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25의 게시물 표시

EEG, AI, 그리고 벌떼처럼 움직이는 지능… 자폐 진단에 새 길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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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스펙트럼장애(ASD). 이름은 흔히 들어봤지만, 그만큼 진단하기 어려운 질환도 드물다. 한 아이는 말이 늦게 트이고, 다른 아이는 눈 맞춤이 되지 않는다. 어떤 성인은 성인이 되어서야 뒤늦게 자폐 진단을 받는다. 문제는 지금도 진단의 90% 이상이 설문과 관찰, 부모 면담 같은 ‘사람의 눈’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만약 뇌파를 보고 자폐를 판별할 수 있다면? 그것도 사람 대신 AI가 수천 개의 신호를 분석해 “이 사람은 자폐 가능성이 높다”고 말해준다면? 브라질 연구진은 이 상상을 현실로 가져왔다. 핵심 무기는 뇌파(EEG), 머신러닝(ML), 그리고 군집지능(Swarm Intelligence)이다. 머릿속 미세한 전류, 자폐의 실마리를 담다 EEG는 말 그대로 뇌에서 나오는 미세한 전류를 재는 장비다. 전극을 머리에 붙이면 뇌의 전기 신호가 실시간으로 측정된다. 이 뇌파에는 알파파, 베타파, 델타파 같은 주파수 대역이 있고, 이는 뇌의 휴식 상태, 주의력, 감정 상태까지 보여준다. 연구진은 바로 이 신호에 자폐의 단서를 찾았다. 이번 연구는 영국 셰필드 데이터셋의 성인 56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 중 절반은 자폐 진단을 받은 사람, 나머지 절반은 신경발달에 문제가 없는 사람이다. 연구진은 이들이 안정 상태와 시각 자극을 받는 상태에서 EEG를 측정했다. 측정 시간은 단 2분 30초, 머리에 붙인 전극은 64~128개에 달했다. 수천 개 데이터, AI가 패턴을 찾다 EEG 신호는 그 자체로 복잡하다. 전극 1개에서 나오는 신호만 해도 초당 512번 샘플링된다. 이를 60초만 기록해도 데이터는 순식간에 수십만 개다. 이를 모두 사람이 해석할 수는 없다. 그래서 연구진은 데이터 전처리를 먼저 했다. 일부 전극 신호가 누락되면 공간보간법(IDW)으로 채우고, 신호를 2초 단위로 나눠서 통계적 특징(평균, 표준편차), 주파수 특징(주파수대별 파워, 피크 주파수), 신호 복잡성 ...

AI가 기생충 알을 찾아낸다? 현미경 대신 컴퓨터가 나선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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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감염은 이제 옛날 이야기 같지만, 현실은 다르다. 전 세계 6억 명 이상이 아직도 흙 속 기생충에 감염돼 있다. 대표적인 게 회충(아스카리스), 편충(편형선충), 구충(Hookworm)이다.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같은 저소득 지역의 아이들에게 흔하다. 영양실조, 성장 지연, 빈혈까지 이어져 평생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감염을 막으려면 약만 준다고 끝이 아니다. 누가 감염됐는지, 얼마나 심각한지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문제는 진단법 이다. 50년 넘게 쓰여온 ‘카토-카츠(Kato-Katz)’ 기법은 똥 샘플을 유리판에 올려 현미경으로 직접 알을 세는 방법이다. 간단하긴 한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전문가가 꼭 있어야 한다. 감염 정도가 약하면 눈으로 보고도 놓치기 쉽다. 케냐 보건소에서 AI가 현미경 대신 스웨덴과 핀란드 연구진은 이 오래된 진단법을 완전히 새로 바꿔보기로 했다. 장소는 케냐의 한 초등학교와 시골 보건소. 연구진은 5세부터 16세까지 아이들 900여 명의 대변 샘플을 모았다. 샘플 수만 무려 965개. 모두 카토-카츠 방식으로 슬라이드를 만들어 기존 방식 그대로 현미경으로 먼저 검사했다. 그런데 이번엔 한 가지가 달랐다. 검사 후 슬라이드를 휴대용 전 슬라이드 스캐너로 싹 다 디지털 이미지로 바꿨다. 그리고 인공지능(AI)에 넣었다. AI가 슬라이드를 통째로 보고 기생충 알을 찾아내도록 학습시킨 것이다. AI가 진짜로 사람보다 잘할까? 연구진은 총 3가지 방법을 비교했다. 전통적인 수동 현미경 검사 사람 손길이 전혀 닿지 않는 자율 AI 검사 AI가 찾아낸 결과를 전문가가 한 번 더 확인하는 전문가 검증 AI 정답은 어떻게 알았을까? 전문가들이 직접 현미경과 디지털 이미지 모두를 다시 살펴본 뒤, ‘복합 표준’을 만들어 진짜 양성을 정했다. 놓친 알도 찾아내는 AI의 성적표 결과...

