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M 슬리피지란 무엇인가? 최신 연구가 정리한 자동화 마켓 메이커의 슬리피지 구조와 해결 전략


새로운 통합 프레임워크가 밝힌 슬리피지의 원인과 MEV, AMM 설계의 관계

최근 중국 중산대학교(Sun Yat-sen University)푸단대학교(Fudan University) 연구진은 자동화 마켓 메이커(AMM, Automated Market Maker)에서 발생하는 슬리피지(slippage)를 하나의 통합된 틀에서 설명하는 리뷰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는 기존 연구마다 서로 다르게 사용되던 슬리피지의 정의를 하나로 정리하고, 슬리피지가 발생하는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류해 앞으로의 연구 방향까지 제시했다. 논문은 2026년 Blockchains 저널에 게재됐다.

탈중앙화 거래소(DEX)를 이용해 암호화폐를 거래하다 보면 예상했던 가격보다 불리한 가격으로 거래가 체결되는 경우가 있다. 이를 일반적으로 슬리피지라고 부른다. 많은 이용자는 단순히 "가격이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거래 자체의 구조, 유동성, 블록체인의 처리 과정, 그리고 다른 이용자의 거래까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여러 원인을 하나의 분석 틀 안에서 설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거래 자체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다른 거래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을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기존 연구들이 각각 어떤 부분을 다루고 있었는지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슬리피지는 왜 발생하는가

슬리피지는 거래를 요청한 시점과 실제 블록체인에서 거래가 실행되는 시점 사이에 가격이 달라지면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1ETH를 USDC로 교환한다고 가정해 보자.

먼저 거래소는 현재 유동성을 기준으로 예상 교환 금액을 계산해 사용자에게 제시한다. 사용자가 거래를 승인하면 해당 거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전송된다. 그러나 블록에 포함되어 실제 실행되기까지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이 짧은 시간 동안 다른 이용자들의 거래가 먼저 실행될 수 있으며, 그 결과 유동성 풀의 가격이 변한다. 결국 사용자가 실제로 받는 USDC는 처음 예상했던 금액보다 적어질 수 있다. 이것이 슬리피지다.

연구진은 이러한 과정 전체를 거래 조회(Query), 거래 제출(Submission), 실제 실행(Execution)의 세 단계로 설명했다. 논문 4페이지의 그림은 이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며, 슬리피지가 발생하는 시점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고 있다.

기존에는 슬리피지를 서로 다르게 정의한다

연구진이 가장 먼저 지적한 문제는 기존 연구마다 슬리피지를 계산하는 기준이 달랐다는 점이다.

일부 연구는 현재 시장가격과 예상 가격의 차이를 슬리피지로 정의했다.

반면 실제 거래 환경을 연구하는 논문들은 예상 가격과 실제 체결 가격의 차이를 슬리피지라고 정의했다.

이처럼 기준이 다르면 같은 거래를 분석해도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온다. 연구 결과를 비교하기 어려웠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이번 논문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의 통합 정의를 제안했다. 이를 통해 기존의 여러 연구 결과를 하나의 분석 체계 안에서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슬리피지는 두 가지 원인으로 나눌 수 있다

연구진은 슬리피지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했다.

첫 번째는 내생적 편차(Endogenous Deviation)다.

이는 거래 자체가 유동성 풀의 가격을 움직이면서 발생하는 비용이다.

큰 거래를 한 번에 실행하면 유동성 풀이 크게 변하고 가격도 많이 움직인다. 따라서 거래 규모가 클수록 내생적 슬리피지도 빠르게 증가한다.

두 번째는 외생적 편차(Exogenous Deviation)다.

이는 사용자의 거래가 블록에 포함되기 전 다른 사람들의 거래가 먼저 실행되면서 발생하는 가격 변화다.

특히 블록 생성자가 거래 순서를 조정하거나 공격자가 거래 사이에 자신의 거래를 끼워 넣는 MEV(Maximal Extractable Value) 공격은 외생적 슬리피지를 크게 증가시키는 대표적인 사례다.

연구진은 기존 연구들이 이 두 가지 원인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새롭게 제안한 프레임워크에서는 각각을 독립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거래 규모가 커질수록 슬리피지가 급격히 증가하는 이유

많은 투자자가 "거래를 두 배 크게 하면 슬리피지도 두 배 증가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논문에서는 수학적으로 거래 규모가 증가할수록 슬리피지는 제곱 형태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즉 거래량이 두 배가 되면 슬리피지는 두 배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크게 늘어난다.

