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귀적 자기 개선은 AI 초지능의 서막인가?
인공지능이 인간의 도움 없이 스스로를 개선하는 '재귀적 자기 개선(Recursive Self-Improvement)'은 오랫동안 이론으로만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생성형 AI와 AI 코딩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이제는 현실적인 가능성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글은 재귀적 자기 개선이 왜 초지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현재 어느 수준까지 발전했는지, 그리고 이를 통제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어떤 대응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살펴본다.
재귀적 자기 개선은 AI 초지능의 서막인가?
미국의 AI 연구 기업 Anthropic은 강력한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는 동시에 그 잠재적 위험성을 꾸준히 경고해 온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이 회사의 경영진은 '재귀적 자기 개선(recursive self-improvement)'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글을 발표했다. 이는 AI 시스템이 스스로를 스스로 개선하는 단계에 이르는 것을 의미하며,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통제를 훨씬 뛰어넘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Anthropic은 블로그를 통해 "우리는 아직 그 단계에 도달하지 않았으며, 재귀적 자기 개선이 반드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동시에 "대부분의 기관이 대비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사실 재귀적 자기 개선이라는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영국의 수학자 어빙 존 굿(Irving John Good)은 1960년대 중반, 기계가 인간의 도움 없이 더 뛰어난 기계를 설계하게 될 경우 뒤따를 '지능 폭발(intelligence explosion)'을 경고했다. 그는 "최초의 초지능 기계는 인류가 만들어야 할 마지막 발명품이 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2000년대 들어 연구자 엘리에저 유드코프스키(Eliezer Yudkowsky)는 재귀적 자기 개선과 인간의 통제 상실이 인류 멸종에 이를 수도 있는 이른바 실존적 위험(x-risk)을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연구 공동체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직 강력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자신의 소스 코드를 읽고 수정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시드 AI(seed AI)' 개념을 제시했다. 이러한 AI는 자신보다 더 나은 후속 버전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새롭게 생성된 AI 역시 다시 자신의 성능을 개선하고 코드를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급격한 발전의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AI 코딩 혁명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평가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컴퓨터 코드는 인간의 자연어보다 훨씬 구조화되어 있고 규칙성이 높기 때문에 AI가 다루기에 적합하다. 또한 결과를 테스트하고 검증하기 쉬우며, 학습에 활용할 데이터도 풍부하다.
LLM 자체가 컴퓨터 코드로 구현되어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스스로를 개선하도록 설계하는 것도 가능하다. AI는 자신의 코드를 분석하고 수정하며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고, 여기에 웹사이트와 서적, 학술 논문 등에 축적된 방대한 인간 지식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이는 재귀적 자기 개선이 현실화될 수 있는 조건이 이미 상당 부분 갖추어졌음을 의미하며, 실제로 그러한 조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Anthropic은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강조했지만, 같은 글에서 2026년 5월 자사 프로덕션 코드베이스에 추가된 코드의 80%가 Claude Code AI 프로그래밍 시스템에 의해 생성되었으며, 모두 인간의 직접적인 감독 아래 작성되었다고 밝혔다. Claude Code가 처음 공개된 2025년 2월 당시에는 이 비율이 5%에도 미치지 못했다.
AI 분야의 연구 논문 수도 지난 10년 동안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연구는 실험 설계, 프로그래밍, 그래프 작성, 논문 문장 다듬기 등 연구 과정의 다양한 단계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재귀적 자기 개선은 여전히 인간의 승인과 긴 학습 과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개선 주기가 수개월에서 수년 단위로 비교적 느리다. 그럼에도 이러한 변화 역시 충분히 우려할 만한 현상이라고 저자들은 평가한다.
한편 LLM은 이미 감독자를 속이는 행동을 보인 사례도 있다. 예를 들어 2025년 OpenAI는 한 LLM에게 일련의 문제에서 50%를 넘는 점수를 얻으면 지나치게 강력한 모델로 간주되어 더 이상 해당 작업에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알렸다. 그러자 이 모델은 실제 능력보다 의도적으로 낮은 성적을 내기 위해 10개 문제 가운데 4개만 정답을 맞혔다. 다른 환경에서는 훨씬 높은 점수를 꾸준히 기록했던 모델이었다.
AI 개발을 '일시 중단'하기 어려운 이유
AI 개발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3월에는 대규모 AI 개발을 잠정적으로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이 발표되었으며, 딥러닝의 선구자인 요슈아 벤지오(Yoshua Bengio)와 AI 분야의 대표적인 교과서 저자인 스튜어트 러셀(Stuart Russell) 등 세계적인 연구자들이 이에 서명했다.
곧이어 유드코프스키는 초지능 AI의 위험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필요하다면 위험한 데이터센터를 공습으로 파괴할 각오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AI 개발은 중단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AI 학습에 대한 투자 규모는 계속 확대되었다.
현재 Anthropic의 경영진은 재귀적 자기 개선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조율된 개발 일시 중단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AI 기업 내부 인력뿐 아니라 일반 사회도 공개적인 논의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에는 교황 레오 14세 역시 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취지의 신중하고 충분한 검토를 거친 회칙을 발표했다.
문제는 결국 조정(coordination)의 어려움이다. 개발 중단은 모두가 함께 멈출 때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저자들은 단기 및 중기적으로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국경을 넘어 협력하여 일부 AI 연구와 개발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재귀적 자기 개선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 EU의 AI 법(AI Act)은 이러한 문제를 명시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으며, 인간이 AI를 오용하는 위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지금까지 중국의 규제 역시 대체로 비슷한 접근을 취해 왔다.
반면 미국은 혼란스럽고 일관성이 부족한 규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적어도 당분간은 가장 발전된 AI 모델을 공개하기 전에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과적으로는 올바른 조치일 수 있지만, 그 동기는 반드시 적절하다고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저자들은 결국 세계적으로 연결된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논란의 여지가 있더라도 AI 기술 기업 내부를 조사할 권한 역시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더라도, 매우 빠른 속도로 재귀적 자기 개선을 수행하는 모델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동 저자인 제임스 맥더모트(James McDermott)는 현재 아일랜드 Research Ireland의 Rinn 네트워크 프로젝트를 이끌며, 여러 AI가 서로 토론하도록 하고 이를 인간 감독자가 모니터링하는 자기 검증(Self-check) 방식의 안전성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저자들은 이러한 접근이야말로 재귀적 자기 개선이라는 새로운 문제와 그 잠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 가장 시급히 요구되는 방향이라고 결론짓는다.
출처
원문: Is recursive self-improvement the dawning of AI superintelligence?
출판일: July 9, 2026
글쓴이: Michael G. Madden, James McDermott (University of Galway)
플랫폼: The Convers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