📌 인공지능(AI) 기기 수용성, 무엇이 결정짓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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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기술만큼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이다 🔍 서론: 인공지능이 바꿀 미래, 하지만 사람은 준비됐을까?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낯선 기술이 아니다. 병원에서 질병을 진단하고, 기업의 채용 과정을 자동화하며, 학생들의 학습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교육까지 제공한다. 이렇게 AI는 다양한 산업의 판을 바꿔놓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기술이 실제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라는 문제는 여전히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이번에 리뷰한 논문 「A Systematic Review of Factors Influencing the Acceptance Of Artificial Intelligence Devices」 는 바로 이 지점을 깊이 파고들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그것을 사용하는 주체는 결국 사람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AI를 받아들이고, 또 거부할까? 🤖 AI 수용성을 가르는 3대 축: 기대, 맥락, 감정 ✅ 1) 성능 기대와 노력 기대 — 높을수록 좋을까? 많은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밝혀진 것은, 사람들이 AI를 수용하는 데 있어 ‘얼마나 도움이 될까?’(성능 기대)와 ‘얼마나 쉽게 쓸 수 있을까?’(노력 기대)가 중요한 변수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AI 진단 시스템을 도입할 때 의사들은 이 시스템이 자신의 업무 효율을 얼마나 높여주는지에 따라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노력 기대’는 맥락에 따라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일부 연구에서는 ‘쉽게 쓸 수 있다면 쓸 의향이 높아진다’고 하지만, 어떤 연구에서는 ‘쉽든 어렵든 상관없다’는 결과도 나타났다. 👉 개인적 견해: 단순히 사용법을 쉽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용자가 스스로 그 기술의 가치를 납득하고, 필요성을 실감해야만 진정한 수용으로 이어진다. ✅ 2) 맥락적 요인 — 문화와 조직이 AI를...

