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의 차가운 눈에 비친 우리의 식탁, 인공지능은 우리가 무엇을 먹을지 알고 있을까
매일 아침 눈을 뜨며 오늘 점심에는 무엇을 먹을지 고민한다. 신선한 샐러드와 따뜻한 현미밥을 떠올리며 건강한 하루를 다짐하지만, 막상 피로가 몰려오는 오후가 되면 자기도 모르게 자극적인 배달 음식 앱을 뒤적이기 마련이다. 인간의 식습관이란 이토록 복잡하고 섬세하며, 때로는 지독하게 모순적이다.
이 작은 선택 속에는 개인의 자라온 환경과 주머니 사정, 심지어 그날의 사소한 기분까지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 길 사람 속보다 복잡하다는 이 인간의 먹는 마음을, 컴퓨터 속에 존재하는 인공지능이 과연 읽어낼 수 있을까.
최근 학계에서는 거대 언어 모델이 단순한 글쓰기를 넘어 인간의 행동 패턴까지 예측할 수 있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탐구가 이어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식탁을 어디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차가운 알고리즘이 던지는 따뜻한 시사점은 무엇인지 문득 궁금해진다.
어느 날 문득 시작된 기묘한 실험
연구자들은 아주 재미있고도 대담한 실험을 기획했다. 인도의 농업대학교에 재학 중인 대학생 914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평소 식습관과 환경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모은 것이다. 학생들의 부모님 교육 수준부터 시작해서 가계 소득, 기숙사에 사는지 아니면 자취를 하는지, 평소에 영양학 정보를 얼마나 자주 접하고 스스로 건강하다고 느끼는지까지 삶의 미세한 결들을 숫자로 바꾼 기록들이었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요즘 세상의 가장 똑똑한 조수라 불리는 거대 언어 모델 ‘ChatGPT-4o’에게 건넸다.
마치 베테랑 요리사에게 낯선 식재료를 던져주듯, 이 인공지능에게 학생들이 얼마나 건강하게 먹고 살고 있는지를 알아맞혀 보라고 주문한 셈이다. 이 기묘한 실험의 핵심은 인공지능이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과 그 속에 숨겨진 규칙성을 찾아낼 수 있는가에 있었다.
경험이 쌓일수록 닮아가는 스승과 제자
처음에는 아무런 힌트도 없이 무작정 학생들의 식습관 점수를 예측하라고 해보았다. 결과는 당연하게도 엉망이었다. 실제 학생들이 적어낸 점수와 인공지능이 찍은 점수 사이에는 깊은 강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연구자들이 인공지능에게 조금씩 ‘공부할 시간’을 주기 시작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전체 데이터의 절반을 먼저 보여주며 학습하게 한 뒤 나머지 절반을 맞추게 하고, 점차 그 학습 양을 70%, 80%로 늘려나갔다.
인공지능은 마치 수천 권의 책을 읽으며 세상을 배워나가는 어린아이처럼, 데이터가 쌓일수록 실제 학생들의 평균적인 식습관 점수를 기막히게 맞추기 시작했다. 특히 전체 데이터의 90%에 달하는 방대한 양을 먼저 공부시킨 뒤 나머지 학생들의 점수를 예측하게 했을 때는, 실제 인간 세상의 평균치와 통계적으로 거의 구분이 가지 않을 만큼 정교한 예측을 내놓았다. 가르치는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기계가 인간의 보편적인 행동 양식에 서서히 수렴해가는 과정은, 지켜보는 이들에게 기묘한 전율마저 선사한다.
숫자 뒤에 숨은 무정한 평균의 함정
그러나 이 놀라운 능력 뒤에는 인공지능이 가진 치명적인 한계와 서글픈 단면이 숨어 있었다. 인공지능이 내놓은 예측 점수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상한 규칙성이 보였다. 실제 학생들의 점수는 아주 건강하게 먹는 사람부터 매일 인스턴트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까지 사방으로 넓게 퍼져 있었는데, 인공지능이 예측한 점수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중간 어디쯤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었던 것이다.
쉽게 말해, 지나치게 건강하게 먹는 사람의 점수는 깎아내리고, 너무 안 좋게 먹는 사람의 점수는 올려 잡아서 모두를 ‘평범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학술적으로는 이를 ‘평균으로의 회귀’ 혹은 ‘수축 효과’라고 부른다. 기계의 눈에는 극단적인 개성이란 단지 노이즈나 예외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전체적인 흐름과 대세는 기가 막히게 짚어내지만, 한 인간이 가진 고유한 유난스러움이나 독특한 삶의 사정까지는 알아채지 못하는 차가운 한계가 드러난 순간이다. 기계는 결국 인간이 남긴 흔적의 ‘평균’을 흉내 내는 앵무새일 뿐이니까 말이다.
말 한마디에 담긴 삶의 고단함을 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가운 기계가 보여준 또 다른 가능성은 인간을 향해 있었다. 연구자들은 숫자로 된 데이터 외에도, 사람들이 일상에서 툭툭 내뱉는 말속에서 식습관의 이유를 찾아보라고 인공지능에게 요구했다. "초콜릿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눈앞에 보이면 자기도 모르게 손이 가요"라거나, "버스를 타고 장을 보러 가다 보니 무거운 과일이나 채소는 들고 올 수가 없어서 잘 안 사게 돼요" 같은 지극히 인간적인 고백들이었다.
놀랍게도 인공지능은 이 짧은 문장 속에서 ‘식품 접근성’이나 ‘이동 수단의 제한’ 같은 사회과학적 맥락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단순한 단어 받아쓰기가 아니라, 그 환경 속에 놓인 인간이 겪을 법한 물리적 불편함과 심리적 유혹을 맥락적으로 이해하고 분류해낸 것이다. 이는 기계가 인간의 고단한 삶의 궤적을 돕는 훌륭한 나침반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완벽한 대체가 아닌, 따뜻한 동행을 향하여
인공지능이 인간의 식습관을 완벽하게 예측하여 우리에게 완벽한 식단을 짜주는 영화 같은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전통적인 통계학 모델과 비교했을 때, 인공지능의 예측은 여전히 오차가 컸고 개개인의 다양성을 담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가 우리에게 주는 진짜 메시지는 기계의 완벽함이 아니다.
충분한 데이터와 올바른 방향성만 있다면, 인공지능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나 보편적인 취약 계층의 건강 문제를 먼저 발견해내는 든든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공지능은 결코 의사나 영양사, 그리고 우리의 마음을 온전히 알아주는 인간 전문가를 대체할 수 없다. 다만 인간이 가진 지혜의 끈을 조금 더 길고 단단하게 이어주는 훌륭한 도구로서, 우리의 식탁을 더 건강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동행자가 되어줄 뿐이다.
오늘 밤, 당신의 식탁 위에 놓인 음식들을 보며 인공지능이 알아채지 못할 당신만의 특별한 취향과 사연을 조용히 음미해보는 것은 어떨까.
Madhavan, M. M., Satyapriya, Sahu, S., Velayudhan, P. K., Smitha, S., Verma, A. P., Pawariya, V., Barua, S., Mahra, G. S., Bishnoi, S., Nain, M. S., Lenin, V., Wason, M., & Burman, R. R. (2026). Exploring the potential of large language models in nutrition behavior prediction: evidence from college students. *Frontiers in Nutrition*, 13, 1769064. https://doi.org/10.3389/fnut.2026.176906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