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1년 만에 암호화폐로 10억 달러 이상을 벌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몇 년 전만 해도 미국 정치와 암호화폐는 서로 다른 세계처럼 보였다. 암호화폐는 실리콘밸리와 개발자, 그리고 일부 투자자들의 관심사였고,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코인을 발행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암호화폐는 더 이상 기술 혁신만을 이야기하는 산업이 아니다. 선거 전략이 되고, 외교의 도구가 되며, 때로는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 사업 모델이 되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정치와 암호화폐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트럼프 대통령의 재산 신고서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신고 내용에 따르면 그는 단 1년 만에 암호화폐 사업을 통해 10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한 정치인의 자산이 늘어난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 미국 대통령이라는 공적 지위와 민간 암호화폐 사업이 어디까지 공존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해충돌은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트럼프가 과거에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를 "사기"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불과 몇 년 만에 그는 암호화폐 산업의 가장 큰 수혜자 가운데 한 명이 되었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밈코인과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 글은 단순히 "트럼프가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어떻게 돈을 버는 구조인지, 밈코인은 왜 투기성이 강한지, 그리고 대통령이라는 권력과 민간 암호화폐 사업이 결합했을 때 어떤 논란이 발생하는지를 함께 살펴보려 한다.

원문은 호주 애들레이드대학교 금융·데이터분석 분야의 마르타 코민(Marta Khomyn) 교수가 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글로, 복잡한 암호화폐 사업 구조를 일반 독자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아래는 그 내용을 바탕으로 핵심을 충실히 옮긴 번역이다.


암호화폐는 이제 정치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때 암호화폐를 "사기"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암호화폐가 그의 핵심 수익원 가운데 하나가 됐다.

최근 공개된 연례 재산 신고서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암호화폐 사업을 통해 10억 달러(US$1 billion)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이 소식은 트럼프를 비판하는 정치권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일리노이주 부지사이자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인 줄리아나 스트랫턴은 트럼프가 "미국 가정이 기본적인 생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통령직을 이용해 수십억 달러를 벌고 있다"며 "끝없는 탐욕은 역겹다"고 비판했다.

반면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이 이해충돌을 일으켰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백악관 부대변인 애나 켈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의 모든 결정은 미국 국민의 최선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어떤 방식으로 암호화폐를 통해 이처럼 막대한 부를 축적했을까?


암호화폐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암호화폐는 디지털 형태의 화폐다. 기존 화폐와는 두 가지 핵심적인 차이가 있다.

첫째, 기존 화폐는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지만 암호화폐는 컴퓨터 코드에 미리 정의된 규칙에 따라 발행된다.

이 코드는 특정 기업이 관리할 수도 있고, 암호화폐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백서(White Paper)'에 공개된 알고리즘에 따라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될 수도 있다.

둘째, 기존 화폐 거래는 은행 시스템을 거치지만 암호화폐 거래는 블록체인(Blockchain)에서 이루어진다. 블록체인은 누가 어떤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기록하는 분산형 데이터베이스다.

비트코인(Bitcoin)은 가장 오래되고 가장 널리 알려진 암호화폐다. 탈중앙화 구조를 채택하고 있어 발행을 통제하거나 그 과정에서 이익을 얻는 단일 주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비트코인 외에도 이더리움(Ethereum), 솔라나(Solana)와 같은 공개 블록체인 위에서는 수만 종의 민간 발행 암호화폐가 운영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민간 기업이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발행한다.

블록체인에서는 가치가 있든 없든 코드로 표현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디지털 자산이 거래 대상이 될 수 있다.


트럼프의 암호화폐 사업

트럼프와 그의 가족은 현재 세 종류의 디지털 자산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바로 $TRUMP 밈코인(memecoin), WLFI 거버넌스 토큰(governance token), USD1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다.

밈코인은 실질적인 사업 기반이나 경제적 가치가 없는 암호화폐다. 투자자들의 관심과 화제성만으로 가격이 형성된다. 아이의 낙서를 작품 자체의 가치가 아니라 '내 아이가 그린 그림'이라는 이유만으로 구입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의 가치를 디지털 형태로 구현한 암호화폐다. 예를 들어 USD1은 항상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됐으며, 이를 위해 일반적으로 단기 미국 국채와 현금을 담보 자산으로 보유한다.