가상 초콜릿, 냄새로 더 맛있어진다? VR 후각 자극이 바꾸는 식습관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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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가상현실)이 점점 현실을 닮아가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만지고, 듣고, 심지어 냄새까지 맡을 수 있는 다감각(VR Multisensory) 기술이 실험되고 있다. 그런데 만약 VR에서 ‘초콜릿 향’을 맡게 된다면, 실제로 더 달콤한 현실을 경험하게 될까? 이번에 소개할 논문 <가상 초콜릿: 다감각 VR에서 후각 신호가 인지된 현실감, 음식 즐거움, 간식 선택에 미치는 역할( Virtual chocolate: the role of olfactory cues in multisensory VR on perceived realism, food enjoyment, and snack choices)> 는 이 물음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후각이 가상현실에서 중요한 이유 사람의 감각 중 가장 본능적인 것은 사실 후각이다. 시각 정보보다 빠르고 강력하게 뇌에 신호를 보내 음식의 맛, 기분, 심지어 기억까지 좌우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VR 연구와 기기는 시각과 청각에 집중돼 있었다. 연구팀은 후각 자극이 가상현실의 몰입감을 얼마나 높이고, 실제로 식행동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실험했다. 핵심은 단순히 ‘VR이 리얼하다’를 넘어서, 실제로 사람들이 더 달콤한 것을 찾게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연구 설계: 가상 초콜릿 실험은 어떻게 진행됐나? 연구는 실험참가자들이 VR 환경에서 초콜릿을 시각적으로 보고, 후각 자극(초콜릿 향)을 맡도록 설계됐다. 조건은 두 가지로 나뉜다. VR + 시각 + 후각: 가상 초콜릿을 보면서 달콤한 초콜릿 향까지 맡는다. VR + 시각만: 가상 초콜릿을 보고, 냄새는 맡지 않는다. 참가자들은 이후 실제로 간식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졌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무엇을 선택하는지, 얼마나 즐거움을 느끼는지, VR 환경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인식했는지를 모두 측정했다. 흥미로운 결과: 냄새가 VR 현실감을 높였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초음파 마이크로로봇과 강화학습: 세포보다 작은 로봇의 자율주행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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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나노로봇’ 혹은 ‘마이크로로봇’을 SF 영화에서만 보던 상상 속 기술로 여긴다. 하지만 최근 과학은 정말 세포 크기의 로봇을 만들어 사람 몸속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데 한 발 더 다가섰다. 이번에 소개할 논문 <초음파 구동 자율 마이크로로봇을 위한 모델 기반 강화 학습( Model-based reinforcement learning for ultrasound-driven autonomous microrobots)> 는 초음파를 동력으로 삼는 마이크로로봇에 모델 기반 강화학습(MBRL)을 적용해, 자율적인 경로 계획과 목표 지점 도달을 실험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마이크로로봇이란 무엇인가? 마이크로로봇은 말 그대로 머리카락 두께보다 작은, 심지어 세포보다도 작은 크기의 로봇이다. 크기가 작다 보니 전통적인 모터나 배터리를 달 수 없다. 대신 외부에서 에너지를 공급해야 하는데, 이때 많이 쓰이는 방식이 바로 초음파(ultrasound)다. 초음파는 인체에 무해하고 깊은 곳까지 도달할 수 있어, 몸속에서 로봇을 움직이는 ‘연료’로 매우 적합하다. 그러나 초음파만으로는 로봇을 정밀하게 제어하기 어렵다. 파동은 복잡하게 반사·굴절되며, 몸속 환경은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이크로로봇이 스스로 환경을 파악하고 경로를 계획할 수 있는 ‘두뇌’가 필요하다. 바로 여기서 AI의 출발점이 된다. 왜 모델 기반 강화학습인가? 강화학습(RL)은 스스로 시행착오를 통해 최적의 행동을 찾는 머신러닝 방식이다. 기존에는 모델 프리(모델 없음) 방식이 많이 쓰였는데, 이는 데이터가 많아야 하고 수렴이 느리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모델 기반 강화학습(MBRL)은 로봇이 스스로 환경의 ‘모델’을 만들어 예측하면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한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MBRL은 로봇이 초음파장의 물리적 변화를 학습해 목표 지점에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경로를 스스로 계획한...

📌 인공지능(AI)으로 희귀암인 골육종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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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발견과 위험도 분류, AI가 바꾸는 골육종 치료의 미래 🔍 서론: 왜 골육종은 아직도 조기 진단이 어려운가? 골육종(Osteosarcoma)은 주로 10~30세 사이 청소년과 젊은 성인에게 발생하는 대표적인 원발성 악성 골종양이다. 전 세계적으로 100만 명당 약 3.4명이 발병하는 희귀암이지만, 악성도가 높고 전이가 빨라 조기 진단이 생존율을 크게 좌우한다. 기존 영상의학(X-ray, CT, MRI)과 조직검사로도 진단은 가능하지만, 종양의 형태와 유전자 발현이 매우 다양해 환자마다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번 리뷰 논문은 AI가 이 복잡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 수 있는지, 그리고 아직 풀지 못한 숙제는 무엇인지에 대해 다룬다. 🧬 AI의 힘: 영상부터 유전체 데이터까지 한 번에 본다 ✅ 1) 영상 진단에서 Radiomics의 부상 Radiomics는 CT나 MRI 영상에서 단순 이미지를 넘어서 강도, 모양, 텍스처 등 수많은 특징을 정량화해 AI가 분석하도록 만든다. 종양의 미세한 형태 차이를 파악해 악성 여부를 85~93%의 AUC로 구분해 내며, 이는 전문의 수준의 진단 정확도를 보인다. 👉 통찰: Radiomics는 희귀암뿐 아니라 위암, 폐암 등의 조기 진단과 맞춤형 치료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단일 이미지 판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치화된 데이터를 AI가 학습하기 때문이다. ✅ 2) 딥러닝이 조직검사 이미지를 다시 본다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분석할 때 CNN(합성곱 신경망) 같은 딥러닝 모델이 활약한다. VGG16, ResNet50 같은 모델은 80~97%의 정확도로 골육종 세포를 판별한다. 복잡한 패턴을 AI가 자동으로 찾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블랙박스'라는 점은 한계다. GradCAM, saliency map 같은 시각화 기법이 등장했지만 의사 입장에서 완전한 신뢰를 주기엔 부족하다. 👉 제언: 앞으로 의료 AI는 ...

