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음악가들은 자신의 노래가 AI 학습에 이용되는 것을 원치 않지만, 법적 보호는 충분하지 않다



(Note: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음악은 이제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그 편리함 뒤에는 수많은 음악가들의 작품이 어떤 과정을 거쳐 AI의 학습 데이터가 되었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이 남아 있다. 이번 글은 호주 음악 산업이 AI 시대를 맞아 어떤 고민을 하고 있으며, 저작권과 창작자의 권리를 둘러싼 논쟁이 어디까지 이어지고 있는지를 차분히 살펴본다. 기술 혁신과 창작자 보호가 충돌하는 오늘날, 우리 역시 함께 고민해 볼 만한 문제를 던져주는 글이다.)


AI 학습에 무단 활용되는 호주 음악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 존 파넘(John Farnham), INXS, 미드나잇 오일(Midnight Oil), AC/DC를 비롯해 톤스 앤 아이(Tones and I), 고티예(Gotye), 닉 케이브(Nick Cave), 테임 임팔라(Tame Impala) 등 수많은 호주 음악가들의 작품이 인공지능 학습에 사용되는 1,200만 곡 규모의 데이터베이스에서 확인됐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유튜브에 공개된 음악의 위치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AI가 음악을 인식하고 새로운 음악을 생성하는 능력을 학습하는 데 활용된다. 오늘날 AI는 인터넷에 공개된 방대한 자료를 기반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이러한 데이터베이스에 크게 의존한다. 그 가운데 호주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카일리 미노그의 곡만 해도 단일 데이터베이스에 182곡이 포함되어 있다.

'음악 창작자를 위한 AI'를 표방하는 수노(Suno)와 같은 서비스가 불과 2주마다 스포티파이(Spotify) 전체 음원 목록에 맞먹는 분량의 음악을 생성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호주 음악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포크 음악의 대표곡 「I Am Australian」의 공동 작곡자 도브 뉴튼(Dobe Newton)은 현재 AI 음악 학습 방식에는 "윤리적·도덕적 토대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더 델타 릭스(The Delta Riggs)의 제시 패틴슨(Jesse Pattinson)은 AI가 "실제 음악가들이 누려야 할 기회를 빼앗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APRA 이사이자 영화음악 작곡가인 케이틀린 여(Caitlin Yeo) 역시 "인간이 인간을 위해 만드는 음악의 미래"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자신의 작업이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 세금도 내지 않는 해외 기업들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침해당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저작권과 AI의 충돌

호주 음악가들은 자신의 권리가 침해됐다고 느끼지만, 저작권법과 AI가 만나는 지점은 매우 복잡해 실제 침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여러 창작 산업에서는 저작권이 있는 도서와 연설문, 각종 콘텐츠가 AI 학습에 활용된 것을 둘러싸고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2025년에는 AI 기업 앤스로픽(Anthropic)이 700만 권이 넘는 도서 데이터베이스를 AI 학습에 이용한 사건과 관련해 집단소송을 제기한 작가들에게 15억 달러를 지급하며 합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음악 분야에서는 저작권 침해를 입증하는 일이 문학 분야보다 더욱 어려울 수 있다. 결정적인 이유는 이러한 데이터베이스에 저작권이 있는 음원 자체가 저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해당 데이터를 어디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와 AI 학습을 위한 관련 메타데이터만 포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법적 난관

이처럼 데이터베이스가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는 법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기존 판례에서는 저작권이 있는 자료의 위치를 단순히 나열하는 행위만으로는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침해는 AI 기업이 실제로 해당 데이터를 내려받아 모델 학습에 활용하는 순간 발생한다.

이는 황금이 가득한 금고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지도를 소유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그 지도를 이용해 황금을 훔치는 순간 법을 위반하게 된다. 현재 일부 AI 기업들이 이러한 '데이터 지도'를 활용해 모델을 학습시켰다는 정황은 알려져 있지만, 이를 법적으로 입증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다.

여기에 음악 저작권법의 특수성까지 더해지면서 법적 분쟁은 더욱 복잡해진다.

저작권은 특정 멜로디나 녹음처럼 구체적인 표현은 보호하지만, 음악적 스타일 자체는 보호하지 않는다. AI 개발사들은 바로 이 틈을 활용한다. 개별 음표를 그대로 복제하는 대신, 코드 진행과 리듬, 보컬의 질감, 음악적 패턴 등을 추출해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창작물이 도난당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현행 법체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모방'으로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법적 대응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독일 음악 저작권 관리단체는 챗GPT 개발사 오픈AI(OpenAI)를 상대로 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으며, 유니버설(Universal)과 소니(Sony) 역시 6만 곡 이상의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수노를 제소했다. 이에 대해 수노는 "학습은 침해가 아니다"라며 자사의 AI가 공정 이용(fair use)에 기반한 학습 모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

아티스트들이 이러한 데이터셋의 존재를 인식한 이후 국제 음악계는 집단소송과 정책 로비를 중심으로 빠르게 결집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4,000명의 음악인이 정부에 예술가 보호를 강화할 것을 요구하는 청원에 서명했으며, AI가 음악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기 위한 기자회견도 열렸다.

반면 기술 업계는 호주 저작권법의 예외 규정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호주 전략정책연구소(ASPI) 역시 현행 저작권법이 해외 AI 모델에 대한 호주의 의존도를 높이는 '전략적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혁신을 촉진하는 일과 창작 산업을 보호하는 일 사이에는 분명 긴장이 존재한다. 그러나 호주가 반드시 둘 가운데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EU)의 AI 법은 또 다른 해법을 제시한다. 이 법은 AI 기업이 학습 데이터와 저작권 침해 여부를 예술가와 권리자로부터 숨기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내년 8월부터 EU에서 제공되는 모든 AI 모델은 학습 데이터의 출처를 공개해야 하며, AI가 어느 나라에서 개발되었는지와 관계없이 EU의 저작권법을 준수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는 AI 학습 데이터 사용을 둘러싼 불투명성을 크게 줄이고, 창작자의 작품이 AI 모델 학습에 활용될 경우 정당한 보상을 받을 가능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호주의 문화적 생명력은 결국 창작자를 얼마나 존중하고 지원하는가에 달려 있다. EU의 AI 법을 도입하거나 그 취지를 참고하는 일은 예술가를 보호하고, 그들의 노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AI 결과물에 대해 공정한 대우를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케이틀린 여의 말처럼, 최소한 창작자들 역시 "파이의 한 조각은 받을 자격이 있다."


출처

제목: Australian musicians hate AI using their songs, but have little legal protection
출판일: July 1, 2026
글쓴이: Andrew Cullen (Senior Research Fellow, School of Computing and Information Systems, The University of Melbourne)
플랫폼: The Conversation (Creative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