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중국 도자기 공방에서 한 여성 도예가가 물레를 돌리며 도자기를 빚고 있다. 그녀의 앞에는 홀로그램 형태의 스마트폰 화면이 떠 있으며, 그 안에는 디지털로 형상화된 푸른 용 문양과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상징하는 하트, 이모티콘 피드가 쏟아지고 있다. 배경에는 은은한 조명의 전통 등불과 도자기들이 진열되어 있어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징더전의 전통 공방에서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와 소통하며 작품을 만드는 현대적 장인의 모습. 이제 도자기는 단순한 공예품을 넘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있다.



천년의 도자기 도시 징더전, 쇼츠와 라이브 방송에 빠지다! 전통 공예의 화려한 디지털 변신

전 세계에서 도자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어디일까? 


바로 중국의 징더전이다.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고고하게 물레를 돌리며 도자기를 빚어온 이 유서 깊은 도시가 최근 심상치 않은 변화를 겪고 있다. 


장인의 손끝에서 탄생하던 전통 예술이 이제는 스마트폰 화면 속 틱톡(도우인)과 인스타그램 같은 디지털 세상으로 무대를 옮기고 있는 것이다.


과연 흙먼지 날리는 공방과 화려한 알고리즘은 어떻게 공존하고 있을까?


장인의 손길이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온 이유

오랜 시간 동안 징더전의 도자기 문화는 스승에서 제자로, 아버지에서 아들에게로 이어지는 폐쇄적인 전수 방식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젊은 도예가들은 공방 구석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는 대신 스마트폰 카메라를 켠다. 왜 이들은 익숙한 물레보다 생소한 라이브 방송 장비에 더 열광하게 된 것일까? 


그것은 바로 디지털 플랫폼이 단순한 홍보 수단을 넘어 새로운 생존 전략이자 창의적인 놀이터가 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유명한 명장이 되어야만 작품을 알릴 수 있었지만, 이제는 갓 입문한 신예 작가라도 감각적인 영상 하나만 잘 올리면 전 세계 수만 명의 팬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징더전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의 한계를 지우고, 전 세계 누구나 실시간으로 도자기 제작 과정을 지켜보며 구매까지 할 수 있는 거대한 디지털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도예가인가 연예인인가? 새롭게 태어난 하이브리드 장인들

이번 연구를 위해 연구진은 32명의 도자기 전문가를 직접 인터뷰하고, 중국의 대표적인 숏폼 플랫폼인 도우인에서 58개의 라이브 방송을 샅샅이 분석했다. 


그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전통적인 도예가의 모습이 사라지고, 이른바 하이브리드 정체성을 가진 새로운 인류가 등장한 것이다.


이들은 낮에는 진흙을 만지지만, 밤에는 화려한 조명 아래서 유창한 말솜씨로 시청자를 사로잡는 교육자이자 엔터테이너, 그리고 사업가로 변신한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들이 디지털 세상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아래 표로 정리해 보았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도예가 유형

유형주요 특징플랫폼 활동 방식
장인-교육자형도자기 제작 기법과 지식을 공유함단계별 튜토리얼 영상 제작
장인-퍼포머형시청자의 재미와 흥미를 유발함유머러스한 라이브 방송과 팬 소통
장인-기업가형판매와 브랜드 구축에 집중함제품 시연 및 할인 이벤트 진행
장인-큐레이터형시각적인 아름다움과 감성을 강조함감각적인 스튜디오 일상 사진 게시


이처럼 도예가들은 자신의 성향에 맞춰 다양한 페르소나를 구축하고 있다. 어떤 이는 도자기 굽는 법을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되고, 어떤 이는 도자기를 빚으며 만담을 나누는 인기 유튜버가 된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 즉 알고리즘 피로도가 이들의 새로운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예술,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나

우리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볼 때, 화면에 뜨는 영상들은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결정한다. 징더전의 도자기 역시 이 알고리즘의 법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연구에 따르면 플랫폼마다 선호하는 콘텐츠가 제각각이며, 이에 따라 장인들이 보여주는 예술의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예를 들어, 숏폼 플랫폼인 도우인에서는 눈을 사로잡는 화려하고 빠른 편집의 영상이 인기를 끈다. 반면 지식 공유 플랫폼인 빌리빌리에서는 진득하게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긴 영상이 대접받는다. 


문제는 알고리즘이 자극적이고 쉬운 영상만 밀어주다 보니, 정작 장인 정신의 핵심인 느리고 정교한 작업 과정이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별 콘텐츠 선호도 비교

플랫폼선호하는 콘텐츠 (인기 폭발)기피하는 콘텐츠 (노출 하락)
도우인 (Douyin)빠르고 화려한 제작 하이라이트지루하고 긴 기술 설명
샤오홍슈 (Xiaohongshu)감성적이고 예쁜 스튜디오 사진노골적인 판매 광고 영상
빌리빌리 (Bilibili)깊이 있는 교육용 튜토리얼알맹이 없는 짧은 홍보 영상


이러한 현상은 전통적인 문화 거버넌스와 알고리즘 거버넌스 사이의 충돌을 야기한다. 


과거에는 박물관 관장이나 전문가들이 무엇이 훌륭한 도자기인지 판정했다면, 이제는 조회수와 좋아요가 그 권위를 대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도자기의 역사적 맥락이나 깊은 철학보다는 당장 보기에 예쁜 디자인만 강조되는 문화적 단순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진 징더전의 미래

그렇다면 징더전의 미래는 결국 스마트폰 화면 속에 갇히게 되는 것일까? 다행히도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다. 징더전은 디지털 기술을 흡수하여 더욱 강력한 하이브리드 문화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로 징더전의 공방들을 가보면 작품 옆에 QR코드가 붙어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코드를 찍으면 해당 작품의 제작 과정 영상을 볼 수 있고, 바로 온라인 샵에서 구매도 가능하다. 박물관에서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통해 수백 년 전의 가마터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즉, 디지털 기술이 오프라인의 전통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통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는 셈이다.


결국 이번 연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전통 공예의 미래는 단순히 과거를 지키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알고리즘이라는 새로운 통치자와 장인 정신이라는 오래된 가치가 서로를 존중하며 공존할 때, 천 년의 도자기는 비로소 다음 천 년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징더전의 변화는 전 세계 모든 전통문화가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생생한 교과서가 될 것이다.


출처

Huang, Q., & Chen, Z. (2026). Jingdezhen ceramic culture in the digital era: a qualitative inquiry into digital dissemination and platform innovation. Frontiers in Big Data, 9, 1752142. https://doi.org/10.3389/fdata.2026.175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