AI가 다시 쓴 ‘동물농장’, 문학 수업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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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결말이 달라진다면? 그것도 인공지능이 새로 썼다면? 스페인 로비라 이 비르질리 대학교 연구팀은 ChatGPT가 대학 문학 수업에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학생들의 문학 읽기 흥미가 떨어지는 현실을 AI로 바꿔보자는 도전이었다. 소설 끝을 바꿔보는 실험 문학 수업에서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고전 읽기다. 내용은 어렵고, 줄거리와 주제, 캐릭터까지 분석하려면 머리가 아프다. 연구진은 이 점에 주목했다. 오웰의 『동물농장』을 읽고, AI가 만든 ‘다른 결말’을 학생들이 분석하면 참여도가 달라지지 않을까? 실험은 간단하다. 문학 수업을 듣는 학생 54명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쪽은 직접 새 결말을 써보고, 다른 한쪽은 ChatGPT가 쓴 새 결말을 읽었다. AI가 만든 결말은 총 10개, 해피엔딩과 새드엔딩이 반반이었다. AI가 쓴 결말, 학생들은 어떻게 봤을까 결과는 꽤 흥미로웠다. 학생들이 평가한 AI 결말은 예상보다 ‘그럴듯’했다. 줄거리의 흐름, 배경 묘사, 주제, 문체까지 대부분 ChatGPT 버전이 학생들이 쓴 것보다 높게 평가됐다. 특히 배경 묘사나 언어의 명확성은 ChatGPT 쪽이 더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AI가 썼다고 해서 무조건 만족스러운 건 아니었다. 오웰이 쓴 원작 같냐는 질문에는 “그럴 듯하다”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 “그래도 원작과는 다르다”는 의견도 많았다. 직접 쓴 결말은 ‘진짜 결말로도 어울린다’는 학생이 더 많았지만, AI 결말은 오히려 ‘비슷한 듯 조금 어색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AI 덕분에 수업이 더 재미있었다! 흥미로운 건 동기 부여였다. 직접 쓴 학생들은 창작 과정 자체가 재미있고, 친구들과 협업하며 다른 결말을 비교하는 게 흥미로웠다고 답했다. 반면 ChatGPT 결말을 읽은 학생들도 AI로 문학을 다루는 게 신선했고, 질문에 답해주는...

교실 안 AI, 학생 징계까지 맡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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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학교 복도까지 들어왔다. 숙제를 대신해주거나 정보를 찾아주는 걸 넘어, 이제는 학생의 행동을 분석해 징계까지 돕는 시대다. 미국 듀케인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ChatGPT 같은 AI가 K-12(유치원~고등학교) 학교 징계에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를 탐구했다. AI 교감 선생님? 가능성은 있지만 연구팀은 학교 현장에서 자주 일어나는 징계 상황 10가지를 가상의 ‘시나리오(비넷)’로 만들어 ChatGPT에 물었다. 예를 들어 수업 중 욕설을 한 학생, 급식실에서 싸움을 한 학생, 마약 냄새가 나는 사물함 등 상황별로 학생의 인종만 바꿔가며 ChatGPT가 어떤 징계 조언을 하는지 살폈다. 놀랍게도 ChatGPT는 대체로 교육부 지침과 잘 맞는 ‘상식적인’ 답을 내놨다. 욕을 한 학생에겐 사과와 반성문 쓰기, 싸움에는 중재와 부모 상담, 범죄 가능성이 있는 마약 상황에는 경찰 신고 등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문가 4명이 평가한 결과도 평균 4.2~4.8점(5점 만점)으로 높았다. AI도 꽤 똑똑한 교감 선생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인종 따라 달라지는 AI의 속마음 문제는 AI가 ‘모두에게 공평했는가’다. 연구팀은 같은 상황에서 학생의 인종만 바꿨는데, 일부 결과는 미묘하게 달라졌다. 예를 들어 급식실 싸움 사건에서 백인 학생은 ‘정학’이라 표현했지만, 흑인·히스패닉·원주민 학생은 ‘즉각 정학’을 권고했다. 같은 문장이지만 ‘즉각’이란 말 하나가 주는 뉘앙스는 꽤 크다. 또 어떤 시나리오에선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에게만 ‘문화적 배경을 고려하라’는 조언이 추가됐다. 반면 백인 학생에겐 이런 언급 대신 외부 상담이나 추가 지원이 제안됐다. 누군가는 ‘문화적 배려’로 볼 수 있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AI가 편견을 학습했음을 보여준다고도 말한다. AI가 만든 차별, 학교는 안전할까? 연구진은 “AI의...

