 서비스에 AI를 얼마나 잘 도입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0~100점으로 평가한다.

지표는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 정부 역량
  • 기술 산업 생태계
  • 데이터 및 인프라

단순히 “AI를 잘 쓰는가”가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AI를 체계적으로 운영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보는 것이다.



문화는 어떻게 측정했을까?

연구진은 네덜란드 학자 호프스테드(Hofstede)의 6가지 문화 차원을 활용했다.

각 국가는 다음 성향 점수를 가진다.

  • 개인주의(IDV)
  • 권력거리(PDI)
  • 불확실성 회피(UAI)
  • 장기지향(LTO)
  • 남성성(MAS)
  • 방임성(IVR)

이 점수 역시 0~100 사이로 측정된다.

그리고 61개 국가를 대상으로 AI 준비도 점수와 문화 점수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가장 강력한 변수는 ‘개인주의’

결과는 명확했다.


개인주의(IDV)는 AI 준비도와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상관계수 r = 0.55 (p < 0.001)


쉽게 말하면, 개인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중시하는 국가일수록 AI 준비도가 높았다는 뜻이다.


왜 그럴까?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 실험, 스타트업 창업, 기술 혁신이 활발하다.


도전과 실패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AI 같은 파괴적 기술은 이런 환경에서 더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미래를 보는 문화도 중요했다

두 번째로 강한 변수는 장기지향(LTO)이었다.


상관계수 r = 0.47 (p < 0.001)


장기지향 문화는 당장의 이익보다 미래의 보상을 중시한다.


AI 투자는 단기간 성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 국가 경쟁력을 위해 필수적이다.


즉, 미래를 보는 국가일수록 AI 준비도가 높았다는 결과다.



위계와 불확실성에 대한 태도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반대로 AI 준비도와 음의 상관을 보인 변수도 있었다.

  • 권력거리(PDI): r = -0.38
  • 불확실성 회피(UAI): r = -0.31

권력거리가 높은 국가는 위계가 강하고, 의사결정이 중앙집중적이다.


정보 공유와 실험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불확실성 회피가 높은 국가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위험을 크게 인식한다.


“안전한가?”, “규제가 충분한가?”를 먼저 묻는다.


이런 성향은 AI 도입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남성성과 방임성은 큰 영향이 없었다

흥미롭게도 남성성(MAS)과 방임성(IVR)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즉, 경쟁 지향적인 문화인지, 삶의 즐거움을 중시하는 문화인지는 AI 준비도와 큰 관계가 없었다.


모든 문화 특성이 기술 도입에 동일하게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회귀분석에서도 살아남은 변수는 단 두 개

연구진은 모든 문화 변수를 동시에 넣어 회귀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남은 변수는:

  • 개인주의(IDV)
  • 장기지향(LTO)

이었다.


즉, 다른 문화 요인을 통제한 뒤에도 이 두 변수는 AI 준비도를 예측하는 핵심 요소였다.





미국·싱가포르·일본은 어떻게 다를까?

연구는 세 나라를 예시로 비교했다.

🇺🇸 미국

  • 개인주의 매우 높음
  • 권력거리 낮음
  • 장기지향 낮은 편

미국은 스타트업 중심의 분산형 AI 생태계를 가진다.
실험과 혁신이 빠르다.

🇸🇬 싱가포르

  • 개인주의 낮음
  • 권력거리 높음
  • 장기지향 높음

정부 주도의 전략적 AI 추진 모델이다.
강한 중앙 통제가 오히려 실행력을 높인다.

🇯🇵 일본

  • 장기지향 매우 높음
  • 불확실성 회피 높음
  • 개인주의 중간

신중하지만 체계적인 접근을 보인다.


속도는 느릴 수 있지만, 정밀한 실행을 중시한다.


흥미로운 점은, 높은 AI 준비도는 하나의 문화 모델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문화 조합도 성공 경로가 될 수 있다.



이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

이 연구는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문화가 AI 준비도를 “원인”이라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분명히 보여준다.


문화는 AI 도입 환경을 형성하는 중요한 배경 변수다.


개인 자율성을 장려하는 사회,
미래 투자를 중시하는 사회,

이런 문화적 토양 위에서 AI 전략은 더 쉽게 뿌리내릴 수 있다.



AI 전략은 문화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AI 정책은 단순히 예산이나 법률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문화적 성향과 맞지 않는 전략은 실행 과정에서 저항을 받을 수 있다.


문화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다.
AI 준비도의 숨은 변수다.


앞으로 AI 경쟁은 기술 경쟁만이 아니라,
문화적 적합성의 경쟁이 될지도 모른다.




출처: Komatsu, K., Ždanovič, N., Yamabe, M., Iwata, H., Iwamoto, M., & Takeda, S. (2026). The association between national culture and AI readiness: a cross-national study. Frontiers in Artificial Intelligence, 9, 1727606. https://doi.org/10.3389/frai.2026.1727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