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코딩 도우미, 성적을 올린 것은 'AI'가 아니라 '수업 방식'이다
생성형 AI는 프로그래밍 교육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를 받아왔다. 하지만 실제 수업에서 AI를 사용하는 것만으로 학습 효과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멕시코 공과대학 연구진은 대규모 실험을 통해 AI의 효과는 기술 자체보다 이를 어떻게 교육에 녹여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AI가 대신 코딩해주는 시대, 학생은 무엇을 배워야 할까
이제 프로그래밍 입문 수업에서 학생들은 모르는 문법을 검색하기보다 ChatGPT나 GitHub Copilot에 질문을 던진다. 몇 초 만에 동작하는 코드가 만들어지고, 오류도 수정된다. 언뜻 보면 프로그래밍 교육은 훨씬 쉬워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교육자들의 고민은 오히려 커졌다. 학생이 코드를 직접 고민하지 않아도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논리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은 제대로 길러질까. AI가 학습을 돕는 도구인지, 아니면 사고를 대신하는 도구가 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았다.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연구진은 실제 대학 수업에서 여러 가지 AI 활용 방식을 비교하는 대규모 교육 실험을 진행했다.
프로그래밍 교육에서 AI를 둘러싼 논쟁
프로그래밍 교육은 단순히 문법을 배우는 과정이 아니다. 추상화, 논리적 사고, 문제 분해, 계산적 사고를 익히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등장한 대규모 언어모델은 코드 생성, 디버깅, 코드 설명까지 수행하면서 초보 학습자의 부담을 크게 줄여주고 있다.
기존 연구에서는 AI가 개인 맞춤형 피드백과 즉각적인 도움을 제공해 학습 동기를 높일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반면 AI 의존성이 높아질 경우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됐다. 또한 AI를 활용한 과제에서 학업 성취도를 어떻게 공정하게 평가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었다.
핵심은 AI가 아니라 교육 설계다
연구진은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네 가지 서로 다른 교수 전략을 설계했다.
첫 번째는 자기조절 학습 퀴즈 전략이다. 학생들은 AI를 자유롭게 활용해 공부할 수 있지만, 짧은 퀴즈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며 자신의 이해 수준을 점검하도록 했다.
두 번째는 GitHub Copilot 활용 학습이다. Copilot을 단순한 코드 생성기가 아니라 함께 프로그래밍하는 파트너처럼 활용하도록 설계했다. 학생들은 설명을 요청하거나 힌트를 얻고, 학습 후에는 자신이 무엇을 배웠는지 스스로 성찰하는 활동도 수행했다.
세 번째는 프롬프트 반복 개선 전략이다. 학생들은 AI가 원하는 코드를 생성하도록 프롬프트를 계속 수정하면서 문제를 해결했다. 단순히 답을 받는 것이 아니라 요구사항을 정확히 표현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한 것이다.
네 번째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플립드 러닝이다. 수업 전에 AI를 활용해 개념을 미리 학습하고, 실제 수업에서는 응용 활동에 집중하도록 구성했다.
이 네 가지 전략은 모두 AI를 사용하는 방법이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학생이 스스로 학습 과정을 점검하도록 설계했다.
686명의 공학도에게 적용한 대규모 실험
연구는 멕시코 테크놀로지코 데 몬테레이 10개 캠퍼스에서 진행됐다. 처음에는 1,457명의 공학계열 학생이 대상이었으며, 사전·사후 평가를 모두 완료한 686명의 학생 데이터를 최종 분석에 사용했다. 53개 강의, 32명의 교수가 참여했으며, 실험은 10주 과정 중 4주 동안 Python 3.13을 이용한 반복문과 리스트 단원을 중심으로 실시됐다.
학습 성과는 사전·사후 시험을 바탕으로 정규화 학습 향상도(normalized learning gain)로 계산했다.
분석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모든 수업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기존 강의와 비교했을 때 전체 학습 향상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세부 전략을 비교하면 차이가 보였다. 자기조절 퀴즈 전략과 GitHub Copilot 활용 전략은 프롬프트 반복 개선 전략이나 AI 기반 플립드 러닝보다 더 높은 학습 향상도를 보였다. 또한 성별에 따른 유의한 학습 성과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생성형 AI의 효과는 AI 사용 여부보다 학생의 사고 과정과 자기조절 학습을 얼마나 촉진하도록 설계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해석했다.
한계와 신중론
연구진도 결과를 과도하게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무작위 배정이 아닌 준실험 설계를 사용했으며, 실제 수업 환경에서 교수와 강의 분반에 따라 조건이 달랐다. 실험은 프로그래밍 입문 과정의 두 개 주제만을 대상으로 4주 동안 진행됐고, 학습 성과 역시 단기적인 개념 이해를 중심으로 측정했다.
따라서 이 결과만으로 생성형 AI가 프로그래밍 교육의 효과를 높이거나 낮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어떤 교수 전략과 함께 활용될 때 가장 효과적인지를 추가로 검증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AI 시대에도 결국 중요한 것은 '배움의 설계'
생성형 AI는 이제 프로그래밍 교육에서 사라질 수 없는 도구가 됐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기술만 교실에 들여놓는다고 학습이 저절로 좋아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고, 반성하도록 만드는 교육 설계가 함께할 때 AI는 비로소 강력한 학습 도구가 된다. 결국 미래의 경쟁력은 더 좋은 AI를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AI와 함께 더 깊이 배우는 사람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출처
Huesca, G., Martinez-Trevino, Y., Jiménez González, C. G., Cantú Delgado, D. A., Navarrete, C., Cedillo-Hernandez, A., & Quintero Meza, R. R. (2026). Teaching Programming in the Age of 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 Learning Gains and Pedagogical Integration in a Higher Education Context. AI, 7, 248. https://doi.org/10.3390/ai70702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