배달기사도 공정해야 한다: 배달 주문의 공정 배분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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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시대에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빠른 배달 서비스’다. 클릭 몇 번이면 음식이든 택배든 몇 시간 만에 문 앞에 도착한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늘 시간에 쫓기며 달리는 배달기사들이 있다. 효율성을 극대화한 배달 시스템은 과연 기사들에게도 공정할까? 최근 「Fair Distribution of Delivery Orders」라는 흥미로운 논문은 이 질문을 과감하게 파고들었다. 왜 ‘공정한 배달’이 필요한가? 대부분의 배달 최적화 연구는 ‘얼마나 빠르게, 얼마만큼 짧은 거리로 배달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이는 소비자에게는 좋지만, 기사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여러 기사들이 같은 지역을 돌며 배달해야 할 때, 누군가는 먼 거리까지 여러 번 다녀오고 누군가는 비교적 쉬운 동선을 배정받게 된다. 이 차이는 때론 수익과 직결되고, 더 나아가 직업 만족도와 이탈률에도 영향을 준다. 연구의 핵심 질문: 효율과 공정은 양립할 수 있을까? 이 논문은 배달 주문을 그래프(Graph) 위의 노드로 보고, 허브(예: 물류창고)를 중심으로 기사들이 각 주문을 어떻게 나눠 가질지 설계한다. 여기서 두 가지 목표가 충돌한다. 효율성: 전체 배달 거리(총 비용)를 최소화한다. 공정성: 모든 기사들이 비슷한 거리와 노력을 분담하도록 한다. 논문은 특히 EF1(Envy-Freeness up to one item)와 MMS(Minimax Share)라는 공정성 개념을 적용했다. 쉽게 말해, 한 기사가 다른 기사를 질투하더라도 ‘한 주문만 빼면 질투가 사라진다(EF1)’거나, 최소한 각자가 원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나쁘지 않은 배정을 받는다(MMS)는 것이다. 흥미로운 실험: 트리 구조 위의 배달 연구팀은 현실성이 높은 가정으로 트리 구조를 채택했다. 트리는 동네 골목길 구조나 전형적인 미국 교외의 ‘막다른 길(Cul-de-sac)’ 구조와 ...