이는 AMM의 가격곡선이 직선이 아니라 곡선 형태이기 때문이다.

곡선이 급할수록 같은 거래량이라도 가격이 더 크게 움직인다.

그래서 대규모 거래를 한 번에 실행하는 것보다 여러 거래소나 여러 유동성 풀로 나누어 실행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많다.


유동성 곡선을 바꾸면 슬리피지를 줄일 수 있다

연구에서는 다양한 AMM 설계를 비교하면서 슬리피지를 줄이는 방법도 정리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Uniswap V3의 집중 유동성(Concentrated Liquidity)이다.

기존 Uniswap V2는 전체 가격 구간에 유동성을 동일하게 배치했다.

반면 V3는 실제 거래가 많이 발생하는 가격대에 유동성을 집중시킨다.

그 결과 가격곡선이 완만해지고 슬리피지가 감소한다.

또 다른 사례인 Curve는 가치가 거의 동일한 스테이블코인 간 거래에 최적화된 곡선을 사용하여 슬리피지를 크게 줄였다.

Balancer는 여러 자산의 비중을 조절해 곡률을 변경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논문은 이러한 다양한 AMM 구조를 비교하며 각각의 곡률 특성과 슬리피지 감소 효과를 정리했다. 특히 8페이지 표에서는 대표적인 AMM 설계와 곡률 특성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거래를 여러 풀로 나누는 전략이 효과적인 이유

연구진은 거래를 여러 유동성 풀에 분산하는 전략도 소개했다.

예를 들어 동일한 ETH-USDC 거래가 가능한 풀이 여러 개 있다면 한 곳에서 모두 거래하는 것보다 여러 풀에 나누어 거래하는 것이 평균 가격을 개선할 가능성이 높다.

논문은 이를 최적 경로 탐색(Optimal Routing) 문제로 설명한다.

최적화 알고리즘은 여러 풀의 가격이 거래 후 최대한 비슷해지도록 거래량을 분배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DEX 애그리게이터가 사용하는 방식 역시 이러한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발전했다.

반면 하나의 풀에서 거래를 시간차를 두고 여러 번 나누는 전략은 측정되는 슬리피지는 줄어들 수 있지만 실제 최종 수익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설명했다.


블록체인의 거래 순서도 슬리피지를 키운다

외생적 슬리피지의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는 MEV다.

대표적인 사례는 샌드위치 공격이다.

공격자는 사용자의 거래를 확인한 뒤 먼저 같은 방향으로 거래를 실행해 가격을 움직인다.

그 다음 사용자의 거래가 불리한 가격에 체결되면 다시 반대 방향으로 거래해 차익을 얻는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는 더 높은 슬리피지를 부담하게 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기술도 함께 정리했다.

  • 거래 순서를 공정하게 정하는 방식
  • 암호화된 메모리풀을 사용하는 방식
  • 거래 내용을 일정 시간 숨기는 방식
  • MEV 수익을 사용자에게 다시 돌려주는 방식

이러한 기술들은 슬리피지를 직접 줄이거나 사용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차세대 AMM은 슬리피지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논문은 앞으로의 연구 방향도 제시했다.

첫째는 외부 가격 정보를 적극 활용하는 새로운 AMM 설계다.

둘째는 거래를 자동으로 최적 경로에 분산하는 실행 시스템이다.

셋째는 여러 블록체인을 동시에 사용하는 크로스체인 환경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슬리피지 문제다.

넷째는 AMM 설계와 MEV 방어, 거래 실행 전략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장기적으로 중앙화 거래소 수준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탈중앙화 거래 시스템이 이러한 통합 기술을 통해 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슬리피지를 이해하는 방식이 AMM 연구의 새로운 기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기여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제안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흩어져 있던 슬리피지 연구를 하나의 체계로 정리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슬리피지의 원인을 거래 자체와 외부 환경으로 구분해 분석할 수 있게 됐으며, 개발자들은 어떤 기술이 어떤 종류의 슬리피지를 줄이는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탈중앙화 금융이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슬리피지는 사용자 경험과 거래 효율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이번 연구에서 제안한 통합 프레임워크는 앞으로 AMM 설계, DEX 최적화, MEV 방어 기술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출처

Shang, X., Zheng, J., Yuan, J., & Huang, H. (2026). Understanding Slippage in Automated Market Makers: A Unified Deviation Framework and Survey. Blockchains, 4(3), 8. https://doi.org/10.3390/blockchains4030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