거버넌스 토큰은 프로젝트 운영에 대한 의결권을 부여하지만, 프로젝트의 소유권이나 수익을 배분받을 권리는 제공하지 않는다.

$TRUMP 밈코인은 2025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사흘 앞두고 출시됐다. 전체 발행량의 약 80%는 트럼프와 관련된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으며, 코인이 거래될 때마다 발생하는 수수료 역시 이들이 가져간다.

WLFI와 USD1은 2024년 트럼프 가족과 사업 파트너들이 공동 설립한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이 발행한다. 트럼프 측 기업은 이 회사 지분 약 60%를 보유하고 있으며, 토큰 판매 순수익의 75%를 받을 권리를 갖고 있다.

트럼프의 연례 재산 신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은 5억 달러 이상, 밈코인 사업은 6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경제지 포브스는 현재 트럼프의 순자산을 약 60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는 2024년의 23억 달러에서 크게 증가한 규모다.

토큰으로 어떻게 10억 달러를 벌 수 있었을까

먼저 USD1 스테이블코인의 수익 구조를 살펴보자.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투자자로부터 달러를 받은 뒤 그에 상응하는 코인을 발행한다. 확보한 달러는 미국 국채에 투자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이자를 수익으로 얻는다.

따라서 발행량이 많을수록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자금도 늘어난다. 결국 핵심은 가능한 한 많은 투자자, 특히 대규모 자금을 가진 기관이 해당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USD1의 경우 그 역할을 한 곳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Binance)였다. 바이낸스는 2023년 미국의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를 인정한 바 있으며, 보도에 따르면 USD1의 핵심 코드를 개발하고 자사 플랫폼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이후 2025년 5월 아부다비 국부펀드 MGX는 바이낸스에 20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결제 수단으로 USD1을 사용했다.

MGX는 아랍에미리트(UAE) 국가안보보좌관인 셰이크 타흐눈 빈 자이드 알 나흐얀이 의장을 맡고 있다.

이 거래를 통해 트럼프 측 사업은 즉시 20억 달러 규모의 이자 수익 자산을 확보했고, 연간 약 8천만 달러의 이자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바이낸스는 전체 USD1 발행량의 약 87%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바이낸스가 USD1을 상장한 지 며칠 뒤 바이낸스를 상대로 한 소송을 취하했다. 이어 2025년 10월 트럼프는 바이낸스 창업자인 창펑 자오를 사면했다.

이후 월스트리트저널의 조사에 따르면 셰이크 타흐눈은 트럼프 취임 나흘 전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 지분 49%를 약 5억 달러에 비공개로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TRUMP 밈코인의 수익 구조는 훨씬 단순하다.

투기적 투자자들이 기대감만으로 코인을 사고팔도록 만들면, 트럼프 측은 거래가 이루어질 때마다 수수료를 받는다.

또한 누구나 익명으로 매수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이 코인이 트럼프 가족에게 추적이 어려운 금전적 선물을 전달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일부 투자자들은 트럼프와의 만찬 초청을 받기 위해 총 1억4천8백만 달러 규모의 밈코인을 매입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의 밈코인과 마찬가지로 $TRUMP 역시 초기 열기가 사라지자 급락했다. 현재 가격은 최고점 대비 약 98%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의 조사에 따르면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 밈코인 사업, 아메리칸 비트코인(American Bitcoin), AI 파이낸셜(AI Financial Corp) 등 트럼프 가족의 주요 암호화폐 사업 네 곳은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 이후 약 23억 달러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100만 명이 넘는 투자자들이 입은 손실 규모와 거의 일치한다.


전례 없는 사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일부 암호화폐 규제는 정책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GENIUS Act는 암호화폐 산업이 오랫동안 요구해 온 명확한 규제 기준을 제시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암호화폐 사업을 둘러싼 특혜 의혹과 제도화된 부패 논란은 이러한 정책적 성과마저 훼손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트럼프의 암호화폐 사업은 미국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사례다. 대통령의 호의를 얻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대통령이 발행한 코인을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이해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이는 미국의 법치주의와 공적 제도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출처

Trump has made more than $1 billion from crypto in a year. How?
출판일: July 2, 2026
글쓴이: Marta Khomyn (Senior Lecturer, Finance and Data Analytics, Adelaide University)
플랫폼: The Conversation (Creative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