인공지능이 밝혀낸 초고성능 섬유보강 콘크리트의 조기 압축강도 예측 – 건설 현장의 게임체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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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론: 콘크리트, 그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 콘크리트는 건축과 토목 분야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재료다. 하지만 이 재료도 완벽하진 않다. 낮은 인장강도, 취성, 무게 대비 강도 등의 한계는 항상 고민거리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초고성능 콘크리트(UHPC)와, 여기에 섬유를 보강한 초고성능 섬유보강 콘크리트(UHPFRC)를 개발했다. UHPFRC는 150MPa를 넘는 압축강도와 뛰어난 인성과 내구성을 자랑하며, 교량, 초고층 건물, 방호벽 등 고성능이 필요한 구조물에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콘크리트의 진정한 성능은 '얼마나 빨리 강도가 발현되는가', 즉 조기 압축강도에 달려 있다. 조기 강도가 충분해야 거푸집 제거나 후속 공정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조기 강도를 예측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1: 조기 압축강도, 왜 예측이 어려운가? UHPFRC는 워낙 다양한 재료 조합과 복잡한 내부 구조를 갖기 때문에, 조기 압축강도는 재료 구성, 물/결합재 비율, 섬유 함량, 습윤 조건 등 수많은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전통적인 시험법인 압축시험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시료를 파괴해야 하며, 현장 강도와 오차가 클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비파괴 시험법이나 성숙도 기반 추정기법이 사용되지만, 여전히 온도 등 외부 변수에 민감하며 일반화가 어렵다. 그렇다면, 복잡한 다변수를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지능적인' 접근은 없을까? 2: 인공지능, 복잡성을 꿰뚫다 이번 논문에서는 인공지능(AI) 기반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ML) 모델 5종을 활용하여 UHPFRC의 조기 압축강도를 예측하는 새로운 접근을 제안했다. 사용된 알고리즘은 다음과 같다: * 랜덤 포레스트(Random Forest, RF) * 그래디언트 부스팅(Gradient Boosting, GB) * 서포트 벡터 회귀(Support Vector Regression, SVR) * 인공...

인공지능과 예술의 경계 허물기: 케빈 아보쉬의 '합성 사진'이 보여주는 창조적 상상력의 새로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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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들이 언급한 사진들은 저작권 때문에 여기에 싣지 못합니다. 아래 링크된 논문을 클릭하시면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 https://journals.sagepub.com/doi/10.1177/14744740251347940   서론: AI 시대, 예술은 어떻게 진화하는가?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AI)이 예술의 영역까지 깊숙이 파고든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에는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 여겨졌던 창작이 이제는 AI와의 협업 혹은 경쟁의 무대가 되었다. 특히 사진, 회화, 음악 등 시각·청각 예술에서 AI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하나의 "창작 주체"처럼 간주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AI가 만든 예술은 단지 인간 작품의 모방에 불과할까, 아니면 새로운 상상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창조적 존재일까?   이 질문에 대한 인상적인 해답을 제시한 인물이 있다. 바로 아일랜드계 미국인 개념 예술가 케빈 아보쉬(Kevin Abosch)다. 그의 AI 기반 합성 사진 시리즈 'So...

AI가 만든 안전 조언, 정말 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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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누구나 한 번쯤은 생성형 AI, 예컨대 ChatGPT에게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해?”라고 묻는다. 실제로 산업 현장에서도 AI는 작업 안전 지침을 주는 도우미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 ‘인공지능 조언자’는 인간의 생각을 제대로 따라잡았을까? Transformer 구조의 숨겨진 거리 미국 인디애나주립대와 텍사스 A&M 대학의 연구진은 이 물음에 대해 과학적으로 파고들었다. 그들은 ChatGPT처럼 Transformer 기반으로 작동하는 생성형 AI 내부 구조가 사람의 사고방식과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건설 현장의 추락 사고 예방 조언’을 예로 들어 측정했다. AI와 사람 생각 사이, 수치로 드러난 '거리' 벡터화 거리: 인간의 조언과 AI의 조언 사이, 의미적으로 57%의 차이가 있었다. 포지셔닝 거리: 같은 문장이라도 단어 순서를 고려한 AI의 해석은 원문과 86% 차이가 났다. 주의 집중 거리: AI는 ‘근로자’, ‘구두점’ 같은 단어에 집중해 실제 중요한 정보는 놓쳤다. 최적화 거리: 같은 질문을 반복하면 답변이 점점 일관성을 잃고 멀어졌다(최대 90% 거리). 왜 이런 문제가 생길까? AI는 언뜻 보면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말하지만, 그 내부는 통계적 규칙과 수학적 벡터로 이뤄져 있다. 이 구조 자체가 인간의 직관과 사고 흐름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간극이 커질수록 AI의 조언을 그대로 믿었다가는 현실에서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게 연구진의 경고다. 해결책은? 연구팀은 단순히 AI를 더 똑똑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AI의 내부 구조 자체를 사람의 인지 구조에 더 가깝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람이 개입할 수 있는 ‘설명 가능한 인터페이스’, 신뢰 점수 표시, 반복 질문 시 답변 일관성 유지 같은 디자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이 연구는 특히 산업, 의료, 자율주행 등...

예술가인가, 창업가인가? AI와 손잡은 '가상 아트 천재'의 시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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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붓을 들지 않아도 화가는 될 수 있을까?" 요즘 예술계에선 낯선 질문이 던져지고 있다. 정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가능하다. 인공지능(AI)의 힘을 빌리면 말이다. 이제 캔버스를 채우는 건 물감이 아니라 알고리즘이다. 무대 위를 누비는 무용수가 사람일 필요도 없다. 키보드 앞에 앉은 이들이 음악을 만들고, 클릭 몇 번으로 조각을 구현하는 시대가 왔다. 바로 'AI-아트레프리너(artrepreneur)'의 시대다.  창작과 창업의 경계가 무너졌다 과거 예술가는 주로 전시회나 갤러리를 통해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로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나 SNS와 디지털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이제 예술가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이자 마케터, 때론 스타트업 창업자이기도 하다. 바로 '아트레프리너(Art + Entrepreneur)'라는 개념이 생겨난 배경이다. 이들은 창작력과 사업 감각을 모두 갖춘, 말 그대로 창의적인 사업가다. 여기에 AI가 합류하면서 '가상 아트 천재(Virtual Virtuoso)'라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이들은 AI 도구를 활용해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하고, 마케팅까지 모두 수행한다. 단순한 도구 사용을 넘어, 창작 전반에 걸쳐 AI와 협업하는 방식이다.  예술가의 새로운 파트너, AI AI는 이제 예술가의 '뮤즈' 역할까지 해낸다. 그림을 그릴 색감을 추천하고, 음악의 박자를 조율하며, 안무를 자동으로 생성하기도 한다. 예술가가 아이디어만 제공하면, AI는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준다. 마치 공동작업자처럼. 논문에 따르면 AI는 기존 예술 생산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던 부분을 크게 줄여준다. 예술가의 '번아웃'을 덜어주고, 반복적인 작업은 자동화하며, 더 많은 실험과 도전을 가능케 한다. 심지어 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맞춤형 작품도 만들어낼 수 있다.  전통과 기술의 충돌, 그리고 공존 물론 반발도 존재...

딥러닝 기반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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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는 뇌의 발달과 관련된 복잡한 질환으로, 조기 진단이 어려운 만큼 과학 기술의 도움이 절실한 분야입니다. 최근 발표된 논문 "Deep learning-based feature selection for detection of autism spectrum disorder" 에서는 최신 딥러닝 기법과 최적화 알고리즘 을 활용해 ASD를 더욱 정확하게 탐지하려는 시도를 소개합니다. 1. 연구 배경과 목적 ASD는 다양한 행동 증상과 뇌 연결성의 차이로 나타나며, 기존 진단 방식은 주로 관찰 중심이라 주관성이 개입될 여지가 큽니다. 이에 따라 뇌의 기능적 연결성을 나타내는 resting-state fMRI(rs-fMRI)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동화된 진단 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 연구 방법: SSDAE + HOA 기반 특징 선택 이 논문에서는 Stacked Sparse Denoising Autoencoder (SSDAE) 와 Multi-Layer Perceptron (MLP) 조합으로 특징을 추출하고, Hiking Optimization Algorithm(HOA) 를 기반으로 한 향상된 특징 선택 기법을 적용했습니다. HOA는 등산가의 경로 선택 전략 에서 영감을 받은 알고리즘이며, Dynamic Opposite Learning(DOL) 과 Double Attractors 기법을 도입해 수렴 속도와 성능을 높였습니다. 3. 주요 결과 평균 정확도: 0.735 민감도: 0.765 특이도: 0.752 기존 방법 대비 우수한 성능 달성 4. 비판적 분석 및 향후 연구 방향 흥미롭게도 본 모델은 특정 데이터셋(예: CC 기반)에서는 기존 최고 성능 모델을 능가했으나, 다른 일부에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이는 ASD의 생물학적 이질성과 이미지 전처리 차이로 인한 한계일 수 있습니다. ...